검찰 칼 허공만 가르나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 불법계좌에 당비를 입금하는 등 정치활동에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는 검찰. 또 이 의혹에 대해 미신고 계좌는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전교조·전공노 조합원들의 당 가입여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으로 부인하고 있는 당 측간의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정치적 기획수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은 그동안의 수사과정에서 민노당 서버압수수색 요청, 수사 대상 교사들의 형평성 논란 등에 휩싸이며 ‘과잉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명단확보, 민노당이 빼돌렸다는 하드디스크 19개 등 결정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민노당과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다. 조합원들은 경찰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당 측은 현재까지 경찰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한 부인만 하고 있을 뿐, 시원한 답변이나 의혹을 종식시킬만한 확실한 증거를 내놓고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혹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초 수사는 공무원들의 불법 정치활동 및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진행됐지만, 최근 경찰은 민노당에 유입된 모든 입금 명세를 확인하겠다고 밝히며 수사망을 확대해 왔다.

현재 경찰은 조합원 292명 중 230여명에 대한 조사를 끝마친 상태며, 2006년 12월까지 민노당 9명의 의원에게 미신고 계좌로 5,123만원의 돈이 입금됐다고 밝혔다. 이에 민노당은 미신고 계좌 내역을 공개하며 “당 이름으로 된 자동이체서비스를 하나밖에 만들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8가지를 한 계좌로 통합해 받다 보니 오해가 생겼다”며 “단 한 푼의 정치자금도 은닉하거나 불법으로 조성한 바가 없다”고 반격했다. 또 입금된 내역에 대해서도 ‘돈의 정체’가 과연 당비인지 여부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공무원 신분이 아닌, 개인으로서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줬다고 한다면 경찰로서도 할 말이 없기 때문.

무엇보다 두 집단 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 혹은 변수로 작용하게 된 것은 공소시효 논란이다. 경찰은 민노당 투표 사이트를 통해 조합원 120여명에 대해 당원 가입 혐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만약 민노당 가입 시점부터 범죄 혐의를 적용했을 경우 공소시효 기간인 3년이 지나버려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공소시효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무죄와 유죄가 극명히 갈리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이후 치열한 법리다툼까지 생길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전공노·전교조 조합원들과 민노당, 또 이들의 정치활동개입 의혹과 비리를 ‘과잉수사’하는 경찰. 이 두 집단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까.
 
치열한 법적공방 예고
 
민노당은 경찰들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경찰수사에 대한 최종목적을 ‘야당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정치활동을 빌미로 ‘야당파괴’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불순한 의도라는 것이다.

민노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경찰수사는 정당한 것이 아니라 공당의 핵심 살림살이와 장부를 낱낱이 파헤치고 탈취하겠다는 명백한 정치탄압”이라며 “군부독재시절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탄압이다. 민주주의 수호와 헌법정신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당 운을 결정할 초유의 비상사태이며 이에 대해 결사항전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또 경찰의 애초 수사 목적과 다르게 범위를 또 다른 야당에까지 넓혀 ‘털어서 먼지 나는 놈을 잡겠다’ 식의 막무가내 수사도 민노당의 발언에 힘을 얻게 한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사건을 지휘하는 오세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본질은 어디까지나 공무원과 교사의 불법적인 정당 가입, 불법적인 정치자금 제공이지 민노당에 대한 수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오 검사는 “야당에 대한 탄압, 지방선거를 의식한 기획 수사라는 용어는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울지방검찰청과 이들의 지휘를 받고 사건을 수사하는 영등포경찰서 간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이미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면, 정치검찰로부터 지휘를 받는 경찰도 결국 ‘정치경찰’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경찰의 이번 수사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조합원들에 대한 보복, 지방선거 지지율 하락, 야당세력 약화 등 복합적인 목적이 가미돼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경찰을 옹호하는 세력에서는 “민노당이 불법적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술수를 지금에서라도 밝혀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일 현재 경찰이 결정적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당원명부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뢰했지만 선관위는 이를 거절하며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양보없는 두 집단 간의 치열한 갈등에 대한 목적과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민노당은 20일 민주당 등 다른 야당과 함께 경찰 수사에 항의하는 규탄대회를 갖기로 했다. 또 경찰은 사건 진척이 미진한 상태에 있는 이번 사건을 2월 4째주부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될 전망이다.
강신찬 기자
noni-jjang@hanmai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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