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 행동에 ‘민주주의 위기’ 우려

 

‘극단적 보수집단’이라는 평가를 받는 모임이 있다. 2006년 5월 8일, 60대 이상의 노인들로 결성된 ‘대한민국 어버이연합회(이하 어버이연합회)’가 바로 그것. ‘어버이연합회’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국민에게 전파하고 사랑을 나눔으로 밝은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기치로 출범했다. ‘보수 세상, 진보 척결’, ‘반(反) 북한’ 등의 가치관으로, 이러한 사상이 대한민국 사랑으로 직결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DJ 가묘 훼손 퍼포먼스
 
그러나 최근 어버이연합회은 출범 당시의 기치와는 사뭇 배치되는 활동으로 세간의 비난과 질타를 한 몸에 받으며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 각종 여론과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는 어버이연합회 존폐여부에 대해서 심각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지난 한 해 어버이연합회의 활약상(?)을 되짚어 보자면, 2009년 4월 6일, ‘북한 미사일발사 도발 규탄 및 UN 안보리 대북제재 강력 대처 촉구’ 긴급 기자회견장에 찾아와 미사일 모형과 인공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 등을 불태우고 경찰에게 불붙은 피켓과 각목을 휘둘러 현장에서 어버이연합회 회원들이 경찰서에 끌려갔다.

또 같은 해 6월 4일에는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 현장에 찾아가 성명에 반대의 뜻을 밝히며 발표장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의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틀 뒤인 같은 달 30일에는, 모 일간지와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한 ‘2009 희망 만들기 촛불 1년,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토론회장에서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어버이연합회 사무총장이 20대 여성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모습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오르며 본격적인 논란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됐다.

2009년 10월 19일, 시민단체 모임인 ‘희망과 대안’ 창립식에서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인사말이 끝나자 어버이연합회 회원 50여명이 장내로 들어와 “애국가와 국민의례를 제창하지 않는다. 빨갱이 모임을 당장 취소하라”고 고성을 질렀으며,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 가서는 ”당신들은 왜 이 자리에 있느냐. 김대중 같은 공산당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희망과 대안’ 관계자들이 서둘러 장내를 빠져나가자 어버이연합회 모임 회원들은 단상 위를 점령한 뒤 “우리의 승리다.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9월 10일에는 국립현충원 정문 앞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를 파헤치는 충격적 퍼포먼스도 선보였는데, 이는 어버이연합회에 대한 반발세력을 급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주주의 위기’ 우려 목소리
 
적지 않은 언론매체가 어버이연합회의 실상을 보도, 비난했고, 이는 인터넷으로 빠르게 퍼져 수많은 악플러들을 생산(?)해냈다.

실제 대한민국 어버이연합회의 이름을 건 인터넷 카페에서는 실제 회원들과 네티즌들 간 실랑이가 끊이질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카페의 게시판을 통해 ‘모임 해체를 촉구하라’, ‘애국의 뜻을 변절시키지 말아 달라’ 등의 의견과 ‘앞뒤가 꽉 막힌 노인들’, ‘당신들은 활동하는 게 애국이 아닌, 집에서 쉬는 게 애국이다’는 식의 인신공격성 폭언까지 담은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연합회의 배후에 대한 의심을 드러낸 글들도 종종 눈에 띈다. 한 네티즌은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정치세력의 뒷돈을 받고 용역깡패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차라리 희망근로라도 신청해서 일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어버이연합회 회원들은 ‘젊은 것들이 역사도 모르면서 말하지 말라’, ‘우리는 나라를 사랑하고 애국하는 길을 가고 있다’고 반론하고 있다. 어버이연합회 이강성 회장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자신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저주가 내릴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입장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어버이연합회 측의 행동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논조를 드러내고 주장할 자유로운 권리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이 단체의 행동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자신들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행사에 찾아가 방해하고 심지어 폭력까지 사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고 위기로 내모는 극단적이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어버이연합회는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다. 그들의 극단적 보수 성향 행동에 대한 이유나 배경에 대해 취재를 요청했지만, 끝내 연락을 회피했다.
강신찬 기자
noni-j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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