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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인 에코세대의 이야기를 하면서 40세를 기준으로 한 '쉬프트업'을 언급했다. 그보다 앞서 3040세대로 대변되는 제2차 베이비붐 세대 이야기를 할 때에도 40세부터 시작하는 은퇴 이야기를 꺼냈다. 결국 40세라는 나이가 쉬프트업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번 회부터 수 회에 걸쳐 이와 관련된 두 권의 서적을 함께 읽어가고자 한다. 중간중간 책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식으로 접근해가려고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윌리엄 새들러의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이다.

서드 에이지라는 개념

저자 윌리엄 새들러는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소에서 심층 취재 방식으로 10년간 중년에 관한 연구했다. 그의 연구주제는 '마흔 이후의 새로운 성장과 발달'인데 생애 주기별 분석을 도입하여 중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

서드 에이지라는 개념도 생애 주기에서 따온 것이다. 태어나서 학창 시절까지의 시기를 '퍼스트 에이지(FIRST AGE)' 배움의 단계로,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는 일과 가정을 위한 정착의 단계로 보고 있다. 우리의 주제가 되는 '서드 에이지(THIRD AGE)'는 삶을 재편성하는 시기인데 학습을 통한 청년기 1차 성장과는 다른 깊이 있는 2차 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라 말한다. 이어 마지막 '포스 에이지(FOURTH AGE)'는 성공적인 노화를 추구하는 시기이며 장수로 인해 새롭게 생겨난 중간시기가 마흔 이후의 30년이 세컨드 에이지와 포스 에이지 사이의 서드에이지로 보고 있다.

윌리엄 새들러의 시각은 지난 회에서 필자가 말한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윌리엄 새들러는 사람이 태어나 부모 아래에서 성장하고 결혼해 가정을 이룬 후 자녀를 양육하는 것까지 포괄한 생애주기로 40세 이후의 30년을 말하고 있다. 필자는 업(業)을 준비하고 유지하고 변경한다는 차원에서 교육과 직업을 연계해 구분한 것이었다. 그래서 UN이 지속적 노동이 가능한 연령인 65세를 기준으로 청년기를 구분한 점에 착안해 연령별 구분을 하면서 40~65세를 3번째 시기로 이야기했던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지만
서드 에이지는 동일하다

물론,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학자이자 전문가로서 윌리엄 새들러의 시각이 더욱 옳고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윌리엄 새들러가 이 책을 펴낸 때는 2000년대고 한국에서 번역 초판이 나온 것은 2006년이다. 단순 숫자놀음인 것 같지만, 지금은 2017년이라는 점과 이곳은 한국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윌리엄 새들러의 저작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20세기 미국에서 행해진 연구결과라 본다.

필자가 시기와 장소를 따지는 이유가 있다. 윌리엄 새들러의 저작이 나왔던 시점은 한국이 IMF를 겪은 1997년 이후라는 점이다. 필자가 쉬프트업이 필요하다고 부득불 강조하는데에는 한국사회가 최초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던 IMF 사태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이때를 기준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종신고용과 정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근로와 고용문화에도 종신고용과 정년 개념은 없다. 오죽했으면 일본의 급성장을 연구한 Y이론의 핵심요소에 가족경영과 종신고용이라는 항목이 들어갔겠는가?

하지만 산업발달과 함께 자연스럽게 고용문화가 형성된 미국과 달리 우리는 급격한 변화를 경험했다. 어느 정도 적응하는데 성공했지만, 세대간 갖는 고정관념의 차이는 크다. 그것이 지난 회에서 언급한 에코세대가 갖는 정서적 소외감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또한 평균수명 증가와 급격한 인구 노령화도 급격하게 겪고 있다. 우리보다 부드러운 방식으로 이를 경험한 미국의 이야기가 한국사회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본 칼럼을 준비하며 다시 알아보니 출간 10년을 맞아 윌리엄 새들러는 개정판을 발간했다. 국내에서도 2015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사실 필자는 초판을 읽고 지금 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데, 전체 목차를 비교해보니 초판과 개정판의 목차가 서로 비슷해 전체적인 내용의 골격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다행스럽게도 미국도 2007년에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었다는 점도 떠올렸다. 서드에이지로서 40세 이후에 대한 윌리엄 새들러의 연구는 큰 틀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인생에서 2차 성장이란 무엇일까?

위에서 설명했지만 윌리엄 새들러는 서드 에이지를 2차 성장기로 보며 1차 성장기인 청년기와 달리 깊이 있는 2차 성장이 이루어진다 말한다.
이는 자칫 경영학에서 말하는 산업과 비즈니스의 주기로 착각할 수 있다.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와 비슷한 구조로 생각한다면 서드 에이지를 비즈니스의 성숙기로 오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 나름의 사족을 붙인다면 1차성징, 2차성징과 대비해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태어나면서 성별을 구분하는 것이 1차성징으로 단순하게 생각해본다면, 2차성징은 성별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시기다. 남성으로서 여성으로서 성적기능이 시작되고, 남성과 여성의 형태가 더욱 발전된다. 이때 정신적으로는 사춘기를 겪으며 자아정체성 탐구와 성숙이 병행된다. 이렇게 2차성징을 겪은 후에는 생식을 통해 재생산을 이룰 수 있게 되는데, 인간으로서는 아빠와 엄마가 되는 정신적, 정서적 성장도 함께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2차 성장의 시기도 이와 유사한 점이 있다. 이런 점이 윌리엄 새들러가 강조하는 깊이있는 성장이라고 본다. 농담삼아 '중년 오춘기', '중2병'을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틀린 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40세 전후의 시기는 서드 에이지를 여는 관문으로서 열병을 앓는게 당연하다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2차 성장을 위한 6가지 원칙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면 윌리엄 새들러가 이 책에서 말하는 6가지 원칙은 서드 에이지 30년 내내 진행되어야할 원칙이라기보다는 서드 에이지 관문을 통과하는 때에 성찰하고 습관들여야할 원칙이 아닐까 싶다. 30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새들러는 "(1)중년의 정체성 확립하기, (2)일과 여가활동의 조화, (3)자신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조화, (4)용감한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조화, (5)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 (6)개인의 자유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의 조화"를 이야기한 후 마지막으로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도 '혁신(革新)'이 필요하다고 맺고 있다.
다음 2회에 걸쳐 이 6가지 원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논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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