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현대·롯데·신세계가 지난 17일 면세점 특허권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치열했던 특허권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면세점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독이 든 성배를 들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갈랐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까지 확대되면서 위기 요인이 곳곳에 산재한 것도 문제다. 

만약 현재 진행 중인 특검에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과 관련한 비위 사실이 드러난다면 특허권을 반납하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시장 반응도 미지근하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특허권 획득 후 첫 거래일인 19일부터 주가가 하락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쇼핑 주가도 21일 22만1500원을 기록해 전날보다 2.03%(4500원) 하락했다. 

신세계의 주가만 소폭 올랐을 뿐이다. 지난해 7월 한화갤러리아와 호텔신라가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했을 때 주가가 요동쳤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오히려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SK네트웍스가 면세점과 패션사업을 중단하면서 500억원의 재무 개선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들과 탈락한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관세청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논란도 있다. 특허권 사업자 추가 선정에 부정적이었던 관세청은 4월 돌연 입장을 바꿔 면세점을 추가하기로 결정해 관계자들의 빈축을 샀다. 또 사업자 선정 기준과 항목, 점수 등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가령 면세점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롯데면세점이 ‘법규준수’ 항목에서 80점 만점을 받은 반면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현대면세점은 25.5점을 받는 데 그쳤다.

관세청은 이에 대해 “공정성을 가장 염두에 두고 평가했으며 사업자 선정 절차와 평가내용 상 문제 될 것 없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특검이 진행 중에 있어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의혹

면세점 특허권 관련 논란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체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국정농단 사태 관련된 특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함부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로비 의혹의 중심에 있는 롯데면세점 측은 K스포츠·미르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것은 맞지만 시기적으로 로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에 기부금 납부를 약정했음에도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고, 이후 12월이 돼서야 미르재단에 기부금을 완납했다고 한다. 특허권 심사에서 탈락 후 기부금을 낸 것이니 로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측은 올해 5월에도 K스포츠재단에 70억을 송금했고 결과적으로 지난 17일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했다. 결과적으로 두 차례의 기부금 출연이 특허권 경쟁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롯데면세점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취소 처분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청구했다. 송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검수사결과 발표까지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작업을 보류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시장의 혼란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비 의혹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현대·신세계측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강준모 현대백화점 홍보팀 과장은 “저희는 관세청으로부터 심사를 받는 입장이라 사업자 선정에 대한 논란과 의혹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고 전했다. 

안주연 신세계면세점 홍보팀 과장도 “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특혜 시비와 의혹으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만큼 관세청이 더 공정하고 엄격하게 심사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신태림 한화갤러리아면세점 홍보팀 과장은 로비 의혹에 대해 “그 부분은 딱히 말씀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악화

특허권 선정과 관련한 몇몇 의혹을 해소한다고 해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면세점 업계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라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개장 이후 5개월간 27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출 규모도 420억원대로 면세점 중 가장 낮다. 

하나투어 SM면세점도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711억원, 2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9%에 달했다. HDC신라면세점도 8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이에 특허제를 등록제나 신고제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 자유화를 통해 역량이 부족한 사업자는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용익 관세청 수출입물류과 사무관은 “면세점 등록제가 도입되면 대기업·글로벌 면세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돼 독과점이 심화될 수 있다”며 “밀수·탈세·대리구매 등 불법행위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허제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국내 면세점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친 것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요 면세점은 매출의 60% 이상을 중국인들로부터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고 재방문율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7월 약 91만명에서 8월 87만명, 9월 72만명, 10월 68만명, 지난달 53만명으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다양한 위기 요소가 곳곳에 포진해 있는 것.

신태림 한화갤러리아 홍보팀 과장은 이에 대해 “서울시내 면세점 업계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각 업체의 상황에 맞게 공정한 경쟁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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