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도시락이 카페형 점포로 선보인 플래그십스토어 ‘신촌연세로점’ 내부 전경.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극심한 내수시장 침체 여파로 인해 외식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그러나 도시락만큼은 여유만만 함박웃음을 짓고 있어 화제다. 

불황의 파고가 높아진 상황에서 1인 가구 증가와 ‘김영란법’ 시행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락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2조3000억원 돌파가 전망된다. 이중 편의점 도시락을 제외한 도시락 프랜차이즈 시장 비중은 70%에 달한다.

도시락 시장의 효시격인 프랜차이즈 빅3는 1993년 문을 연 ‘한솥도시락’과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본도시락’, ‘토마토도시락’ 등이다. 

‘오봉도시락’ 등도 호시탐탐 선두권 진입을 노리고 있는 다크호스. 이들 업체는 자사만의 색깔이 뚜렷한 생존전략을 바탕으로 형태를 달리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업계 1위 한솥도시락은 도시락 배달이 한창이던 1990년대 초반 테이크아웃을 기치로 내걸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배달 인력을 줄인 대신 단가를 20% 낮춰 경쟁력을 확보했다.

최근 들어서는 포장보다는 현장에서 빠르게 식사를 해결 수 있도록 매장 안에 식사공간을 마련해 놓은 카페형 점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솥도시락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아예 카페형 점포 가맹계약만 맺고 있다.

일반 음식점의 형태라기보다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처럼 1인용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돼 있고 뒤처리 등은 셀프로 해결하는 식이다. 또 현장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10만원 이상 혹은 20개 이상에 한해 배달을 해주기도 한다.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진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진화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1월 기준 한솥도시락의 전국 매장 수는 690여개에 달하며 매출은 지난 2010년 약 400억원에서 지난해 860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강은혜 한솥도시락 마케팅팀 주임은 “혼밥족·싱글족 트렌드를 감안해 매장 운영을 전략적으로 하고 있다”며 “모바일로 주문하고 현장에서 바로 받아볼 수 있는 등 푸드 테크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고객 편의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명품

간편식이라고 해서 꼭 저렴하라는 법은 없다. 도시락 업계의 고정관념을 깨고 명품전략으로 승부를 거는 업체도 있다. 

본도시락은 2010년 ‘프리미엄 한식 도시락’이라는 콘셉트로 도시락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2년부터 프랜차이즈로 확장하면서 현재 20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본도시락의 평균 객단가는 8000원대로 한솥도시락(평균 3000원대)의 2배가 넘는다. ‘제육쌈밥 도시락 세트(8500원)’과 ‘차돌박이강된장쌈밥 도시락 세트(8500원)’의 경우 다른 업체의 도시락보다 다소 비싼 편이지만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또 프리미엄 도시락의 명성에 걸맞게 1만~2만원대의 도시락 메뉴도 상당수다. 특히 ‘더덕장어 보양한정식 도시락’의 경우 단가가 2만900원이나 한다.

도시락이 비싸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명품전략은 다른 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솥도시락은 4월 프리미엄 도시락 4종을 출시하며 처음으로 1만원대 도시락을 내놨다. 한솥의 프리미엄 도시락은 주로 7000원~1만2000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한솥도시락 관계자는 “요즘은 가격이 조금 높아도 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가성비’를 찾는 고객이 늘었다”며 “실제 올 1~7월 평균 객단가가 지난해보다 7.2% 늘어났고 전체 가맹점 매출도 1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경쟁

도시락 업계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업체만 해도 앞서 언급했던 한솥도시락, 본도시락뿐만 아니라 토마토도시락, 오봉도시락 등 신흥강자들의 성장세도 매섭다. 

토마토도시락의 올 상반기 가맹점 평균 매출은 전년대비 16% 증가했다. 토마토도시락은 제철음식과 웰빙도시락이라는 특성을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있는 중이다.

2002년 문을 연 오봉도시락도 8월 열린 ‘20대가 선정한 2016고객만족브랜드대상’ 인증식에서 프랜차이즈(도시락)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오봉도시락은 음식과 가격에서의 경쟁뿐만 아니라 3단 분리 특허용기를 개발하는 등 가격 외적인 전략으로도 맞서고 있다. ‘3단 분리 용기’는 다양한 반찬을 편하고 위생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발명됐으며 실제로 특허 등록이 돼 있는 상태다.

국내 도시락 프랜차이즈 업계 내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해외 업체, 나아가 편의점 업계와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일본의 유명 도시락 프랜차이즈 ‘호토모토’는 2012년 국내에 들어온 후 올해 5월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내년까지 매장을 1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가격도 한솥도시락과 본도시락의 사이인 5000원~1만원대에 형성돼 있어 국내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도시락 시장에서 30%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편의점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강은혜 한솥도시락 마케팅팀 주임은 편의점과의 경쟁에 대해 “편의점 도시락은 품절 현상이 비일비재하지만 프랜차이즈는 품절의 위험이 없다”며 “편의점처럼 차가운 도시락을 데워먹는 게 아니라 따끈하고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도시락을 제공함으로써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도시락을 판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도시락 활황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도시락 업계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1인 가구가 26%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과 간편식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도시락 업계 규모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신선가공식품 등을 이용한 가성비 좋은 프리미엄 도시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업체 간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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