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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관리 직원 수, 외주 전과 비슷…월급은 쥐꼬리 인상

하루 평균 7.1건 고장, 더딘 개선…“안전사고 또 터질라”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2016년 5월18일 오후 5시57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9-4 구역 교대역 방면 스크린도어가 고장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외주업체 은성PSD 소속 계약직 직원 김모(당시 20세/남)씨는 현장에 출동해 고장 난 스크린도어 적외선 센서를 고치던 중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건 후 해당 사망 사고가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서울시청과 서울메트로를 향해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김모씨의 작업 가방 안에는 공구와 컵라면이 있었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 때문에 제 때 식사를 할 수 없었던 김모씨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또 열악한 처우(월급 144만원 등)를 생각하면 식사비를 아낄 수밖에 없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재발 방지와 처우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 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

본지가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후를 취재한 결과, 인력과 처우는 제자리걸음을 걸었고, 안전 개선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더욱이 서울메트로는 감추기 급급한 모습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9일 본지가 서울메트로로부터 제출 받은 지하철 안전대책 관련 문건을 분석한 결과, 사망 사고 발생 후 은성PSD와 유진메트로컴 소속 직원 200여명은 서울메트로 무기계약직 직원으로 전환됐다.

직영화 약속은 지켜졌지만 인력 확충은 이뤄지지 않았다. 5일 기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 수는 201명에 불과했다.

처우 역시 소속만 바뀌었을 뿐 별 차이가 없다. 외주 소속 당시보다 30% 가량 임금이 상승했다. 당시 직원 월급은 144만원 가량. 40만원 정도 오른 셈이다.

서울시청 도시교통본부 교통정책과 도시철도관리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종전과 숫자는 비슷하지만 실제 일하는 인력은 늘었다”면서 “당시 외주업체들이 계약직 직원들에게 업무를 부담시켰다”고 해명했다. 이어 “점진적으로 현장 인력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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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언제!

서울메트로의 시스템 개선 노력도 문제다.

구의역 사고 후 잦은 고장 원인으로 지목된 적외선 검지센서를 레이저스캐너로 교체하겠다고 밝혔지만 사고 발생 8개월이 넘어선 지금 교체율은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메트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4호선 121개역에 설치된 적외선 검지센서 9536개 중 1538개가 레이저스캐너로 교체됐다. 비율로 보면 16.12% 수준이다.

더딘 교체 작업은 잦은 고장을 불러왔다. 서울지하철 1~4호선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한해 평균 2607건이다. 하루 평균 7.1건씩 고장이 발생하는 셈이다.

더욱이 공사가 시급히 요구되는 스크린도어 고장 빈도가 높은 역들의 재시공도 이달부터 들어갈 예정이다. 대책 수립 6개월 만이다.

안전대책도 지지부진하다. 서울메트로는 구의역 사고 발생 후 ▲외주업체 직영화 ▲스크린도어 관리 감독 강화 및 시설 개선 ▲스크린도어 관제시스템 구축 ▲안전 캠페인 전개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뤄진 조치는 외주업체 직영화와 일부 시설 개선이 이뤄진 게 전부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더딘 안전개선 작업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놔 빈축을 샀다.

서울시청 도시교통본부 교통정책과 도시철도관리팀 관계자는 “계획대로 센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메트로 홍보팀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과 작업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교체 속도에 한계가 있다”면서 “올 상반기 중으로 지난해 발표했던 안전 확보 대책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부터 철도 관련 공사 때 원청이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5월 구의역 사고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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