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50대 기수 부활


여권 실세 모임이 부활했다. 이명박 정부 실세로 일컬어지는 당·정·청의 주요 인사 4인이 매주 수요일 밤 서울 시내 한 모처에서 비공개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모임의 별칭 또한 ‘수요회’로 불린다. 하지만 멤버 대부분은 모임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몇 차례 만났을 뿐 정기적으로 모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다. ‘수요회’가 앞서 해체된 실세 차관들의 ‘4+1’ 모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모임의 취지가 순수하다고 하더라도 자칫 권력형 사조직의 폐단을 잉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향후 ‘수요회’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지난해 해체된 실세 차관들의 ‘4+1 모임’과 닮은꼴 화제

권력 사유화 발언으로 소원했던 정두언-박영준 관계 회복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일선 후퇴로 ‘50대 실세’의 활동반경이 넓어졌다는 당 안팎의 소문이 사실로 밝혀졌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정기적인 모임을 가져왔던 것. 때에 따라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과 주호영 특임장관도 이 모임에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 이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비공개 모임인 만큼 자칫 주변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들은 서울 시내 호텔의 비즈니스룸이나 청와대 주변 시설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주 수요일 밤, 비공개 모임


의제를 따로 정해서 만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나온 정보들을 교환하고 서로 조언을 구하는 게 전부다. 다만, 때마다 민감하게 거론되는 현안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최근엔 세종시 문제가 가장 큰 화두다. 사실 이 모임이 발족된 시점도 세종시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초다. 이후 해외출장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급적이면 매주 수요일 저녁식사를 마친 밤 9시30분 즈음해서 만난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이들의 모임을 ‘수요회’라 부르기도 한다.

모임에 대한 소정의 성과는 이미 거뒀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어색한 관계를 이어오던 정 의원과 박 차장이 앙금을 풀었다는 것. 정 의원은 지난 2008년 6월 국정난맥상의 주범으로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었던 박 차장과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꼽았다. 이른바 “대통령 주변 권력 사유화” 발언이다.

정 의원은 당시 박 차장을 향한 직설적 비난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을 11년간 보좌한 점을 들어 박 차장을 ‘친형 라인’의 대표주자로 거론하며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고 음해하고 모략하는 데 명수”, “대통령의 말이라며 호가호위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박 차장은 자진으로 사퇴했고, 한동안 공직에서 물러나 있었다. 지난해 1.19 개각으로 다시 일선에 복귀했지만 정 의원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모임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물론 모임 멤버들은 ‘수요회’ 모임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날짜를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모이는 게 아니라는 것. 세종시 문제가 터지면서 의견 조율을 위해 몇 차례 만난 적이 있고, 이후 연말에 못한 망년회를 연초로 미뤄 한 번 더 본 게 전부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요회’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가동되다 주변의 사조직화 비난을 받고 해체된 모임과 여러 면에서 닮았기 때문이다. 바로 ‘4+1모임’이다. 이 모임은 지난해 2월4일 수요일 밤 첫 모임을 시작으로 해체되기 전까지 정기적인 만남을 가져왔다.

당시에도 이 모임 역시 명칭은 정하지 않았으나 구성원이 4명의 실세 차관과 1명의 장관급 위원장이라는 점을 들어 주변에서 ‘4+1’로 불렀다. 신 차관과 박 차장 외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장수만 국방부 차관이 멤버를 이뤘다. 여기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가끔 참석했다. 앞서 곽 위원장과 신 차관, 이 차관의 ‘3인 회동’으로 자주 만났으나 1.19개각 후 국무차장과 국방부 차관으로 기용된 박 차장과 장 차관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멤버들도 모임을 통해 자신이 담당했던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모임은 발족 2개월 만에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모임의 존재가 언론에 공개되자 이 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던 것. 이 대통령이 이 같은 모임을 알고도 묵인하다면 정부 조직의 교란을 방치하는 것과 같고, 이 대통령이 모르고 있더라도 심각한 문제라는데 여론이 모아졌다.


“소통의 장일뿐 다른 의도 없다”


이에 따라 당시 모임의 한 멤버는 “수요일마다 장소를 정해놓고 만난다니까 주변에서 주목했던 것 같은데 열심히 일하겠다는 것 외에 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식적인 계선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이 대통령에게 이 모임의 이름으로 국정현안에 대한 건의를 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결국 구성원 사이에서 해체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졌다. 평소 구성원 간 자주 전화를 하고 개인적으로 잘 만나는 사이인데, 굳이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모임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것. 따라서 모임 멤버들은 “더는 모임을 지속하지 않을 방침”으로 밝혔다.

정치권에서 ‘수요회’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4+1 모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물론 해당 모임에 대한 멤버들의 해명마저도 같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수요회’ 역시 ‘4+1 모임’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게 아닌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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