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최근 나이앤틱의 ‘포켓몬GO’,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등 모바일게임이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PC·비디오 콘솔게임 등이 장악하던 게임시장 트렌드가 스마트폰 도입 10년여 만에 완벽하게 뒤바뀐 것이다.

이제는 PC게임 못지않은 그래픽과 사운드를 자랑하는 모바일게임이 출시되는 등 이용자의 입맛에 맞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모바일게임에 인기가 집중되면서 대형 게임제작사의 시장 잠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게임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것.

열풍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의 매출 규모는 406억 달러(약 47조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18%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게임 시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원으로 따지면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28억 명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7월 출시된 나이앤틱의 ‘포켓몬GO’는 전 세계적으로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24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이용자 700만 명을 단숨에 넘어섰다. ‘포켓몬GO’는 모바일과 AR(증강현실) 기술이 결합된 신개념 게임으로 모바일게임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바일게임은 매출과 이용자 측면에서의 열풍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기존 모바일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의 그래픽으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바일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고사양의 PC로 구동되던 기존 MMORPG 게임만큼의 그래픽과 사운드를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화하는 모바일게임의 질적·양적 성장에 제작사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넥슨 등 3사의 지난해 매출은 4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출시 첫 날 7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1개월 만에 누적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리니지의 흥행 덕분에 넷마블은 지난해 1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0.4% 급증한 수치다.

모바일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내놓은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매출 9800억원을 넘기면서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피파온라인3M’ 등 다양한 모바일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넥슨도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리니지2 레볼루션’은 원작의 게임성을 적극 살린 점이 유저들에게 주효했다고 본다”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MMORPG의 장점을 활용한 대규모 전투도 즐길 수 있는 등 기존 모바일게임에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새롭게 시도한 점이 인기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진화

모바일게임은 스마트폰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2007년 1월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퍼즐 형식의 게임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2012년에 들어서면서 모바일게임시장에 변화가 시작됐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이 카카오톡과 연동돼 출시되면서 ‘국민게임’이라고 불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쌍방향·다중으로 즐기는 게임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관련 시장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애니팡이 출시된 후 5년이 지난 현재 모바일게임은 퍼즐·아케이드 형식을 넘어'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와 VR(가상현실)·AR(증강현실)이 결합된 수준까지 발전하게 된다.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대표적인 MMORPG 형식을 갖춘 게임이다. MMORPG란 대규모의 유저가 같은 서버에서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형식을 말한다.

모바일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PC게임 개발 전문가와 모바일게임 개발 전문가가 만나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갖춘 모바일게임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유저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형식의 게임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라 모바일게임 업계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앤틱의 ‘포켓몬GO' 게임화면

잠식

모바일게임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대형 게임제작사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매출 쏠림 현상’으로 인해 중소 게임업체들이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리니지2 레볼루션’과 ‘포켓몬GO’ 출시 이후 중소 게임업체들이 내놓는 모바일게임의 매출이 30~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형 게임제작사의 매출이 업계 전체 매출의 67%에 달하면서 중소 게임제작사의 수도 급감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에 속한 게임제작사가 2011년 97개에서 2015년 142개로 증가한 반면 중소 게임개발사는 같은 기간 1017개에서 885개로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게임 산업 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 게임 산업 매출은 2007년 7조원에서 지난해 9.4조원으로 34% 이상 증가했다. 반면 업계 종사자 수는 5만2000명(2011년)에서 3만5000명(2015년)으로 32% 이상 감소했다. 중소 게임 업체의 매출 하락이 직원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을 밝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 게임업체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게임 개발이 관건”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높아진 이용자들의 기대와 욕구를 만족시키기에는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게임업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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