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꿈이 현실로” 바뀌는 미래 신기술의 향연 ‘2017 세계가전축제(CES: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 160여개국 38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해 미래 신기술과 제품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첨단 산업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시회답게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다양한 제품과 기술이 소개됐다.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에 걸맞은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차량, VR·AR 제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독일의 자동차부품업체 보쉬는 상업용 홈로봇 ‘큐리’를 공개했다. 큐리는 50cm 정도의 높이에 스피커, 마이크, 카메라, 센서 등을 장착했으며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하거나 음악을 트는 등 인공지능 기능을 갖췄다.

의류브랜드로 잘 알려진 GAP은 ‘드레싱룸 앱’을 발표했다. 소비자가 직접 옷을 갈아입지 않고 앱을 통해 가상으로 입어볼 수 있는 기술이다. 

로봇·증강현실 등 어릴 적 만화영화에서나 보던 꿈의 기술이 점차 우리 앞에 현실화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자율주행차도 화제였다. 

BMW·인텔·모빌아이 등 3사는 일명 ‘자율주행 콘셉트 카’를 공개했다. 자율주행차는 인텔의 자율주행 칩 '고(GO)'와 모빌아이의 고성능 컴퓨터 비전 칩 'EyeQ5'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도로 위 모든 정보를 수집·분석해 2020년까지 정교한 자율주행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도 자율주행차 기술의 선두주자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로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자율주행 시연에 나섰다.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분류한 5단계의 자율주행 기준 레벨에서 레벨 4 판정을 받았다. 

레벨 4는 기술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이밖에도 작고 휴대성이 뛰어나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이오닉 스쿠터’ 콘셉트 모델도 공개했다.

이밖에도 이번 행사에는 140여개 이상의 한국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삼성 vs LG

‘CES 2017’에 참여한 한국 기업 중 삼성과 LG전자의 대결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 전자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국제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CES에서의 반응과 평가에 따라 앞으로의 사업 성패와 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는 만큼 양측의 기싸움은 대단했다.

삼성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킵메모리 얼라이브 센터에서 ‘2017년형 TV 신제품’인 QLED TV를 공개했다. 

QLED는 나노 크기 반도체인 퀀텀닷 입자에 메탈 소재를 첨가하는 기술로 입체감과 밝기를 높임과 동시에 다양한 색감을 표현해 궁극의 화질을 구현해낸 기술이다. 

삼성은 QLED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LG가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OLED TV와 비교 시연을 하며 LG를 자극했다.

이에 LG도 반발하고 나섰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4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QLED가 백라이트 없는 자발광이 아닌 이상 결국 LCD TV 종류이므로 LCD의 단점들을 그대로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TV업계에서 어떤 디스플레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장 주도권 승부가 갈릴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두 회사가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차세대 시장 싸움을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핸드폰 시장에서의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은 CES에서 갤럭시A 시리즈를 공개하고 중저가 핸드폰 시장 점령에 나섰다. LG전자 역시 이번 행사에서 중저가 모델인 ‘2017년형 K시리즈’ 4종과 ‘스타일러스3’ 모델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갤노트7 단종이라는 이슈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중저가 라인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사별로 차별성을 두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 총출동

세계의 핵심 기술과 제품들이 소개되고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인 만큼 한국의 재계 총수들도 총출동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4일(현지시간) 열린 CES 컨퍼런스에서 발표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현대차의 미래비전을 선포했다. 

3년째 CES를 방문한 정 부회장은 세계 무대 전면에 나서면서 미래차 시장 선도를 위한 광폭 행보를 보였다.

미래기술이 네트워크·통신 기술에 기반하는 만큼 국내 통신업계 3사의 CEO들도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다. 이들은 ICT 기업 부스를 방문하고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신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 CES의 최대 화두인 커넥티드 카,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VR·AR) 등 통신과 미디어 분야에서의 주요 기술도 살폈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과 LG의 대결이 주목받았지만 두 기업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조성진 LG그룹 부회장은 행사에 참석해 간담회를 갖고 LG전자의 경영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출국금지 조치로 인해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특검팀이 비리 의혹에 연루된 삼성그룹의 핵심 관계자인 이 부회장의 출국을 금지했기 때문.

두 기업의 엇갈린 행보가 앞으로의 사업 성패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과 전장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에서 총수가 글로벌 행사에 직접 참석해 얼굴을 비추는 대외활동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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