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체제로 정치 지형이 변화하며 소수정당인 정의당의 입지도 좁아지는 모양새다. (사진=뉴시스)

존재감 절치부심…운신의 폭 어쩌나
‘사회적 약자’ 권익 등 틈새 전략↑

     
[민주신문=강소영 기자] 보수 분열이 정의당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26년 만에 원내 5당 체제가 되면서 비교섭 단체인 정의당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국회가 각종 입법 과정에서 정의당 동의 없이도 법안 상정이 가능한 체제로 개편된 것도 정당 활동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정의당은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 등 틈새 전략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또 4월12일로 예정된 재보선과 대선에서 분위기 꾀한다는 각오다.

10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장외투쟁으로 존재감을 알렸던 정의당이 새누리당 비박계가 주축이 된 (가칭)개혁보수신당이 등장한 후 급격히 입지가 줄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이달과 2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존재감을 보여 줄 수 있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정당별 의석수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121석, 새누리당 99석, 국민의당 38석, 개혁보수신당 29석, 정의당 6석이다. 개혁보수신당이 각종 현안 처리에 합의한다면 정의당 동의 없이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이 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는 의결정족수는 18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혁보수신당이 새누리당과의 다른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야권이 강력 추진 중인 법안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의당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당 활동 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몰고 온 조기 대선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최근 “과거 방식의 후보 단일화 등 일회성 연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노회찬 원내대표와 천호선 전 대표 등 우리당 후보로도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4일 본지와 만나 “14일 열리는 전국위원회를 기점으로 사실상 조기 대선 체제로 전환한다”며 “대선 관련 공약과 독자적 대선 후보 등을 확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념 

정의당은 지난 4.13 총선 결과 당초 목표에 미달하는 6석(지역구 2석, 비례 4석) 확보에 그쳤다. 이에 원내 지위도 19대 당시 원내 3당에 이름을 올렸지만 20대 국회에서는 국민의당에 자리를 내주면서 4당으로 밀렸다. 또 개혁보수신당까지 탄생하면서 5당으로 미끄러졌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해 7월, 여성 혐오 사건으로 촉발된 메갈리아 사태 등으로 인해 당원들이 연쇄 탈당 하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

원내 5당 체제에서 유일한 이념,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의당은 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 등과는 정당의 기본적인 이념부터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정당들이 정치개혁,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4대 개혁에 주력하며 모든 정치 현안을 정치공학적인 관념으로 다가갈 때 정의당은 국민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천의 가능성에 정당의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합리성을 지켜온 정당이기에 존재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며 “우리가 차별화 된 정책이 없는 게 아니라 차별된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통로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의당은 그동안 ‘9시 출근-5시 퇴근제’, ‘복지임금 100만원’, ‘국민 평균월급 300만원’, ‘한국형 모병제’ 등을 주장했다. 또한 당내에 성소수자위원회, 장애인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사회적 소수자들이 직접 정치 현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특히 대기업 규제로 노동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최저임금-최고임금제 보장,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및 청년고용할당제와 청년디딤돌급여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다. 정의당은 “노동자의 경제적 권리가 재벌의 수출실적에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한다”며 “대기업은 경제적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개혁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 목소리를 높아지고 있다.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편 중 독일식 비례대표 정당명부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역구-비례대표 의원을 동시에 선출하되 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하도록 하는 제도로 이를 시행할 경우 소수정당의 입지도 커질 수 있다.

대표적인 개헌파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11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5년 단임제가 아닌 구조로 간다면 다당제가 필요하다”며 “다당제를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가 있어야 하고, 독일의 비례대표제 등도 충분한 참고가 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의 선거구에서 2~3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이 또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용이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승자독식적 소선구제와 분리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득표율에 따른 국회 의석 배분이 제대로 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떠안고 있었다. 승자독식 구조의 현행 제도에서는 한 후보자가 51%로 당선된 경우, 49%의 여론은 무시되는 구조였다.

일례로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정당투표 지지율은 42.8%에 불과했으나, 의석수는 과반이 넘는 152석을 가져갔다. 그러나 20%가 넘는 유권자들이 지지한 군소정당이 국회에서 차지하는 의석수는 지지율보다 훨씬 적어 국회 참여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었다.

선거제도 개편이 될 경우, 정당투표 결과에 따라 정당별 의석비율이 정확하게 지켜질 수 있어 정의당 같은 소수정당도 지금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상 소수정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통로는 무척이나 제한적”이라며 “정치에도 불공정제도가 존재한다. 선거제도 개편과 국회운영제도 역시 깨야하는 정치 개혁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심상성 정의당 대표는 새해를 맞은 1일 신년인사회에서 “정치‧재벌‧검찰‧언론 등 사회 도처에 꽈리를 틀고 있는 부패와 기득권 카르텔을 과감히 청산할 것”이라며 “시대교체를 이끌어내는 과감한 개혁정부를 수립할 것”이라고 대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의당은 14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조기 대선 체제로 전환, 선거기획단을 꾸려 대선 프로세서를 일군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선기획단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를 통해 “국민들이 ‘정의당은 후보가 누구냐’고 묻는다. 저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훌륭한 후보들이 있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이제 국민 여러분께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보여드릴 때다. 대선 승리를 위한 경쟁 명단에 우리 정의당 선수들이 당당히 이름을 올릴 때”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정의당 대선 후보군으로는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거론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을 꺾을 수 있는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한 대변인은 이에 대해 “대선후보로서 정치적 행보를 계속해 왔지만 원내정당 중 소수기 때문에 언론에 노출이 안됐다”면서 “전국위원회 이후 정의당의 대선 후보 행보가 보다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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