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정치에 ‘천군만마’ 역할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과 참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직접 총선에 출마해 당선이 되는 연예인도 상당수에 이른다. 방송을 통해 진작부터 대중들에게 알려진 만큼 유명세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명 연예인의 이미지와 그에 따른 인지도는 정치적으로 변수가 되기도 한다. 최근 민주당에서 젊은피 수혈 차원으로 유명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을 영입하려 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이돌 그룹인 원더걸스, 2PM 등을 제작한 박진영으로 하여금 젊은 지지층의 확대를 꾀한 것. 결과적으로 계획은 실패했지만 민주당의 새 인물 영입 시도는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더욱이 박진영이 민주당 박상천 의원과 이종사촌지간으로 알려지면서 연예인과 국회의원 간 혈연관계가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민주신문>이 연예인과 혈족지간인 국회의원들을 선별해봤다.

언론 노출 불편 감수, 선거 유세 동참해 뜨거운 가족애 과시

은지원 송일국 “마음으로 응원” 김학철 남궁원 노현정 거리로

아이돌그룹 1세대격인 젝스키스의 멤버 출신으로 현재 KBS 프로그램 ‘1박2일’에서 ‘은초딩’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은지원은 가족 중 유명한 사람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첫손으로 꼽는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방송을 통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은지원은 고 박정희 대통령의 누나 박귀희 여사의 손자로 박 전 대통령에겐 4촌 조카가 된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의 맏딸인 박 전 대표는 은지원의 5촌 당고모가 되는 셈. 지난해 9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은지원은 박 전 대표를 고모라고 편하게 부르지 못하고 ‘고모님’이라 부른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고모님께 죄송”


은지원은 여느 고모에게처럼 박 전 대표를 살갑게 대하지 못한 채 마음으로만 응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무척 죄송스런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방송에서도 은지원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낙선하자 “가족이라 가슴 아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보다 훨씬 앞서 박 전 대표가 은지원과의 관계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었던 지난 2004년 4월, 인터넷 사이트 ‘근혜야 도와줘’ 행사에서 네티즌들의 질문에 “은지원이 사촌 오빠의 아들이다”면서 “은지원의 노래 중에 ‘나무’, ‘만취’ 등을 알고 있다”고 답해 화제가 됐다.

‘엄친딸’로 유명한 이하늬의 외삼촌은 문희상 국회부의장이다. 모친인 문재숙 이화여대 국악과 교수의 친오빠가 문 부의장이다. 부친은 국가정보원 2차장을 지낸 이상업씨인데, 이하늬가 외갓댁을 많이 닮아 문 부의장이 “하늬가 나를 닮았다”며 농담을 자주 한다는 후문이다.

이하늬 역시 외삼촌인 문 부의장과 닮았다는데 동의한다. “(문 부의장의) 중학생 때 사진을 보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셨을까 싶을 정도로 꽃미남 스타일”이었다는 게 이하늬의 설명이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여전히 두 사람의 혈연관계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금복주 국회의원’으로 불리는 문 부의장에게 미모의 조카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다는 것. 서울대 국악과 02학번으로 현재 동 대학원 국악과에 재학 중인 이하늬는 2006년 미스코리아 진 입상에 이어 2007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4위를 기록하며 전세계적으로 한국의 미를 알린 바 있다. 현재는 지성과 미모를 바탕으로 뮤지컬과 드라마에까지 종횡무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핏줄’의 힘은 선거에서 발휘됐다. 인기 연예인이 선거 유세에 동참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인지도를 넓히는데 도움을 줬던 것. 대표적 사례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김창수 자유선진당 수석원내대표,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을 들 수 있다.

정 대표의 조카 며느리는 노현정 전 아나운서다. KBS ‘상상플러스’에서 ‘안방마님’으로 나서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노 전 아나운서는 지난 2006년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 정대선씨와 결혼해 현대가 며느리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조카 결혼식에서 축사를 하며 “젊은 남녀가 결혼을 하면 서로 닮아간다는 말이 있는데 두 사람은 결혼하자마자 닮아버린 것 같다”면서 노 전 아나운서에게 “현대가의 며느리가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에 보답하듯 노 전 아나운서는 그동안 노출을 꺼려해 왔으나 시당숙인 정 대표의 선거 유세에 동참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서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었다. 선거 결과는 당연 정 대표의 승리였다.


‘핏줄’의 힘은 선거에서 발휘


언론계 출신으로 18대 총선에서 정계에 입문한 김 수석원내부대표는 총선 당시 막내 동생의 덕을 톡톡히 봤다. 김 수석원내부대표의 동생은 바로 탤런트 김학철이다. KBS 대하 역사드라마 ‘태조왕건’의 박술희, ‘대조영’의 흑수돌을 연기해 충직한 캐릭터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김학철은 형의 선거연설원으로 등록해 출마 지역을 구석구석 누비며 선거 유세에 누구보다도 앞장섰다. 김학철의 인기는 유권자들의 사인돌풍으로까지 이어져 선거 홍보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홍 의원의 선거 유세에는 부친이 직접 나섰다. 대개는 후보자와 후보자의 배우자가 가족 대표로 선거 운동을 하는데, 홍 의원은 배우자가 아닌 아버지와 함께했다. 아들이 공직에 참여하는 것을 평생의 사명으로 생각하신 아버지 덕분이다.

실제 홍 의원의 부친은 아들의 선거 운동에 뛰어들 날만 고대했다고 한다. 홍 의원 역시 아버지의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홍 의원이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하는 부친은 바로 신성일과 함께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영화배우 남궁원이다. 남궁원의 본명은 홍경일. 배우를 하며 가명을 써왔다.

텔레비전에 출연하지 않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자긍심이 강했지만 아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아버지를 보며 꿈을 키워온 홍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도 아버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남궁원이 아들 못지않게 지역을 누비며 자식 사랑을 과시했던 것. 덕분에 ‘영화배우 남궁원’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아버지만큼 인상이 좋고 잘 생겼다”며 홍 의원을 반겼다.

반대로 선거 유세를 직접적으로 돕지 않았지만 존재 자체만으로 힘이 된 연예인 가족도 있다. 바로 탤런트 송일국이다. 그의 어머니 김을동 의원은 부친인 고 김두한 의원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부녀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은 “내가 국가 유공자의 손녀라는 믿음, 아들이 유명한 대한민국의 배우로서 자식을 잘 길러낸 어머니 입장에서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면서 “아들인 송일국이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지지하고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일국은 “오랜 세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왔으며 어머니가 정치인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선거운동이나 유세 지원 등의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심은하 때문에 남편까지 주목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공보특보인 지상욱 박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높다. 지 특보는 아직 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하지 않았지만 차후 선진당을 이끌 차세대 정치인으로 꼽힌다. 2002년 이회창 총재가 대선에서 패해 미국에 머물 당시 측근으로 보좌하면서 인연을 쌓았고, 2008년 자유선진당 창당 때엔 당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 특보의 아내 심은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줄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론의 노출빈도가 높은 편이다.

심은하는 2001년 돌연 은퇴하기 전까지 청순한 이미지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1990년대를 휩쓴 최고의 스타 연기자였다.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M’, ‘청춘의 덫’의 주연을 맡아 ‘심은하 신드롬’을 일으켰고, 영화에 진출해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옆 동물원’, ‘텔 미 썸씽’으로 스크린계를 평정했다. 그러다 2005년 10월 당시 정당인이자 대학교수였던 지 특보와 결혼한 이후 일체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뒤 가사에 전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심은하의 연예계 복귀를 원하고 있어 덩달아 지 특보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김한길 민주당 전 의원의 아내는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탤런트 최명길이다. 인기가수 조성모는 이한동 전 총리의 부인인 조남숙 여사의 친조카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9월 운명을 달리한 장진영은 사후에야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으로부터 며느리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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