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강소영 기자] 정치의 뿌리는 당원이다. 당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와 국회의원 모두 당원이다. 이들 중 물밑에서 슈퍼 파워를 자랑하는 이른바 ‘슈퍼 평당원’들이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 속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그들의 존재감이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정치 활동을 가능케 하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당원이다. 그 중에서도 일정기간의 당비납부 여부에 따라 일반당원과 권리당원으로 나뉜다.

새누리당 2000원, 더불어민주당 1000원, 국민의당1000원, 정의당 최소금액 1만원(최저임금 이하 소득자, 주부, 청년실업자는 5000원)을 납부하면 권리당원으로 인정돼 당내 선출직 후보자를 뽑을 수 있는 투표권이 주어진다.

당원들은 당의 강령과 기본정책을 따르고, 당헌과 당규를 준수한다. 적게는 3만여명에서 많게는 20만여명이 넘는 권리당원을 가진 정당에는 따로 직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말 한마디로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슈퍼 평당원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내뱉는 말이 물결처럼 번져 민심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여의도를 떠도는 민심의 풍향계가 되기도 한다.

정두언 새누리당 전 의원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한길 전 국민의당 선대위 공동위원장, 정의당 소속인 유시민 작가와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 등이 대표적 슈퍼 평당원이다.

이들은 각자 영역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TV 프로그램 혹은 팟캐스트에 출연하거나 자당에서 지도부급의 활동으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SNS(페이스북, 트위터 등)를 애용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국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파고드는 방법을 통해 존재감뿐만 아니라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

김성연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슈퍼 평당원이라는 말은 생소하지만 여러 방면 활동 등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가 높으면 당원들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존재감

정두언 새누리당 전 의원은 17대부터 19대까지 국회의원을 역임한 대표적인 친이계(친이명박) 정치인이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윤석열 특검 팀장이 정 전 의원을 만났다는 얘기가 돌면서 그 배경에도 눈길이 쏠렸다.

같은 맥락으로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탈당 10인의 고백 토론회’에서 정 전 의원은 “박 대통령과 최태민의 관계에 대해 ‘박 대통령 좋아하는 사람들 밥도 못 먹게 될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그 부분은 전부 19금에 해당하는 이야기라 할 수 없다”고 언급해 파장을 예고했다.

앞서 정 의원은 종합편성채널 TV조선 ‘강적들’ 등에 출연해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한편 정 전 의원은 탈당을 공식화 한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과 함께하는 것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대권주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존재감도 독보적이다.

그는 19대 국회 회기가 종료된 5월29일 평당원의 신분으로 돌아갔다. 문 전 대표를 슈퍼 평당원으로 만든 이유는 야권 대선주자인 점도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분당 사태 당시 온라인당원으로 입당한 10만 당원이 문 전 대표의 등 뒤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10만 당원들은 8.27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보이며 추미애 대표 등 친문계 인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도부 탄생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문 전 대표는 조기대선 정국에서 순풍에 돛을 단 듯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19일 서울 종로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열린 ‘권력기관 적폐 대청소를 위한 대화’에서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세월호 참사 당시 신속하게 지휘를 했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아주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노골적으로 힐난했다. 또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 등 높은 수위의 발언으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파급력

평당원으로서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하지만, 말 한마디마다 파급력을 일으키는 인지도를 가진 슈퍼 평당원도 존재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정의당 소속 유시민 작가와 진중권 동양대 교수다.

유시민 작가는 대표적인 친노계(친노무현) 인사로 국회의원과 참여정부 복지부장관을 역임했다. 당시 유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을 근거리에서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계 은퇴를 선언하며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 등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국가란 무엇인가] [내 인생의 영화] 등 인문학과 글쓰기를 다루는 책은 대부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작가적 행보는 ‘지식소매상’이라는 별명과 TV 패널 자리까지 꿰차게 했다.

유시민은 최근 JTBC ‘썰전’을 통해 날카로운 입담을 선보이고 있다. 방송을 통해 새누리당 비박계의 탈당을 예언하는 등 전원책 변호사와 함께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한 때 ‘유시민 총리’라는 검색어가 포탈에 상위권을 기록하기도 했다.

진 교수 또한 진보논객으로서 여러 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는 등 한창 주가를 올렸다. 미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필독도서로 꼽히는 [미학 오딧세이] 시리즈를 집필하고, 사회문제에 대해 비평과 강연 등의 활동을 하다 2012년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그러나 조영남 대작 사건을 비평한 SNS 메시지가 논란이 되면서 역풍을 맞아 SNS를 폐쇄해야 했다. 그는 채널A 시사예능 토크쇼 ‘외부자들’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재기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소통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면서 SNS 산업도 함께 팽창했다. SNS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개인 대 개인으로서 소통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며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공유하는 듯 한 느낌을 받는 것처럼 이제는 베일에 싸인 모습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시대는 지났다.

일례로 김한길 전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의 불협화음으로 잠시 정계를 떠나 두문불출했다.

그런 그가 최근 다시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곳이 바로 SNS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아내인 연기자 최명길과 함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나갔던 소회를 밝혔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광장의 함성 한가운데 서서 함성을 함께 내지르기보다는 함성을 경청하는 것이 옳았고, 함성 속에서 우선 나부터 깊이 반성하고 자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함께 촛불을 드는 것만으로 내가 무죄가 되는 건 아니었다”면서 자기반성적인 생각을 밝혔다.

장성배 국민의당 민원부실장은 슈퍼평당원의 존재감에 대해 “평당원이 된 뒤에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는 것은 그만큼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시대에 남을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은 역사상 획을 긋는 일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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