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분노와 허탈감이 팽배했던 2016년을 뒤로 하고, 다시 힘차게 뛰어야 하는 2017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을 품어야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불황 쓰나미 경고등이 켜지는 등 올해 경제전망 역시 밝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6%에 그쳤다. 3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른 위기 요인 등 국내외 불안 요소도 산재한 상태다. 이럴 때 일수록 정확한 경제예측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정부·기업·가계별 경제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림자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에 머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 제시했던 3.0%보다도 0.4%p 하향 조정된 수치다.

더욱이 정부는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상승, 금리상승 압력 등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들이 많고 건설투자 둔화로 내수회복 모멘텀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그나마 재정 조기집행, 노후차 개별소비세 감면 등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가장 최근 전망치를 발표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6%, KDI(한국개발연구원)는 2.4%를 발표했고 하향조정한 민간기관 평균은 2.3% 정도"라며 "정부전망은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여러 가지 정책효과가 0.2%p 정도 더해질 것을 감안해 성장률 2.6%를 달성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정부의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치는 30만명에 훨씬 모자라는 26만명으로 예상된다.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로 15∼64세 고용률은 지난해(66.0%)보다 다소 개선된 66.5%, 실업률은 지난해(3.8%)보다 소폭 상승한 3.9%로 전망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곡물가격 상승으로 지난해(1.0%)보다 0.6%p 오른 1.6%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상수지는 82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늘면서 지난해(940억달러)보다 흑자폭이 줄어든 결과다.

돌파구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등 일련의 예상 통계치를 바탕으로 ‘2017 경제 정책 기본 방향’을 수립했다. 일단 정부는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고 경기보강을 위해 총 20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1분기에만 1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역대 최고수준이다. 

재원은 주로 필수 공공서비스나 신산업 중심 공공기관에 투입된다. 또 정책 금융 자금으로 8조원을 공급할 예정이며 이 중 25% 이상을 1분기에 집행한다.

가계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도 마련돼 있다. 저출산 해결의 시발점으로 올해부터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커플이 결혼에 성공하면 최대 100만원의 세금을 깎아준다. 

또 신혼부부 주거 안정 지원을 위해 전세자금 대출 시 적용하는 우대금리 수준을 현행 0.5%p에서 0.7%p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현재 연 1.8∼2.4%에서 연 1.6∼2.2%로 금리가 내려가 6000만원의 대출을 받을 경우 연간 12만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

부동산 대책은 탄력적·맞춤형 대응체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청약과열을 우려해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와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등의 규제를 가한다. 매매 위축을 우려해 건설·청약 규제 및 각종 지원제도를 탄력 운용할 방침이다. 

또 시장안정화를 위해 공공 매입·전세 임대 물량을 4만호에서 5만호로 확대한다. 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전세 임차인이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 만큼 현재 0.15%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율(개인)을 낮춰 세입자 가입을 유도할 예정이다.

기업 정책으로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높여 기업 투자를 유도한다. 투자를 늘려 고용이 증가하면 그만큼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녹록치 않은 데다 산업 경쟁력 약화,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면서 "정부는 엄중한 상황 인식 하에 경기 및 리스크관리, 민생안정, 구조개혁과 미래대비라는 세 가지 기본방향에 중점을 두고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재계-변화 혁신

경제 전망 통계와 정부의 정책 발표를 바탕으로 경제계 전반에서는 업계의 성장과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재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분위기는 좋지 않다.

올해 재계의 핵심 화두는 ‘성장’보다는 ‘위기 돌파’, ‘변화’, ‘혁신’ 등에 맞춰져 있다. 특검이 진행 중인 상황과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제 정세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위기를 극복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그룹 차원의 신년 화두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이재용 부회장이 출금금지 상태라 올해 초 열리는 CES에도 참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당분간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 보이며 성장보다는 현 사태에 대한 대비가 급선무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오는 2일 열릴 시무식에서 올해 판매 목표와 전략 등 신년 구상을 밝힌다. 현대차는 중국 충칭(重慶) 공장이 완공되고, 지난해 준공한 기아차 멕시코공장 생산대수도 올해 10여만대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0여만대 수준으로 늘어나는 만큼 글로벌 판매 전략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초 그룹 임원 인사도 단행될 예정이라 변화와 기회 요인이 잠재된 상태다.

SK그룹 신년사에는 '변화와 혁신'이 키워드로 담길 예정이다. 비록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업모델에 대한 신규 투자 등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과 포스코도 2일 발표할 신년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할 예정이다. 특히 포스코는 철강업계가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수입규제 강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권오준 회장의 임기가 올 3월 끝날 예정이라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달 2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참석을 앞두고 있다. 취임식 참석이 한화그룹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사항이다.

금융-미국 변수

국내 금융통화 정책은 미국의 금리정책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 만에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0.25%p 올리며 올해 추가로 3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또 2018년까지 금리를 2%대로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본회의를 열어 2017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의결하고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해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국내경제가 세계경제의 회복세 등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은 크다”고 전망했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경제의 성장세 둔화 가능성 등을 꼽았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이 성장의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등에 따라 자본유출입과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외화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등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금융 경제 전망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면서 한은은 통화정책을 통한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통화신용정책 운영의 일반원칙도 공표했다. 또 이달부터는 통화정책방향의 의결문도 정책결정 배경에 대한 설명과 정책방향에 대한 신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예정이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동결 혹은 인하, 인상 등의 신호를 보다 분명히 해 경제주체와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부동산-가계부채

지난해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육박했다. 이미 한계점에 다다른 가계부채가 올해는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돌아와 소비를 제약하는 효과까지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더해지면서 소비 심리는 더욱 움츠러들 전망이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와 직결돼 있다. 올해 기준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2/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23조원이 증가한 1257조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에는 1500조가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저조해 가계 소득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감과 가계 소득 감소가 주택소비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주택산업연구원의 '2017년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내년 주택 매매 거래 전망 BSI는 수도권 70.0, 지방 72.0으로 전국적으로 올해(103만건 거래 예상) 대비 9% 정도 감소한 94만건 수준의 매매 거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주택시장의 5대 영향 변수는 ▲대출 규제 ▲금리 ▲가계부채 ▲공급량 ▲입주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올해에 이어 당분간 주택금융정책의 강도와 속도에 따라 주택시장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금리 영향 확대가 예상되는 해로 주택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금리 인상폭과 속도 조절이 중요한데 최근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극도로 확대되고 있어 정책 집행이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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