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창가도 떨게 만드는 바이러스

 
국내에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플루)의 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국의 학교가 개학을 늦추고 폐강을 앞당기고 있다. 지하철이나 공항, 버스 정류장 등 인파가 몰리는 곳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마스크족’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형건물 1층에는 소독기가 따로 마련돼 있어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줄을 서서라도 손을 소독한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신종플루를 예방할 수 있다는 신종 예방 아이템들이 계속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신문과 뉴스는 매일 신종플루의 확산과 공포에 대해 보도한다.
 
“사창가 가기 꺼려져”
 
신종플루가 만들어낸 신 풍경, 신 풍속도는 이제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심지어 신종플루는 사창가나 봉사활동 단체, 사형수들의 종교모임 등에도 영향을 미쳐 또 다른 신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성 집결지(사창가)에서 일하는 윤락녀들과 손님은 신종플루에 특히 예민하다. 경제침체와 성매매단속특별법 등으로 가뜩이나 ‘우울모드’에 있는 윤락가는 신종플루라는 폭탄을 한 방 더 맞게 된 것이다. 많은 남성과 타액, 몸 등을 섞을 수밖에 없는 윤락녀들은 신종플루의 감염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어 적극적인 구애를 하기 힘들고 작은 감기에도 항상 신종플루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 이를 아는 남성들도 윤락녀와 성관계 시 반드시 성 보조기구를 착용하는가 하면, 아예 발길을 끊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청량리역 인근에 있는 집창촌인 일명 ‘청량리588’에 일하는 윤락녀 유나(가명·26) 씨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뉴스에서 사람들이 사망한다는 소식을 계속 접하니 이제 남일 같지가 않다”며 “예의상 마스크를 쓰고 윤락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 같아서는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싶다”고 심정을 고백했다. 이어 유나 씨는 “남성손님들의 발길도 조금 끊긴 것 같다. 며칠 전에는 마스크를 쓰고 들어와서 나갈 때 까지 벗지 않는 남성도 본적이 있다”며 경험담을 이야기 했다.

동대문구 이문동에 거주하는 이모(25·대학생) 씨도 신종플루가 유행한 뒤 집창촌에 잘 가지 않게 됐다고 고백했다. 직업상 많은 남성들과 만나야 하는 여성과 함부로 관계를 맺었다가 자칫 신종플루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씨는 “사람이 밀집된 공간보다 오히려 사창가가 신종플루에 더 위험할 것이라고 판단 한다”며 “사창가  뿐만 아니라 단란주점 같은 유흥업소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봉사활동 단체의 발길도 끊길 위험에 처했다. 보통 한겨울이 찾아오면 봉사활동 단체는 달동네나 빈민촌 등을 찾아 따뜻한 손길을 내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종플루가 인구밀집공간이나 지역에서 간단한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확률이 높다는 소식이 상식처럼 여겨지자 몇 개의 봉사활동 단체는 서로의 안전(?)을 위해 봉사활동 자체를 금하고 있는 실정이다.

J대학교의 봉사활동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K(22)양은 “대학교에 입학해서 3년 째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었지만 올해만큼 활동을 소극적으로 한 적은 없었다”며 “특히 겨울에는 전기장판이나 음식 전달 등 할 일이 더 많아지기 마련인데, 여러 봉사활동 안내 관련 단체에서 문의 전화가 와도 대부분은 ‘나가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K양은 명색이 봉사활동 동아리가 몸을 사리는 것도 문제지만 오히려 보육원이나 장애인학교 등에서도 신종플루를 이유로 봉사활동 단체를 꺼리고 있는 곳도 있다고 설명한다. K양에 따르면 신종플루에 특히 민감한 몇 개의 보육원, 노인정, 장애인학교 등의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면역력이나 몸이 약한 이들에게 외부사람들이 찾아오게 되면 신종플루에 노출돼 감염될 위험이 크다며 봉사활동을 극구 사양한다고 말한다. 신종플루는 사람과 사람간의 따뜻한 온정도 잿빛으로 만들어버렸다.
 
교도소 종교 모임 취소
 
뿐만 아니다. 사형선고 판정을 받은 사형수들의 유일한 탈출구인 교도소 내 종교 모임도 몇 주째 모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약 한 달 전 서울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40) 씨의 자살에 이어 지난 10일에도 대전교도소에서 사형확정을 받은 사형수 김모(42) 씨까지 자살을 시도한 뒤여서 사형수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매주 화요일 서울 구치소에 찾아가 사형수들과 개신교 모임을 갖는 ‘사형수의 대모’ 조성애(78) 수녀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 수녀는 “다시 불거진 사형제존폐논란 때문에 사형수들이 더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신종플루 때문에 몇 주째 종교 모임이 취소되고 있다. 하루빨리 만나서 서로 격려하고 기도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속상하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현재 구치소는 신종플루로 인해 종교모임도 연이어 취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접견도 힘든 상황이다.

결혼식, 돌잔치 등의 행사가 끝난 뒤 뷔페가 아닌 국수나 갈비탕을 먹겠다는 손님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청주시의 한 웨딩홀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는 오모(27) 씨에 따르면 신종플루가 유행한 올해 뷔페를 취소하고 잔치국수로 행사 메뉴를 변경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한다. 오씨는 “작년에 예약한 몇 개 팀이 신종플루를 이유로 뷔페를 취소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뷔페는 상대방의 타액이 섞일 위험도 적고 위생관리가 잘 돼있다. 찌개도 같이 먹는데 잘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12일 유사환자 분율(ILI,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유사증상자수)이 18.49로 12월 첫째주인 22.42보다 17.5% 감소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신종플루 감염 감소 이유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현재시점에서 언제 또 다시 신종플루 감염자가 급증할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있다. 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신종플루 조기 예방이 감염 확률과 감염자 수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말할 뿐이다.
강신찬 기자
noni-jjang@hanmail.net
 
 
 
신종플루 덕에 ‘대박’
목캔디 매출액 10% 상승

올 한해 인기아이템을 꼽으라면 당연 돋보이는 것은 ‘신종플루’와 관련된 상품들이다. 신종플루 조기 예방, 면역력 강화와 관련해 출시된 상품 중 가장 두르러지게 인기를 끈 것은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사탕과 초콜릿이다.
롯데제과는 신종플루가 확산되자 모과 추출물을 넣은 목캔디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롯데제과가 자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목캔디의 매출액은 13억3,000만원으로 작년 대비 10%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모과는 신종플루 감염 면역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목캔디에는 팔각회향이라는 성분도 들어가 있는데, 팔각회향은 타미플루의 원료로도 쓰이고 있다.
홍삼도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자 한국인삼공사는 지난 17일 ‘레네세 홍삼 초콜릿’이라는 상품을 내놓았다. 아직 출시초기라서 판매량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담배인삼공사측은 ‘홍삼을 먹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출시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돼지도 신종플루 백신 접종
신종플루 감염 돼지 9곳에서 발견

국내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된 돼지가 추가로 발견되자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는 전국 9개의 양돈장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된 돼지가 추가로 확인 됐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전국 5개 양돈장에서 감염돼지가 첫 발견된 이후로 이 틀 만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신종플루에 감염된 양돈장은 지역별로 경북 군위, 경주, 영천, 경산 등 5개 농가와 경기 파주, 전남 장성, 경남 고성, 제주에서 각각 1개 농가다. 이 9개의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는 총 1만9,000여 마리다.
농식품부는 가축방역협의회의 결정대로 이 돼지들을 3주간 이동제한 조치시키고, 정밀검사를 마친 뒤 이상이 없으면 유통시킬 계획이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지난 5월부터 전국에 있는 3,006개의 양돈 농가에 신종플루 감염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었으며 지난 14일 처음으로 감염 돼지가 발견됐다. 지금까지 농식품부가 모니터링 해온 농가는 2,500여개. 녹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연말까지 나머지 500개의 양돈 농장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끝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농식품부는 신종플루에 걸린 돼지의 감염경로와 발생양상 등을 분석해 (돼지에)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할 것이라고 결정했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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