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굴뚝농성에 돌입한지 100일째를 맞은 2015년 3월2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굴뚝(70m)에서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측 ‘경영 개선’ 앞세우며 복직 이행 뭉그적

복직 10% 불과…막노동 전전, 경매 위기까지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와 복직을 합의한 해고 노동자 대다수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정한 직업 없이 복직 투쟁을 벌여왔던 이들은 공사장 막노동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며 사측의 복직 명령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더욱이 일부 복직 대기자는 생계유지가 힘들어지면서 어렵게 마련한 집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어 신속한 구제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차는 구체적인 복직 계획은 언급하지 않은 채 “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등은 ‘사회적 함의’의 성격일 띠고 있는 만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복직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쌍용차와 금속노조 등에 따르면 쌍용차와 노노(쌍용차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15년 12월30일 정리해고 노동자 187명의 복직에 합의했다.

이후 12일 현재 회사로 복귀한 인원은 총 18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2월 이들이 일괄 복직한 후 11개월 동안 감감무소식이다.

169명의 복직은 올해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와 노조는 매월 복직점검위원회를 개최해 복직 규모와 시기 등을 논의하고 있다.

노조는 올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경영 여건이 나아지면 복직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할 뿐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선됐는데

쌍용차는 합의 당시 노조와 공감대를 형성했던 ‘경영 개선’을 앞세우면서 해고 노동자 복직에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와 티볼리에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확인돼 핑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쌍용차가 공시한 최근 3년간 사업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매출액은 2014년 3조3149억원에서 2015년 3조3856억원, 2016년 3분기 현재 2조6279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14년 손실 778억원에서 2015년 영업손실 332억원으로 개선됐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영업이익 200억3880만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4년 -2.34%에서 2015년 -0.98%로 개선됐고 지난해에는 0.76%를 기록하며 플러스로 돌아섰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복직 이행 과정에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며 “사측은 해고 노동자에 대한 빠른 복직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도 “쌍용차 노노사 합의는 ‘사회적 함의’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해고부터 복직 대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복직을 더 늦추는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복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용섭 쌍용차 홍보팀장은 이에 대해 “현재 해고 근로자에 대한 복직 계획은 없다”면서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대형 SUV Y400의 성공 여부에 따라 복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조정 인력으로 2009년 대비 2배 가까운 생산량을 소화하고 있다”며 복직에 회의적인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피폐한 삶

쌍용차 해고 노동자 김수경(56세/남)씨.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둔 그는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일대에서 상가 분양 일을 하고 있다. 상가 분양 계약이 체결되면 수당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그는 1989년 입사 후 20년간 재직하다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2009년 6월8일 정리해고 됐다. 김수경씨는 해고 이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막일’부터 ‘공공근로’, ‘보험’, ‘상조’, ‘농장일’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

요즘 들어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어렵게 마련한 집이 경매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내 집을 마련했던 그해 정리 해고되면서 1억8000만원의 대출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매달 빠져 나가는 이자 60만원을 내기도 빠듯하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일감이 줄면서 최대 3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올 3월로 예정된 아들의 결혼도 미뤄야 하는 것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김수경씨는 “머리가 아프다. 아파트 경매와 아들 결혼 등을 생각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복직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해고 노동자 박정만(52세/남)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는 1994년 쌍용차에 입사해 15년간 한 번도 결근하지 않고, 성실하게 근무(평택 공장 조립 1라인-현 3라인)했다.

박정만씨는 2009년 해고 이후 5년간 복직 투쟁을 하고 4년간은 고향인 전라북도 전주에서 ‘막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요즘은 겨울철이라 일감이 없어 백수다.

그는 현재 경기도 평택시 소재 친구의 원룸에 거주하며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어딜 지원해도 나이가 걸림돌이다.

박정만씨는 “구순의 노모만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면서 “삶이 고단하다. 사측은 빨리 복직을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경씨와 박정만씨의 경우처럼 복직을 기다리고 있는 대다수 해고 노동자들의 삶이 피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쌍용차가 해고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쌍용차는 15억원을 출연해 해고 노동자에게 매달 50만원의 생계유지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2009년 구조조정 된 총 2146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박람회를 한 차례 개최한 것이 전부다.

한편 쌍용차는 2008년 영업실적 악화로 자금난이 심화됐고 이듬해인 1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2009년 2월 쌍용차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쌍용차는 그해 6월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했고 2146명을 감원했다.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한 해고 노동자들은 복직 투쟁에 나섰고, 2012년 1월까지 노조원 엄모씨 등 28명이 농성 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까지 발생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2012년 11월 서울남부지법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해고무효소송은 2012년 1심 패소, 2014년 2심 승소, 같은 해 11월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쌍용차를 인수(2011년 1월)한 마힌드라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2015년 1월 흑자전환에 성공하면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발표했고, 그해 12월 쌍용차 노사가 해고노동자 복직에 합의하면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갈등이 봉합됐다.

쌍용차는 이듬해 2월 해고 노동자 18명을 복직시켰으며 현재까지 추가 복직자는 없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