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자전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나친 에너지 사용으로 환경오염이 만연한 시대에 친환경적이면서 건강에 도움도 되는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자전거를 즐기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15년 10월 공용자전거 ‘따릉이’를 선보였다. 요즘 서울시내 어디를 가든지 인도 한 편에 비치돼 있는 ‘따릉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시행 1년 만에 160만 건의 이용실적을 달성했다. 기자도 요즘 ‘핫’한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출퇴근에 도전해봤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운영하는 따릉이는 5600여대다. 서울시내 모든 자치구에서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종로·중구·동대문구 등 11개 자치구에 설치돼 있으며 아직 강남이나 서울 외곽에는 설치돼 있지 않다.

따릉이는 어플을 통해 회원 가입을 한 뒤 모바일 결제 후 이용 가능하다. 가격은 1시간에 1000원, 2시간에 2000원이다. 한 주에 3000원, 6개월 1만5000원, 1년 정기권은 3만원이다. 따릉이를 대여해 이용한 뒤 거치대가 설치된 곳이라면 어느 지역에서나 시간 내에 반납만 하면 된다. 24시간 대여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체험 첫날 출근길. 지하철로 종로까지 이동한 뒤 평소처럼 버스로 환승하지 않고 따릉이를 대여해 광화문 인근 지역까지 달려봤다. 마침 버스 환승 정류장 근처인 종각역 1번 출구 앞에 따릉이가 설치돼 있었다. 어플을 통해 미리 따릉이가 비치된 장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도는 물론이고 해당 장소에 대기 중인 자전거 대수까지 상세히 나와 있어 대여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불편해”

어플을 통해 1000원을 결제하고 따릉이를 대여했다. 처음 따릉이에 앉아본 소감은 별로였다. 성인 남성에게는 다소 작거나 불편했다. 맞춤형 자전거가 아니기에 그 점을 감안하고 이용해야 할 것 같다.

동시에 남성, 여성 등 신체 조건을 고려해 2~3가지 형태의 자전거를 비치해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따릉이를 현재의 4배 수준인 2만대까지 확대 설치할 계획이라고 하니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를 비치해 두는 것도 고려해봤으면 한다.

대여 가격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이용하는 사람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자가 생각한 출퇴근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실제로 따릉이를 타고 종로에서 광화문까지 달려본 결과 이용요금이 아까웠다. 출퇴근용이라면 하루 이용권보다는 정기권을 끊고 이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

굳이 따릉이를 탈 필요가 있냐는 의구심도 들었다. 서울 시내는 대체로 대중교통 수단이 잘 구축돼 있고 환승수수료도 저렴하다. 만약 회사 위치가 대중교통이 부족하고 걸어가기에 먼 곳이라면 자전거를 이용할 필요도 있겠지만 현재 따릉이가 설치된 곳을 살펴보면 오히려 편리한 교통시설과 겹치는 곳에 있다.

관건은 대중교통이 미비한 곳에 설치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따릉이를 몇 번 이용해본 적이 있다는 기자의 지인도 “동네에서 심심할 때 왔다갔다 타고 다니긴 좋지만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것은 별로인 것 같다”며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권유했다.

과태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자전거 도난 방지를 위해 엄격한 과태료 제도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이용시간이 30분 초과될 때마다 1000원이 과태료로 부과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주변에 반납할 곳이 없어 몇 시간만 반납을 미뤄도 만원 가까운 돈을 과태료로 물어야 한다. 1년 이용요금이 3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다.

인프라

서울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상당히 위험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자동차와 같이 ‘차(車)’에 해당해 자전거 도로가 없는 일반 도로에서는 도로 맨 우측 가장자리로 다녀야 한다. 인도로 달려도 불법이다.

체험 이틀째. 기자는 광화문에서 1호선 외대앞역 인근까지 10km 구간의 퇴근길에 도전했다. 인도와 차도를 오가며 달려야 했다. 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에서는 도로 주행이 힘들었다. 자전거 체험하다가 사고가 날 수는 없는 노릇. 편집국장의 얼굴이 또다시 스친다. 가장자리에서 달린다고 해도 택시와 버스가 정차를 해야 하는 탓에 자전거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할 수 없이 인도로 올라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곡예 운전 때문에 주변 풍경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린다는 꿈은 저 멀리 떠나보냈다.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과 추운 날씨도 복병이다. 편집국장은 지금 어느 따뜻한 공간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또 한번 울컥.

체험 후 느낀 것은 자전거가 대중교통수단으로서 갖는 위치는 애매하다는 것.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전용 도로가 턱없이 부족하다. 퇴근길 제대로 된 자전거 도로를 보기 힘들었다. 인도에 마련된 자전거 도로로 사람들이 다니는 통에 이용이 쉽지 않았다. 따릉이의 대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전거 도로의 확충이 더욱 필요해 보였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따릉이 이용자의 60% 이상이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하지만 설문결과와 달리 기자가 체험해 본 따릉이는 불만족스러웠다. ‘시민의 발’이라는 취지에 맞게 발전하려면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아 보였다. 앞으로 사업 취지에 맞는 적절한 시스템의 정비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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