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조영곤 기자] 자동차업계가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마무리했다.

폭스바겐 연비조작 파문과 현대자동차의 내수점유율 40% 붕괴,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마케팅 전략 전면 재수정 등 이슈가 끝이지 않았던 것.

본지는 지난해 38회 걸쳐, 국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신차를 시승한 후 더 하지도 빼지도 않은 솔직담백한 시승기를 게재해 왔다.

주간신문 최초의 연재 시승기에 자동차를 제공한 브랜드는 현대자동차와 BMW, 볼보, 아우디, 로터스, 피아트, 혼다, 포르쉐, 크라이슬러, 기아자동차, 링컨, 쌍용자동차, 포드 등이다. 차종 역시 세단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츠카까지 다양했다.

시승을 진행하면서 명불허전이라는 찬사를 끌어낸 차량도 있었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 경우도 있었다.

2017년 정유년 역시 보다 많은 브랜드의 따끈따끈한 신차 시승이 이뤄지길 기대하며 ‘리얼 드라이빙 토크’를 장식한 차량들 중 부문별 대표작을 선정했다(매우 주관적임을 밝혀둔다.).

신사의 품격-제네시스 G80

신사의 품격부문에는 제네시스 G80을 뽑았다. 이 차량은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세단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범시킨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한 축이다.

전작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완성도가 높았다. 현대차를 흉기차로 부르던 이들도 ‘제네실수(실수로 잘 만든 차)’라며 상품성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던 게 엄연한 사실.

G80은 전면부 다크 크롬 가니쉬를 적용했다. 풀 HD 헤드램프는 단순하게 처리됐던 안쪽 테두리를 섬세하게 다듬었다.

측면부는 신규 디자인의 19인치 휠을 통해 세련미를 극대화했다. 후면부는 리어 범퍼 부위의 언더커버에 크롬 몰딩을 적용해 고급감을 강화했다. 전체적으로 역동성이 돋보인다. 짧은 오버행은 달리기 실력을 뽐내는 듯하다. 휠베이스는 3m가 넘는다.

G80의 실내 공간은 수평적 레이아웃의 편안하고 넓은 실내공간을 바탕으로, ▲클러스터 ▲기어 노브 ▲스피커 그릴 ▲아날로그시계 등 실내 주요 부위의 정교한 디자인 변경과 고급 소재를 확대 적용했다. 감성 품질을 극대화하는 등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시동 당시 공회전에서의 소음을 체크했다. 정숙했다. 에어컨을 켜 놓은 송풍구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진동도 지적할 사항이 아니다.

엔진 회전수를 높여봤다. 역시나 조용하다. 고급 세단의 절대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소음과 진동을 잡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주행 중 정숙성도 대단하다. 시속 30~70㎞ 구간에서는 노면을 타고 올라오는 타이어 마찰 음 정도만 들린다. 시속 100㎞ 구간에서의 풍절음도 심하지 않다.

전체적인 주행 질감은 묵직하다. 균형이 잘 잡혔다고 해야 할까. 힘으로만 밀어 붙이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도 차체가 가라앉는다는 느낌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다. 간헐적으로 튀긴 하지만 부드러운 변속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체도 부드럽다. 하체는 진동을 아주 잘 흡수하고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만든다.

G80은 국산 럭셔리 세단의 진일보를 느끼게 했다.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바로 연비다. 시승 기간(3박4일) 동안 기록한 연비는 공인 연비에 못 미치는 ℓ 7.8㎞를 기록했다.

남심 저격자-BMW X6 M50d

남심 저격자부문은 BMW X6 M50d이다. 남심을 저격하는 절대 요소를 모두 갖춘 요물이다.

제로백 5.2초. 최고 안전속도 250㎞/h. 도로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서스펜션. 근육질의 몸매까지 무엇 하나 빠짐이 없다. ‘으르렁’거리는 숨소리는 잠자고 있던 감각을 깨운다.

스티어링휠을 잡는 순간, 원빈과 정우성 등 세상 그 어느 섹시가이도 부럽지 않은 겁 없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그만큼 남심을 제대로 흔들어 놓는 머신이라는 얘기다. 전면부는 좌우로 커진 헤드라이트와 카드니 그릴을 적용해 탄탄한 근육질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초보 운전자 등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인 360도 서라운드뷰와 주차거리 경보 장치다. 360도 서라운드뷰는 후진시 영상으로 차량의 전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세계적인 음향기기 브랜드 뱅앤울룹슨 하이앤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압권이다. 실내를 울리는 스피커의 전율. 질주와 사운드의 결합에 심장이 쿵쾅쿵쾅이다.

X6는 최신 트윈 파워 터보 기술이 적용된 신형 엔진이 장착됐다. 고성능인 M50d에는 트리플 터보차저 기술이 적용됐다. 최고 381마력과 최대 75.5㎏·m의 힘을 발휘하며 제로백(0→100㎞/h)은 5.2초다. 전 트림에는 스텝트로닉 8단 스포츠 변속기가 기본 탑재됐다.

시승 당시 놀랐던 점은 이게 디젤이 맞나 싶었던 것. 아이들링 즉, 정차 중 소음이 전혀 디젤답지 않다. 승차감도 좋다. 적당히 딱딱한 것이 독일차답다.

고속주행에서의 짜릿함은 표현할 방법이 없다. 더 달리라고 채근한다. 가진 힘을 모두 쏟아낼 수 있도록 운전 실력을 발휘하라는 것 같다.

M50d와 같은 머신에게 연비가 아쉽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복합연비가 10.7㎞/ℓ라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총평. X6 M50d에게 미안하다.

국내 도로 여건 때문이다. 곡선 주로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속도감을 제대로 느끼는데 2%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쭉 뻗은 도로를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튼 X6는 제대로다. 남심을 저격하는 요물이 맞다. 가격(1억120만원~1억4160만원)만 빼고.

아빠가 최고-카니발

아빠가 최고부문에서는 가족과 함께 나들이 떠날 때 최고의 안락함을 선사한 기아자동차의 카니발을 뽑는 게 당연했다. RV는 수입 브랜드를 포함해 50여종이 넘는다.

가족의 레저를 책임(?)져야 하는 아빠(가장) 입장에서는 차종 선택부터 고민이다. 브랜드에 의존하거나 가격만 따지다 보면 가족과 떠난 여행길은 ‘축제’가 아닌 ‘지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핑을 즐기는 기자 역시 앞서 언급한 아빠들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현실적 로망인 카니발이 정답이라는 생각. 철저하게 현실적인 부분만 살펴봤다.

승차감과 안전성, 편의사양 등에 집중했다는 의미다. 또 4인 가족 탑승과 각종 캠핑 장비 등 나들이 용품이 수납된 상태에서의 운행 능력을 꼼꼼하게 따졌다.

카니발은 품격을 높였고, 실내 거주성과 편의성에서 진일보했다. 시승 차량은 9인승 모델이다. R2.2 E-VGT 디젤 엔진이 적용돼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에 전륜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탑승인원은 성인 4명. 캠핑장비는 텐트 2동과 타프쉘 1동, 화롯대, 화롯데 테이블, 키친 테이블, 침낭 등 두 가족(8명 기준)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3열과 4열(팝업 싱킹 시트)을 접자, 테트리스 고민 없이 장비를 대충 던져 넣어도, 후방 시야가 확보됐다.

시동버튼을 누르고, 속도를 높이면서 저도 모르게 고개가 갸웃거렸던 기억이 인상적이다. 과연 이 녀석이 내가 알던 카니발이 맞던가. 소음과 진동을 확실하게 잡았다.

종전 모델은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아차’하며 뒷좌석을 바라보게 했다.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3열 탑승객은 공중부양 후 외마디 신음을 토해냈었다. 하지만 개과천선했다. 3열 좌석(장비 적재 전 주행 시험)까지 대화(목소리 톤을 살짝 올려야 했지만)가 가능했고, 더 이상 공중부양도 신음도 없었다.

가속능력도 수준급이다. 시속 140~150㎞까지 거침이 없다. 오르막 구간에서도 힘이 부족하지 않다. 사실 운전자 입장에서 자꾸만 뒤에서 잡아끄는 느낌이 들 때마다 운전의 맛이 확 떨어진다.

성인 4명이 탑승하고, 무지막지한 캠핑 장비를 적재한 미니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힘이다. 카니발과 함께라면 365일 언제나 ‘축제’다.

시선 종결자-에보라 400

온 몸을 휘감은 선 굵은 라인이 섹시한 자태를 뽐내는 영국 로터스 수제 스포츠카 ‘에보라 400’이 시선 종결자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에보라 400’은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이 깃든 디자인이 압권이다. 전작인 ‘에보라 S’가 단정한 느낌이라면 이 녀석은 음. 뭐랄까. 최근 유행하고 있는 ‘크로스 핏’으로 몸을 단련한 ‘섹시 가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전면부는 전작 대비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가 한 눈에 들어온다. 굵직한 선들이 강력한 이미지를, 후드의 로터스 앰블럼도 디자인 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 LED 주간 주행등을 장착해 세련미를 더 했다. 측면부는 두 말하면 잔소리. 섹시 그 자체다. A필러부터 C필러까지 군더더기가 없다.

후면부 역시 강렬하다. 기존 4개의 원형 램프가 2개로 줄어들면서 한층 간결해진 모습이다. 리어 스포일러의 디자인도 변했다.

범퍼 중앙에 자리 잡은 배기구와 대형 디퓨저는 스포츠카의 매력을 더욱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에보라 400’은 미드십에 탑재한 V6 3.5L 슈퍼차저 엔진에 최고 400마력, 최대토크 42㎏.m를 자랑한다. 최고 속도 300㎞/h, 제로백 4.2초. 로터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졌으니 긴장하는 것이 그렇게 자존심 상할 일은 아니다.

가속 페달에 살짝 발을 대자, 먹잇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야수 같다. 방심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녀석의 ‘으르렁’ 소리에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시선은 정말 제대로 즐긴 것 같다. 다들 시선을 쉽게 떼지 못한다. 쉽게 보지 못한 디자인 실루엣과 맛깔스러운 사운드에 반한 모습이다.

‘에보라 400’은 시승 내내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몸값(옵션 제외/ 수동변속기 기준 1억4900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포르쉐 등과의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허언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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