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여부 둘러싸고 집안싸움


민주당의 내환이 깊어지고 있다. 사사건건 주류와 비주류측 진영이 서로 부딪히며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 이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의 중징계와 정동영 의원의 복당 여부는 물론 공천개혁을 시도하는 시민배심원제 채택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모두 다른 사안이지만 결과적으론 정세균 대표의 신임과 불신임에 따른 양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비주류측은 정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연일 공격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태다. 당내 강경 비주류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이하 국민모임)’은 정 대표의 사조직까지 폭로하고 나섰다. 정 대표가 직위를 활용해 당을 ‘사당화’시키고 있다는 게 국민모임의 주장이다. 물론 정 대표측은 부인했다. 사실이 아닐뿐더러 사조직조차 없다는 것. 공방전이 계속되면서 당권을 둘러싼 당내 첨예한 갈등구조가 드러나고 있다.

당권 재장악, 차기 대선 후보 목표로 비밀리에 운영된 3개 모임

직위 활용한 정세균 사당화 “당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당대표”

사건의 발단은 지난 14일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라는 국민모임의 토론회에서 시작됐다. 국민모임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세균 대표의 사퇴와 비대위 체제를 촉구했다. 정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가 정권 재탈환에는 안중에도 없고 당권만 유지하면 된다는 생각 하에 사조직을 결성, 당 대표 권한을 이용해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서였다.

이에 정 대표 측은 즉각 반박했다.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당 대변인측은 정정사과를 요구했고, 국민모임은 또 한 번 발끈했다. 국민모임은 오히려 “정정할 것도 없는 내용”이라며 정 대표에게 사실관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당대표”라면서 “정 대표는 사조직 실체를 전면 공개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이어 19일에는 정 대표의 사조직 실체를 전면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측근과 주요 당직자 전면 포진


국민모임이 주장하는 정 대표의 사조직에 대한 근거는 지난 연말에 열린 3개의 모임이다. 모두 지난해 12월19일과 20일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당시 정 대표 또는 정 대표의 측근 인사들이 해당 모임을 찾아 참석자들에게 격려를 하는 한편 성원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 측근들이 전면에 포진해 중앙당 청년위원장 및 국장급 등 주요 당직자들도 조직에 깊숙이 관여해 있다는 게 국민모임 측의 주장이다.

이중 가장 독보적인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모임은 ‘대안포럼’이다. 지난해 12월20일 서울 영등포에서 출범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서울 48개 지역위원회 중 책임자로 선임된 33개 지역위원회에서 45명이 참석했고, 정 대표도 오후 6시쯤 직접 참석해 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모임에 따르면 대안포럼은 여의도 K빌딩에 사무실을 차리고, 지방선거 공천권을 지렛대로 조직 작업에 나선 상태다. 중앙당 전국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는 J씨가 조직 책임자로 활동 중이고, 조직실무총괄은 현직 중앙당국장이 하고 있다는 것. 서울지역과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들, 개혁당 출신 인사들 관리는 각각 구 민주계 인사를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향후 서울중심 조직에서 전국조직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1월말께 전국 조직 워크숍을 개최하여 본격적인 조직 활동에 나선다는 방안이다.

대안모임 출범에 하루 앞서 12월19일에는 대전 유성의 한 호텔에서 ‘밝은 미래포럼’이 창립준비위를 개최했다. 이날 전국에서 70여명이 참석했고, 당시 국회 농성 중인 정 대표 대신 비서실장인 강기정 의원이 참석해 “정 대표가 직접 오면 오해의 소지가 있어 대신 왔다”면서 “정 대표를 중심으로 조직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밝은 미래포럼에 두 명의 공동대표가 있고, 그 중 한명은 현직 전남 도의원이다. 지난해 12월31일에도 서울에서 간부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12월19일에서 20일까지 1박2일간 서울 우이동 원불교 수련회관에서 조직원 비공개로 가진 워크숍도 정 대표의 사조직에 포함됐다. 정 대표는 이날 최재성 의원과 함께 자리에 참석해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 200여명 앞에서 ‘지방선거 대비전략’이란 주제의 강의를 갖고 ‘나를 믿고 따라 달라’며 노골적인 줄세우기성 발언을 했다는 게 국민모임 측의 주장이다.

물론 정 대표 측은 국민모임의 이 같은 주장에 부인했다. 대안포럼과 밝은 미래포럼의 경우 지난 2008년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도왔던 사람들을 주축으로 한 모임으로서 이들의 저녁 식사 요청에 의해 참석했던 것일 뿐 사조직이라 할 수 없고, 조직원 비공개 워크숍은 축사 때문에 참석했을 뿐 정 대표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주장 역시 정 대표의 후원회 사무실이라고 정 대표 측은 설명했다.


‘정동영 갈등’ 재해석으로 곤혹


노영민 대변인은 “비공개 워크숍은 제3자가 주도하는 모임”이라면서 “민주당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H씨가 실무를 맡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최고위원 이상 되는 인물 중에 사조직이 없는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노 대변인은 설명했다.

하지만 정 대표의 사조직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사조직을 만드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내 당을 만들고, 당을 사당화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3개의 모임이 이뤄질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예결위를 점거하고 철야농성 중이었던 만큼 정 대표의 모임 참석은 부적절했다는 당 안팎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사조직 논란이 복당을 추진 중인 정 의원과의 갈등으로 재해석돼 당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어 정 대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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