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천타천 10여명 출마 가능성…97년 9룡 경선 재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정우택 원내대표, 이인제 전 의원, 원유철, 안상수 의원, 인 위원장.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촉발한 보수진영의 붕괴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불임정당’의 위기로까지 내몰았다.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면서 보수 부활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더욱이 당초 예상을 깨고 ‘다산(多産)체제’로 대선을 준비하는 것도 특징이다. 새누리당은 이인제 전 의원을 시작으로 원유철 안상수 의원이 대권 도전을 공식화 했다. 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정우택 원내대표, 조경태 의원 등 자천타천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사만 해도 10여명에 달한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 ‘9룡’ 경선이 재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폐족 위기에 몰렸던 친박의 보수 결집 드라이브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새누리당이 보수결집 단일대오에 나서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말도 회자된다. 

여권 한 관계자는 “당내 비박계 의원들이 바른정당으로 분화한 상황에서 심각한 대립국면이 전개돼지 않는 다는 점에서 이같은 일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김문수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 “대통령은 사익을 취한 적 없다”는 소신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비판하는 당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현재 새누리당은 과거 두 번의 대선 때와 확연히 다른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이에 대선 전략도 ‘원톱’ 또는 ‘투톱’ 체제가 아닌 다자구도의 당내 경선이 예고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을 불임정당이라고 했지만, 다산(多産)체제로 들어간다. 거의 10명 가까이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물론 이들의 지지율은 미약한 상태다. 역대 정권 대선 전략의 정석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인사도 있을 정도로 대세론 한복판에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견줄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린 보수 vs 진보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아직 포기는 이르다는 시각이다.

13일 현재 새누리당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이인제 전 의원과 원유철·안상수 의원 등이다. 여기에 김문수 전 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조경태 의원 등이 출마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새누리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경우의 수도 생각하고 있다. 야권의 유력 주자 문재인 안희정의 지지율 합계가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이를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디만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각자 끝까지 완주해 야권 표가 분산된다면 해볼 만 한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전략도 읽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반사이익은 황교안 대행으로 쏠리고 있다. 범보수진영 주자로는 황 대행이 유일하게 1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 당 지도부는 황 대행의 지지율이 10%를 넘어서자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용서해 준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선 채비에 나섰다.

보수의 개혁 진영을 자처하고 나선 바른정당이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새누리당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조사(6~8일 1,508명 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3.1%, 응답률 8.3%)에 따르면 바른정당은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5.8%로 6.8%를 기록한 정의당에 마저 밀려 5위를 차지했다. 1위는 더불어민주당 45.4%, 2위 새누리당 13.8%, 3위 국민의당 10.5% 등으로 집계됐다.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의 무관심에 속 타는 심정은 알겠지만 새누리당을 비난한다고 진짜 보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아쇼핑앞에서 자유대한민국지키기범국민운동본부와 자유민주주의 수호시민대회가 주최하는 '지키자!대한민국!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운동 대구지역대회'가 열렸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보수단체회원들과 정몽주 선생의 단심가를 읊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수 결집

당명 개정을 비롯해 공개적으로 보수 결집의 목소리를 높이며 행동을 촉구하는 등 대대적 반격에 나서고 있는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새누리당이 8일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2012년 2월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꾼지 5년만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연찬회에서 “그동안 우리는 책임감과 또 지난날에 대한 반성 때문에 많이 위축돼 있었다”며 “이제는 국민 여러분께 계속 이 마음은 가져가되, 우리가 해야 될 말, 행동해야 될 것을 우리가 움직일 때가 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 비춰봤을 때 여권이 사실상 보수 결집을 위한 포석을 깔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탄핵기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야권이 '촛불집회 총동원령'에 나서고 있는 것도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9일 야3당의 이정미 헌법재판관 임기 이전 탄핵심판 합의에 대해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해칠 수 있는 대단히 중대한 문제로 압박을 넘어 공갈이다. 헌법을 수호한다고 하면서 벌이는 위험한 반헌법적 작태"라고 강력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어제 야3당은 헌재가 이정미 재판관 임기 이전 탄핵심판을 인용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완수 새누리당 비대위원도 문재인 전 대표가 연일 '탄핵위기론'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사법기관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굉장히 비난받아야 할 내용으로 문 전 대표가 대통령 자리에 있었다고 하면 이것만으로도 탄핵감"이라고 주장했다.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던 친박진영도 본격적인 보수우파 결집 행보를 시작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공개 활동을 자제해 오다, '태극기 집회'로 대변되는 보수 세력의 결집을 촉구하며 공개행보에 나섰다.


윤 의원은 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이 주최한 긴급 현안 토론회 '태극기 민심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참석, “보수우파가 결집해 박근혜 대통령의 억울함을 풀고 대한민국 새 역사를 쓰자”고 호소했다.

김진태 의원은 "호랑이 앞에서 까부는 늑대 무리는 호랑이에 다 잡아먹힐 것이다. 등에 타지 않고 어정쩡하게 있다가 새누리당 의원들은 호랑이에 다 잡아먹힐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태극기 집회 동참을 압박했다.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또한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박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은 중세 시대 900만명을 죽인 마녀사냥보다 지독하고 악독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보수진영이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 관련 “시간이 지나면서 보수진영의 허탈감이 결집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대다수의 국민 여론 수준에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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