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김병건 기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린 '곧, 바이! 展'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을 주관한 것이 논란이 되어 결국 당직정지 6개월이라는 처분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주최측이 아니라 단지 장소를 대여해 준 사람이 처벌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획자인 고경일 교수는 “박근혜와 최순실로 표상되는 한국 사회의 독악과 부조리와 이별을 고하는 풍자 전시회”라고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참여 작가들도 소녀상을 제작한 작가도 포함되었고, 소위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작가들입니다.

우리가 보통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할 때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처럼 미국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예를 듭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정치 형태와 국민 주권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미국의 경우, 제일 중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의 수정헌법이 강력한 이유는 수정헌법 1조에서 제약하는 어떠한 법률이나 행정명령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나 ‘도로교통법 일부 조항’의 경우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법률일 것입니다.

예술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과 표현에 제한을 둔다는 것은 사실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극우 단체에서는 표현물에 의한 인권침해를 이야기합니다. 법률적으로 대통령은 사인(私人)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공인이고 기관입니다. 우리가 국가기관을 비판하고, 비난하고, 풍자하고, 조롱 한다고 고소나 고발을 하지 못합니다. 작년 가을 독일은 국가정책을 비판하는 그림으로 메르켈 총리의 가슴이 드러나는 그림을 포스터로 붙이고 인터넷에 게시했습니다. 물론 그런 행위가 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더 심했지요. 작년 미국 대선기간 힐러리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누드 인형을 만들어 시내 곳곳에 세워 두었고 커다란 벽에 트럼프을 노예 상인에 빗대어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힐러리도 누드차림(아름답지 않은)의 그림이 여기저기 등장한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각국 정부의 수반은 집권 기간 내내 많은 시민들에게 수없이 조롱당하고 있습니다. 일부 극우단체에서 이야기하는 ‘여성비하’는 아닙니다. 풍자나 조롱의 대상일 뿐이죠. 우리나라보다 여성권익이 더 대변되고 강화되어 있는 독일에서는 왜 메르켈에 대한 풍자나 조롱이 ‘여성비하’로 독해되지 않았을까요.

예술은 금기를 넘는 것이 소명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모든 예술의 시작하는 지점이 ‘금기라는 선을 넘는 것부터’라는 역사적 진리를 망각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시인 김수영은 1960년 시 ‘김일성만세’에서 “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인정하는 데 있는데/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무리 언론의 자유를 운운하지만 국가 보안법이 존재하고 반공이 국시였던 당시에 언론의 자유는 김일성에 대한 찬양쯤을 할 수 있다면 진짜 언론의 자유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제목이었지만 프랑스의 시인 폴 엘뤼아르(Paul Eluard)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라는 짧은 시를 남겼습니다.

국회의원의 현주소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표창원 의원직 사퇴’라는 피켓을 세웠습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표창원 의원에 대한 인격과 교양을 이야기하면서 맹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물론 표 의원과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표 의원에 대한 비난을 했습니다. 민주당 일부 여성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만큼은 아니지만 비난과 비판은 이어갔습니다.

필자는 일부 논란이 된 그림들을 ‘여성 폄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되려 여성을 비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쁘고 아름답게 그렸다면 여성 폄하가 아닌가요? 그럼 모든 여성은 아름다워야 하고 아름답지 못하면 여성이 아니라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왜 아름다운 여성의 누드 사진이나 조각상만 예술품으로 대접 받아야 하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시위를 바라본 민주당 대변인 이재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본회의장 입구에 늘어선 새누리당 의원들. 표창원 의원 논쟁이나 입장을 차치하고, 하늘 아래 고개 들기 부끄러워야 마땅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 시국에 한 마음으로 보인 결기가 너무 어이없다"고 말했습니다. 동의합니다. 지난 연말 국정감사부터 새누리당이 해왔던 것들이 무엇이었나, 필자는 기껏 기억나는 것은 당대표라는 사람의 비밀 독거 단식과 탄핵안이 가결되면 ‘장을 지지겠다’ 정도의 말 뿐입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사람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에도 여전히 침묵하는 국회의원들이 많다”면서 “국가기관이 권한을 남용해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책임자 처벌과 별개로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 제도적인 보완 등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표창원 의원의 징계를 주장하신 많은 국회의원 분들에게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어떻게 노력하셨습니까? 아니면 앞으로 문화예술계에 소위 블랙리스트가 생기지 않을 항구적 방안은 있습니까?

문재인 대표을 지지하는 음식 컬럼리스트가 KBS에 출연 할 수 없어서 공영방송의 블랙리스트 아니냐며 맹비난 하시던 그 민주당 분들은 장소를 대여해 준 표창원 의원이 당직정지 6개월이라는 만행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야당, 소위 진보적 노선을 표방한다는 당에서 조차 이런 결정을 한 것에 매우 실망했습니다. 이런 야당이 어쩌면 박근혜라는 괴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상념에 잠겨봅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