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노사협력기금의 실체...리베이트 공방


 

▲ 철도청과 우리은행이 2003년 11월 14일 체결한 "협력사업추진에 관한 약정서". 이 약정에서 갑인 철도청은 "을" 우리은행에게 철도발전 및 직원복리시설 지원 등의 명목으로 거의 일방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이에 응했다.

철도공사가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으로부터 각종 명목의 협력기금을 받으며 후생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드러나 리베이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철도공사의 전신인 철도청(김세호 청장)은 지난 2003년 11월 14일 우리은행(이덕훈 행장)과 협력사업추진에 관한 약정을 체결했다. 이 약정에 따르면, 철도청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간 해마다 70억원씩 모두 350억원의 협력기금을 받는다.

이 돈은 철도공사가 우리은행에 자금을 예탁하는 데 대한 사실상의 ‘대가성’ 금액이라는 성격이 짙어 리베이트 논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철도공사 측에 따르면, 2003년 5개 큰 시중은행이 당시 철도청의 거래은행 선정 공고에 응찰했고, 이 가운데 우리은행의 조건 제시가 가장 이득이 된다는 철도청의 판단에 따라 우리은행이 거래은행으로 선정됐다.

철도공사 임직원들은 해외연수·여행 경비를 여러 관련 업체로부터 충당해왔다. 일종의 관행이었다.

철도공사가 임인배 의원에게 제출한 2003년부터 2005년 6월까지의 임직원 출장현황 자료에 따르면, ▲그린소프트 ▲EMD/GMC ▲(주)태양중공업 ▲신우이엔지(주) ▲삼성전자(주) ▲(주)혁신전공사 ▲(주)코웰시스넷 ▲독일 지멘스사 ▲미국 모토로라 ▲(주)선도종합무역 ▲일본 미쓰비시전기(주) ▲(주)Flankwoods Korea ▲우리은행 등이 지원경비 부담 업체들이다.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한 감사원은 지난 2003년 6월 철도청의 이 같은 관행을 문제 삼았다. 당시 감사원은 “해외연수는 공무국외여행 관련 업무 예규를 엄격히 적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철도청 임직원들의 해외여행 경비지원 대상이 바뀌었다. 위에 열거한 협력업체들의 회사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03년 7월부터 지원경비 항목에는 협력업체명이 아닌 ‘철도청’이란 이름이 계속 나오다가 2004년 7월부터는 우리은행이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철도청은 지난해 7월 7일부터 30일까지 ‘현장직원특별해외연수’를 실시했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연수 대상지였다. 총 5회에 걸쳐 진행된 연수에는 매회 21명씩 모두 105명이 참여했다. 여기에 쓰인 경비는 5억원 가량. ‘우리은행 노사협력기금’이란 명목이었다.

생소한 이름의 ‘우리은행 노사협력기금’은 과연 어떤 돈일까?

이 돈은 2003년 11월 철도청과 우리은행이 맺은 ‘협력사업추진에 관한 약정’ 체결에 따라 철도청이 우리은행으로부터 받은 2004년치 70억원 중 일부였다. 이 약정은 철도청이 우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선정한 뒤, 우리은행과 맺은 계약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거래를 터 줬으니까 너희들도 뭔가를 내놓으라는 식의 거래관행에 따른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맺어진 계약이다 보니, 그 내용은 우리은행이 철도청을 일방적으로 돕는 모양새가 됐다.

양자간의 체결 약정서를 보면, 제1조에 ‘을’(우리은행)은 ‘갑’(철도청) 직원의 복리, 후생 증진 등을 위한 관련 시설 건립과 철도 발전을 위하여 약정 기한 내 350억원(2004~2008년)을 지원하되, 연도별 지원규모 금액 중 일부를 ‘갑’의 사업추진 상황에 따라 선집행 또는 연도 이월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우리은행은 철도청이 요구하는 직원복리시설을 건립해 기부채납 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이 약정은 ‘상호 협력’의 차원이 아니라 철도청에 대한 우리은행의 ‘일방적인 퍼주기’ 형식으로 체결됐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제2조. 철도청이 부대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회사를 신설하면 철도청이 요청하는 경우 우리은행은 관계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일정 규모를 출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철도청의 사업추진과 관련한 대내외 금융주선 업무를 우리은행에게 위임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돼 있다.

유전개발의혹사건은 철도청이 KCO라는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계약에 따라 우리은행은 KCO가 주도하는 유전개발 사업에 비상식적인 금융 지원을 한 것 때문에 현재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유전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철도청은 공적자금이 많이 투입된 이유 때문에 정부의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는 우리은행을 미리 점찍어두고 있었다”면서 “우리은행은 유전개발에 적극 협조하는 대신 철도청을 둘러싼 정치세력들로부터 온갖 혜택을 보장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철도청의 주거래은행으로 선택된 것이 350억원의 돈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은행의 한 간부는 “철도청의 거래은행으로 선정되면서 돈이 좀 들어갔지만 그만한 이득이 있으니까 그런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우리은행으로부터 받는 돈을 ▲사내경영대학원 교육과정(11억3,500만원) ▲현업직원해외연수 등(4억8,400만원) ▲무창포수련원 건립(44억3천,200만원) ▲서울역 문화전시관(10억2,800만원) ▲낙산연수원 건립(280억원) 등에 쓸 계획이다.

임인배 의원은 우리은행이 철도공사에 제공하기로 한 350억원에 대해 “일반적으로 은행이 주거래은행 유치를 위해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에 의한 것이고 해당 금융기관이 자체적인 손익 분석과 기타 거래 여건 등을 감안한 영업전략적 판단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국민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철도공사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철도공사 경영관리본부 간부 A씨 인터뷰]
“우리은행의 영업전략 차원”

철도공사가 2003년 11월 우리은행과 맺었던 ‘협력사업추진약정’의 책임실무자는 현재 철도공사에 재직하지 않았다. 철도공사 경영관리본부 간부 A씨에 따르면, 철도공사의 노사협력기금 마련을 계획했던 사람은 당시 재무과장이었던 조연휘씨.

조씨는 지난해 철도공사가 유전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세운 자회사인 코리아크루드오일(KCO)의 감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철도공사를 떠났다. 조씨는 철도재단 부이사장직도 겸했다.

A씨는 철도공사가 우리은행으로부터 노사협력기금 350억원을 받기로 체결한 것에 대해 “우리은행으로부터 복지 관련 건물을 기부 받은 것”이라고 했다.

또 이는 철도공사가 자금을 우리은행에 예탁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대가라면서 “시중은행들 가운데 우리은행이 제시한 조건이 제일 이득이 된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같은 체결에 대해 “우리은행의 영업전략 차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우리은행으로부터 노사협력기금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받는 체결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나.

▲주거래은행 약정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고, 경영관리본부에서 이 일을 했다. 당시 우리은행으로부터 노사협력기금을 받는 계획을 세웠던 사람은 현재 퇴직하고 없어서 당시 계약과 관련해 자세한 설명을 해줄 사람이 마땅치 않다.

-당시 체결 실무 책임자가 누구였나.

▲재무과장이었던 조연휘씨다. 유전개발 관련 자회사로 나갔다가 문제가 터지고 난 뒤 지금 특별한 직을 맡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계약 상황에 대해 책임있게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인가.

▲계약을 한 곳과 돈을 실제로 쓰는 곳은 다르다. 후생복지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내역은 그 쪽에서 관할한다. 우리은행한테 돈 받은 것은 철도청이 우리은행으로부터 복지 관련 건물을 기부 받은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우리은행으로부터 돈이 얼마나 들어왔나.

▲해마다 70억원씩 받는 것으로 해서 지난해 70억원이 들어왔고, 올해는 아직 들어온 돈이 없다.

-철도공사가 당시 우리은행과 그런 계약을 맺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은행들을 상대로 공고를 했다. 철도공사의 자금을 예탁을 한다는 조건으로 주거래은행과 약정을 한 것이다. 국민, 조흥 등 큰 5개 시중은행이 다 와서 응찰했다. 그러면서 (철도공사에) 조건을 제시한 것이고 (철도공사는) 그 중에 우리은행이 제시한 게 제일 이득이 된다고 본 것이다.

-철도공사가 우리은행으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기는가.

▲개인적인 의견을 내세우기가 좀 그렇지만, 상호간에 이득을 따져보고 결정했던 체결이라서 뭐라 말하기가 곤란하다. 돈을 준 쪽은 우리은행이고 이것을 그 은행의 영업전략 차원으로 불 수 있을 것 같다.

-철도공사의 국외연수 지원경비 항목에 우리은행 외에 ‘코아계약사업비’라는 항목이 나오
는데, 이게 뭔가.

▲프랑스 떼제베 쪽 철도 차량 만드는 회사에서 나온 돈으로 알고 있다. 중요 부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철도공사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다.


[우리은행 간부 B씨 인터뷰]
“계약 어떻게 맺었든 우린 수익이 나니까…”

우리은행 측은 철도공사와의 ‘협력사업추진 약정’ 체결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철도청 유전사업의혹사건 특검 수사 대상이란 점 때문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철도공사와의 계약에서 불거지고 있는 우리은행의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면서 수익창출을 위한 마케팅 차원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간부 B씨는 “상대방(철도공사) 측에서 통상 먼저 (우리은행 측에) 어떤 것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서 “철도공사와 했던 계약에서 금액이 좀 들어갔다”고 했다. B씨는 또 “어떻게 계약을 맺었던 간에 수익이 나니까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B씨와의 일문일답.

-철도청과 협력사업추진 약정을 맺게 된 경위에 대해 말해달라.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싶다. 현재 우리은행이 특검을 받는 피감 측이라서 많은 부분에 대해 세부적으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검찰에서 자제를 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있고 해서….

-우리은행이 철도청의 주거래은행이 된 데 따른 사실상 ‘리베이트’라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리베이트성이라던가 기타 오해를 살만한 게 당시 계약이 여러 곳에서 입찰에 응했기 때문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은행들이 공동으로 나서서 선정을 받는 형식이다 보니까 일반적으로 (선정하는 쪽에서) 요청을 해온다. 어느 정도 금액을 거래 해줄테니까 당신들은 어떤 것을 해줄 수 있느냐는 식이다.

-이럴 경우 은행은 주로 뭘 해주나.

▲우리 쪽에서는 금리 할인이라던가 여신을 원활하게 해준다던가 이렇게 해준다. 그 외에 마진이 안 남을 정도로 할 수는 없다.

-우리은행은 철도청에 거액을 주기로 계약하지 않았나.

▲철도공사와 했던 계약에서는 금액이 좀 들어갔다. 은행은 서비스 기관이 아니다. 수익을 창출해야 할 기업으로 봐주면 이해하는데 편할 거다. 수익이 나야지만 서비스 영업을 할 수 있다.

-한 두 푼도 아니고 350억원이란 금액을 주기로 한 것에 대해 납득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계약을 어떻게 맺었던 간에 우리로서는 수익이 나니까 계약을 맺은 것이다. 거래처를 선정하면서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까 그런 계약을 한 게 아니겠나. 예를 들어 청계천 복원 기념한다고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교량, 벽화 이런 것 기증했다. 우리도 했다. 이것은 영업 마케팅 차원이다.

-아무리 영업전략 차원이라고 해도 그런 관행은 지양돼야 하지 않겠나.

▲관행이라던가 또 외부에서 리베이트다 이런 식으로 말하자면 이를 받아들이는 이들이 오해를 살 수 있다. 관행이 아니고 이것은 분명한 계약이고 거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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