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왼쪽)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이중환(오른쪽) 변호사를 비롯한 박근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첫 준비절차기일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대통령 버티기에 최순실 혐의 부인으로 맞손
특검‧탄핵소추위…박-최, 정조준 혐의 입증 주력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이 2라운드로 넘어갔다.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순실과의 관계를 인정했던 박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검찰 조사 전 죽을 죄를 지었다던 최순실도 박 대통령과 맞손을 잡은 모양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과 국회 탄핵심판소추위원회(탄핵소추위/위원장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는 모르쇠와 버티기에 돌입한 사건 당사자들의 혐의 입증을 위한 칼날을 세웠다. 창과 방패의 싸움은 헌법재판소가 정리한 ‘5개 쟁점’ 규명에서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 차례 대국민담화와 죽을죄를 지었다던 최순실의 발언은 결국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은 입을 맞추듯 자신들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18일 탄핵소추안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헌법․법률상 위배, 절차상 문제,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거론하며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순실도 마찬가지였다. 첫 공판준비기일에 모습을 드러낸 최순실은 태블릿PC를 문제 삼고 나서는 등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서와 최순실의 재판 진행 과정을 두고 서로 입을 맞췄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한 박 대통령이 탄핵 문제를 정치가 아닌 법리적인 문제로 부각시켜 시간 끌기와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자신의 남은 임기를 최대한 채우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탄핵소추안에 맞서 엉뚱하게도 실정법 위반인 최순실 국정농단 형사 건을 엮어 대응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탄핵소추안에 그 어떤 변명의 근거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어떻게든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대통령 본인이 말한 자괴감이 넘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실체 규명에 사활이 걸린 탄핵소추위와 박영수 특검팀은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탄핵소추위는 21일 박 대통령의 답변서에 대한 반박 의견서를 제출해 탄핵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본격적인 헌재 재판 과정에 돌입했다. 

박영수 특검팀도 공식 출범한 21일 국민연금공단, 보건복지부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검찰 수사에서 미완으로 남은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헌법재판소도 박 대통령의 탄핵을 신속히 심판하려는 움직임이다. 헌재는 탄핵심판 사건 첫 심리가 열린 22일 탄핵소추위가 제출한 탄핵사유 쟁점 13개를 5개 유형으로 분류하며,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방패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헌법‧법률 위배 행위는 모두 사실이 아니며 탄핵심판 청구는 각하 또는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탄핵소추위와 소추위원 대리인단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를 통해 공개한 박 대통령의 ‘피청구인 대리인 답변서’에 따르면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할 자료들이 없고, 뇌물죄 등은 최순실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절차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친 후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19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최순실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헌재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것으로 의도적인 시간 끌기,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남국 변호사(법률사무소 명현)는 박 대통령의 답변서에 대해 “100점 만점에 40점을 주고 싶다”며 “제출된 답변서를 보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법리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노력이 보이나, 언론과 청문회 등을 통해 밝혀진 사실관계와 완전히 동떨어진 인식에 기초한 일방적 주장이라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검찰에 보유하고 있을 증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어서 향후 증거가 제출돼 공개될 경우 답변서 주장 때문에 더욱 곤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탄핵소추안에 언급된 헌법과 법률 위반사유는 그 기초되는 사실인정이 달라지거나 입증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며 “답변서에서 다른 사실관계 주장과 입증 부족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바로 이 점을 노린 듯하다”고 덧붙였다.

헌재

박 대통령의 탄핵을 심판할 헌재도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헌재는 22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첫 심리를 열고 대통령과 소추위원 측이 제출한 증거목록과 입증계획을 토대로 사건의 쟁점을 정리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은 탄핵소추위 측이 제시한 13개의 탄핵사유 쟁점을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비롯한 법률 위배 등 5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또한 이진성 재판관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인 생명권 침해와 관련, “문제의 7시간 동안 대통령이 청와대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봤는지 시간대별로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청와대 비서실과 안보실과 연락해 구체적인 지시와 보고 내용을 확인해 제출하겠다. 박 대통령 본인에게도 물어보고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헌재는 심판정에 설 증인으로 최순실,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을 우선 채택했다.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은 첫 심리 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규명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돋보였다”며 “재판부에서 많은 연구와 고민 끝에 쟁점을 유형별로 잘 정리해줬고, 증거에 대해서도 모두 이해하고 있는 등 재판 준비에 열성을 기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신속한 탄핵 심판을 진행하겠다는 재판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어 탄핵소추위원단 입장에서는 굉장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부인

비선실세 최순실은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또 사건의 단초가 된 태블릿PC의 증거 능력도 문제 삼았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태블릿PC 문제를 부각시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을 흐리려는 전략과 동시에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친박계 일부 의원은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태블릿PC의 입수 경위에 대한 진실공방을 야기했다. 더욱이 이완영‧이만희 의원은 관련 증언에 대해 사전모의를 했다는 위증교사 의혹까지 불거졌다.

최순실은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작심한 듯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순실의 변호인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재판장에 중고 태블릿PC를 들고 나와 “최씨가 검찰에 거의 매일 불려가서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는데 태블릿PC 실물을 보지 못했다”며 재판부에 태블릿PC 사실조회와 감정을 신청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에서) 피고인과 안종범 수석, 대통령 간의 삼자 공모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이 점에 대해서 공모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시간 끌기의 볼모가 된 태블릿PC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공무상기밀누설 혐의에 대한 증거자료로 최씨의 공소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최씨 측은 태블릿PC 안에 있는 200여건의 문건이 최씨의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보고 박 대통령과 연계된 전략적인 대응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특검

박영수 특검팀은 21일 현판식과 동시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실 등 10여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 및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이 미완으로 남긴 ‘제3자 뇌물죄’ 입증과 특검법에 명시된 15개의 수사대상 중 삼성그룹과 최순실의 딸 정유라, 최씨 일가 재산형성 과정을 첫 타깃으로 삼은 것. 이는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 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삼성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은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손실을 입으면서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보름 뒤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청와대에서 단독 면담을 한 점, 그리고 한 달 뒤 최순실의 회사와 220억원의 계약, 이후 미르‧K스포츠 재단에 240억원, 정유라의 독일 승마훈련 특혜 지원 등 일련의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와 최씨 일가에 대한 뇌물죄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특검팀은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다이어리를 확보해 박 대통령이 “합병이 잘 진행되도록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는 물증과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또 정유라를 지명수배 하는 등 강제 송환 작업과 동시에 구속 수감 중인 최순실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22일 브리핑에서 “정씨에 대해 어제부로 기소 중지 조치와 동시에 지명수배 등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특검팀은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유라에 대해 여권 무효화 조치와 독일 사법당국에 수사공조 및 범죄인인도 청구 등 다각도로 수사망을 펼치고 있다. 

특검팀은 정유라에 대해 국내외에서 도피 등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도 주요 수사 대상으로 보고 관련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석열 수사팀장이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을 직접 접촉해 관련 정보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국조특위 청문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검팀은 22일 헌재에서 열린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준비절차 기일에 특별수사관을 투입해 방청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발언을 모니터링하며 향후 수사 방향의 가닥을 잡았다. 

이 특검보는 “우 전 수석에 대한 특검의 수사 대상은 특검법 제2조 9호에 보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서 직무유기를 했다거나 방조한 혐의에 대해 조사 대상으로 돼있다”며 “특검은 수사 대상에 대한 부분을 우선적으로 하기 때문에 기타 관련 부분은 추가로 해당될 경우는 그 때가서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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