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맥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오비와 하이트 등 수십 년 동안 독과점을 형성해 온 국내 전통 강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신흥 맥주 브랜드가 부상하고 있다. 신생 맥주 브랜드가 마트와 일반 음식점, 펍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기존 맥주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는 것.

25일 맥주업계에 따르면 ‘세븐브로이맥주’가 지난해 9월 출시한 ‘강서맥주’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그해 10월부터 전국 홈플러스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5000박스 이상 유통됐다. 서울 이태원과 강남 등 유명 수제맥주 전문점에도 유통되고 있으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류코너에도 입점을 확정한 상태다. 중형 주류 업체가 내놓은 신제품인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세븐브로이맥주는 2011년 서울 강서구 소재 작은 맥주전문점에서 시작해 전문 맥주 제조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액은 2013년 17억1200만원에서 2014년 32억6600만원(90%↑), 2015년 43억6500만원(33%↑)으로 매년 비약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평소 서울 합정역 홈플러스를 자주 찾는다는 맥주 애호가 장모(33/남)씨는 “평소 마트의 주류 코너를 찾아 새로운 맥주를 마시는 걸 즐긴다”며 “카스·하이트 등 국산 맥주에 질려있던 차에 새로운 국산 맥주를 알게 됐다. 풍미도 기존 맥주보다 훨씬 더 깊다는 인상을 받아 자주 구매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대형 주류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맥주 시장에 중·소형 업체가 선전할 수 있었던 요인은 주세법의 개정과 서민들의 소비성향 변화 때문이다. 정부는 2014년 주세법 개정을 통해 소규모 맥주제조업자의 외부 유통 허용과 세 부담 완화를 시행했다. 이로써 대형 주류 업체 사이에서 중·소 주류업체가 경쟁해볼 만한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요인 덕분에 세븐브로이맥주의 ‘인디아 페일에일’, 더부스의 ‘대동강 페일에일’, 장앤크래프트의 ‘과르네리’ 등 인기몰이에 성공한 맥주 브랜드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김교주 세븐브로이맥주 이사는 “경기 침체로 인해 마트와 편의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프리미엄 맥주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카스·하이트 등 기존 맥주 브랜드보다는 다소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돈을 조금 더 주고서라도 맛 좋은 맥주를 구매하려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신흥 맥주 브랜드의 인기 요인이다”고 전했다.

악화

오비·카스·하이트 등 기존 맥주 브랜드의 하락세도 신흥 맥주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다. 기존 맥주의 가격 상승과 맥주 맛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새로운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더욱 늘었다.

실제로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7%대로 떨어졌다. 2015년 매출도 1조4908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오비맥주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06년 이후 9년 만이다.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부 영업 실적도 지난해 3분기 누적 마이너스 222억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마이너스다.

가격 인상도 악화 요인 중 하나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 자사의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500㎖) 출고가를 1082원에서 1147원으로, 하이트진로는 하이트(500㎖) 출고가를 1079원에서 1146원으로 올렸다. 평균 6% 정도의 가격 인상이지만 유통마진 등을 감안해 일반 음식점과 술집에서의 가격은 1000원~2000원 이상 상승했다.

또 지난 1일부터 소비자가 빈병 반환 시 환불받는 빈병보증금이 맥주는 50원에서 130원으로 80원 올랐다. 이에 빈병 보증금 인상을 핑계로 맥주 가격을 올린 업주들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때문에 오비·카스·하이트맥주 등 기존 맥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평소 마트에서 맥주를 자주 구매한다는 최모(34/남)씨는 “일반 음식점에서 5000~6000원 주고 맥주 한 병 사 마시는 게 부담스럽다”며 “그 돈이면 마트에서 더 싸고 더 질 좋은 맥주를 골라 마실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프리미엄

서울 강남, 이태원, 홍대 등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제 맥주 전문점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 곳에 국·내외 새로운 맥주를 공급하는 신흥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다.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대동강 페일에일’를 수입, 유통하는 ‘더 부스’도 대표적인 스타트업 기업이다. ‘더 부스’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수입한 수십 종의 맥주 브랜드는 현재 전국 400여 곳의 술집과 일반음식점에 공급되고 있다. ‘더 부스’의 매출은 2015년 40억원에서 지난해 80억원으로 급증했다.

‘장앤크래프트’의 ‘과르네리’도 인기 맥주 브랜드다. 장앤크래프트 역시 수제 맥주 전문점에서 출발해 기업 형태로 발전했다. 2015년 전남 순천에 연 500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전국의 마트와 소매점에 맥주를 유통하고 있다. 수제 프리미엄 맥주 전문점에서 이들 스타트업의 맥주 브랜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제 맥주 시장은 주로 전문점이나 펍 등을 중심으로 2018년까지 100억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종훈 장앤크래프트 영업팀장은 “2011년 주세법 개정으로 소형 브루어리의 맥주브랜드가 외부로 유통될 수 있게 돼 수제 프리미엄 맥주 시장이 활성화됐다”며 “기존 맥주 브랜드의 맛과 신선도는 이제 수제 프리미엄 맥주를 따라올 수가 없다는 게 여러 테스트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의 고급 맥주를 맛 본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수제 프리미엄 맥주를 찾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 앞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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