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20~30대를 중심으로 만화방과 카페가 결합된 이른바 ‘만화카페’가 유행이다. 

카페처럼 음료나 간단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수천 권 이상의 만화책과 일반서적이 마련돼 있어 자유롭게 읽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공간이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대박 열풍이다.

카페와 만화방의 결합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빠진 일반 카페가 생존을 위해 다양한 콘셉트로 진화하면서 만화방과 결합을 시도한 것. 만화방 역시 쇠퇴의 길에서 카페를 만나면서 부활의 길에 들어섰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2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만화카페가 영업 중이다. 젊은이들로 붐비는 서울 강남·홍대 등 번화가에서도 만화카페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 일대에는 최근 10여개 이상의 만화카페가 생겨났다.

특히 만화카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프리미엄 카툰앤북카페를 지향하는 프랜차이즈 만화카페 ‘놀숲’은 현재 전국에 139개의 점포를 낼 정도로 성업 중이다. 

지난 2015년 안산에 1호점이 생긴 이후 지난해 11월 동탄에 100호점이 문을 열었다. 놀숲 관계자는 올해 200호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도 벌툰, 콩툰 등 3~4개의 프랜차이즈 만화카페가 전국적으로 생겨나면서 성업 중이다. 만화카페에 특색 있는 콘셉트를 더한 개인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300개 이상의 만화카페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서완 놀숲 마케팅팀 대리는 “만화카페는 만화책과 수필·소설 등 다양한 도서가 마련돼 있는 것뿐만 아니라 보드게임 등 다양한 놀거리가 마련돼 있어 복합놀이공간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며 “최근 혼자족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만화카페는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쉬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한 사업이다”고 전했다.

트렌드

만화카페의 주 고객층은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 층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의 놀이공간이나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부 공간으로도 이용된다. 최근엔 20~30대 커플들의 데이트 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와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테이블이 좌식 구조, 다다미방, 소굴방 등 다양한 콘셉트로 마련돼 있다. 

카페 이용 금액은 시간당 평균 2000원 남짓이다. 커피·주스 등 음료나 빵·과자 등 간단한 먹을거리도 주문할 수 있다. 카페 이용금액과 음식을 주문해도 이용시간이 늘어날수록 할인율도 높아져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친구들과 시간을 때우거나 무료할 때면 만화카페를 찾는다는 김연희(28/여)씨는 “주말에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 동생과 만화카페를 찾은 적이 있다”며 “좋아하는 만화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로 깔끔한 분위기에 책을 읽거나 잠깐씩 쉬기에 좋은 장소 같다. 앞으로도 시간이 된다면 가끔씩 방문할 생각”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시너지

만화카페는 이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만화방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F외환위기(1997년) 전까지 전국적으로 2만여 개에 달했던 만화방은 PC방, 멀티방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생기면서 점점 자취를 감췄다. 또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웹툰이 큰 인기를 끌면서 대중의 취향도 변화하게 됐다.

만화방하면 떠오르는 ‘퀘퀘한 냄새나는 지하 공간’, ‘백수·아저씨들의 공간’ 등 부정적 이미지들도 만화방의 쇠퇴를 더욱 가속화했다. 현재 남아있는 만화방은 전국적으로 1000여개 수준에 불과하다.

카페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커피전문점이 이미 5만여 개에 달해 포화상태에 빠졌다. 커피전문점 창업 후 1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70%를 육박한다. 게다가 전국에 4만 개 이상 포진해 있는 편의점에서도 1000원~1500원의 저가 커피를 판매하고 있어 커피전문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만화카페는 쇠퇴해가는 두 업종에 숨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화방에 대한 향수를 가진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줬다. 또 일반 커피전문점의 차별화를 이끌었다. 업계에서는 2년도 채 되지 않아 200개 이상의 만화카페가 생겨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만화카페는 한 단계 더 발전해 오히려 만화방의 몰락을 부추겼던 ‘웹툰’까지 즐길 수 있도록 전문 코너를 마련해 놓은 곳도 있다. 또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뿐만 아니라 라면과 밥 등 간단한 식사메뉴와 맥주 같은 주류까지 판매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놀숲 관계자는 “앞으로 어떠한 콘텐츠를 채워 넣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만화카페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최근 20~30대 젊은이들에 한정돼 있던 고객층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족단위의 손님들로 퍼져나가는 추세라 만화카페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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