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김병건 기자] 독자여러분, 혹시 ‘웨이터의 법칙’이라는 말을 알고 있으신지요? 미국에서 고위급 임원을 면접하거나 주요한 거래처를 테스트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서류와 최종 면접을 통과하면 통상 CEO(최고경영자)와 후보자는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하지만 미리 이야기가 된 웨이터는 실수로 와인을 그 임원 후보자의 옷에 쏟습니다. 당연히 웨이터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사과하겠지요. ‘웨이터의 법칙’은 후보자가 이런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는 면접 방법입니다.

세계적인 검색 대행사 리솔루션 미디어 CEO인 데이비드 굴드(David Gould)는 거래처와 계약하기 위해 웨이터의 법칙을 이용한 경우가 많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웨이터에게 친절하게 반응했던 사람과 거래를 했다고 합니다. 그는 “실수한 웨이터를 웃음으로 용서하는 걸 보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어요. 저는 그와 즉각 거래를 시작했죠. 당시 거래처 사장의 반응이 궁금하신가요? ‘오늘 아침에 바빠서 샤워를 못했는데 하하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였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았을 것입니다. 올해 초 운명을 달리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이자 유명 식품업체 '펩시코'(PepsiCo)의 첫 여성 CEO를 역임했던 브렌다 반스는 “웨이터나 부하 직원을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어요. 상대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과는 가급적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웨이터의 법칙은 ‘당신에게는 친절하지만 웨이터에게는 무례한 사람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웨이터의 법칙은 이제 ‘비서의 법칙’, ‘운전기사의 법칙’이라는 것으로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보보스’라는 책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브룩스의 저서 ‘인간의 품격’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결함을 지닌 존재이고 인간의 삶이란 결국 자신의 결함과 비겁함, 탐욕 있는 자신의 내면과 끝도 없이 투쟁하며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품격이라고 합니다. 즉 인간의 품격은 본능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웨이터가 와인을 셔츠에 쏟아버려도 본성인 불편함과 분노를 누르고 ‘인간은 누구나 한 순간 실수할 수 있으니’라고 절제하는 것입니다. 절제를 하지 못하면 인간의 품격을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화를 내고 주인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본능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사과하고 다시금 인간의 품격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품격은 타인의 ‘인격’과 ‘인권’을 존중하는 철학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품격조차 버리는 것일 겁니다.

거짓과 품위

취임 전 연설문을 읽고 조언 정도를 해주던 사람은 사실은 얼마 전까지 연설문뿐만 아니라 민감한 외교문서까지 관여돼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내용을 사실대로 국민들에게 이야기하겠노라고 했습니다.

검찰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대통령은 검찰조사뿐만 아니라 특별검사의 조사에서도 일정이 외부로 나갔다는 이유로 조사 자체를 거부 했습니다. 사실을 소상하게 이야기하겠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자신을 지지하는 개인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사실과 부합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발언들 중 국민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최근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내용 중 최순실을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라고 했습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처럼 ‘평범한 가정주부’가 외교관 인사에 깊숙이 개입하고 국무위원과 고위직 공무원 인사에 관여하며, 대기업 총수들의 사면이나 상속에 깊이 관여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국정이 총체적으로 농단 당한 사안을 다루는 재판장에서 60대 여인과 40대 남자의 치정(癡情)에 관한 것과 증인들의 지극히 사적인 것들을 여러 차례 묻고 있습니다.

재판은 대통령 변호인 측에 의해서 지연 전략이 사용되어지고, 극우단체에서는 사람들을 선동 하며 심지어 군대가 나서서 (탄핵을 주장하는) 종북주의자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반(反)헌법적‧반(反)민주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이러한 보수단체들의 주장은 점점 더 큰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론은 아직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5%이고 약 80%의 국민들은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나를 위한 변화

100일을 넘어선 촛불집회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촛불이 대통령 탄핵까지 온 이유가 무엇일까요? 단순하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필자는 지난해 봄 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 여러 곳에 휘발유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이것이 터지면 과연 우리 사회가 견뎌낼까?”였습니다.

필자는 촛불집회의 수많은 구호 중에 ‘이게 나라냐’라는 피켓이 가장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부모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라는 말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20대 청년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았어도 광화문에 모여 촛불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촛불을 들었던 것입니다.

얼마 전 공개된 불평등 보고서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불평등 지수는 세도정치에 의해서 억압 받던 조선 말보다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교육은 아이들을 끝없이 경쟁하게 하고, 기업도 사람들을 끝없이 경쟁하도록 합니다. 인간에 대한 품격이 사라졌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을 제공한다든지, 이모나 삼촌뻘 되는 하청업체 사람에게 욕하고 모욕을 주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존속 가치는 얼마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오늘부터 아파트 경비원을 만나면 딱 한마디부터 합시다. “안녕하세요. 고생 많으시죠. 감사합니다.” 이것부터 시작합시다.

남이 아닌 나의 품격을 위해서….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