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과 가운데 사진은 새마을운동 기록물. 오른쪽은 파독광부 사진.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경제비사 3탄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사를 견인해온 성장 동력에 관한 이야기다. 6.25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해외 차관에 의지해 시작하게 된 경제 재건은 삼백산업,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거치며 조금씩 우리 손으로 이뤄가게 된다. 그 속에는 베트남 파병, 파독광부·간호사 등 국민들의 희생도 있었고 그것을 지켜본 국민들의 아픔도 있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세계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현재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반백년 역사 동안 한국 경제를 세계 최빈국에서 강대국으로 견인한 성장 동력사를 들여다봤다. 

6.25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 한국경제를 일으켜 세운 건 삼백산업이다. 삼백이란 흰색을 띄는 3개의 제품인 밀가루(제분), 설탕(제당), 면직물(면방직 공업)을 일컫는다.

1950년대 초 전쟁의 악몽에서 갓 벗어난 대한민국 경제는 해외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주로 미국의 경제원조와 융자에 의존했다. 경제원조의 대부분은 밀가루, 설탕, 면화에 집중돼 있었다.

1950년대-삼백산업

정부는 미국에서 받은 원조 물자를 기업에 매우 싸게 팔았다. 

덕택에 제일제당, 삼양사, 해태제과, 금성제당 등과 같은 기업이 급성장했다. 

당시 각 업종에 따라 ‘한국제분공업협회’ ‘대한제당협회’ ‘대한방직협회’가 결성됐고 협회가 제조업자를 대표해 원료도입자금을 불허 받아 이를 각 산하기업에 분배했다. 삼백산업에 진출한 기업들은 원료를 독점하는 한편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이들은 국내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공짜나 다름없는 원료에 자금 또한 정부로부터 값싼 이자에 빌려왔다. 

정부 권력과 선이 닿으면 누구라도 하루아침에 재벌이 될 수 있는 비정상적인 시대였다. 미국의 원조 물자와 이를 통제했던 정치권력 그리고 여기에 선이 닿은 특정 기업인들에 의해 재벌 체제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재벌들은 또 은행을 기업의 사적인 창구로 사용할 수 있었고 삼성그룹은 흥업은행(한일은행)과 조흥은행, 삼호그룹은 저축은행(제일은행)의 지배 주주가 됐다. 

재벌의 금융 지배는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이어져 1950년대 말 삼성그룹은 16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재벌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삼백산업 덕분에 궁핍한 시기 식량 문제를 상당수 해결할 수 있었지만 밀가루, 면화 등의 대량 수입으로 국내 농업 기반이 파괴됐다.

이후 미국의 경제 불황으로 1958년부터 원조가 급감하면서 유상 차관으로 전환됐고 삼백산업의 호황은 끝난다. 삼백산업은 전쟁 이후 경공업이 중심을 이뤘던 시대에 정부의 보호 아래 독점적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산업이었다.

1960년대-경제개발 계획

삼백산업을 추진했던 이승만 정부는 미국의 무상원조가 유상으로 바뀌면서 경제개발 7개년 계획을 수립했으나 4.19혁명으로 실패하고 만다. 이후 박정희 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게 된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을 통해 섬유와 가발 등 경공업이 성장함에 따라 삼백산업은 성장동력의 타이틀을 이들에게 내주게 된다.

1차 경제개발 계획(1962~1966)은 정부 주도하에 경공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산업을 통한 성장 전략이 주를 이뤘다. 주로 정유·비료·화학·전기기계 등의 기간산업과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주요 사업은 ▲기간산업 확충과 사회간접자본 충족 ▲유휴자원 활용 ▲농업 생산력 증대 ▲전력·석탄 등의 에너지 공급원 확충 ▲수출증대로 국제수지 개선 ▲기술진흥 등이다.

초기에는 투자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한일회담의 타결과 경제개방화 조치로 일본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함으로써 고도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연평균 8.5%의 경제성장률을 이룩했으며 1인당 GNP는 83달러에서 123달러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러한 급성장은 빈부 격차와 도·농 격차의 심화, 대외 의존 심화, 재벌 중심 경제 구조가 출현하는 부작용도 발생시켰다.

2차 경제개발 계획(1967~1971)의 중점목표는 화학·철강·기계공업 건설에 의한 공업고도화였다. 경공업 중심의 산업에서 중화학 공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이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0.5%에 이르렀다. 하지만 외자 도입의 증가와 국제수지의 만성 적자라는 문제를 안게 됐다.

3·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2~1981)은 경공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지고 재벌을 중심으로 한 수출 주도형 중화학 공업이 주를 이뤘다. 

당시 국제 정세는 석유파동으로 인해 엄청난 경제 위기를 맞았으나 대한민국은 건설업의 중동 진출 등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특히 1968년 설립된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이 꽃피는데 큰 일조를 함으로써 경제개발계획 성공에 앞장섰다. 또 1973년 설립된 현대중공업도 중화학공업 바람을 타고 급성장해 1983년부터 글로벌 조선시장 1위를 선점하며 한국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경제사-베트남 파병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던 중 대한민국 경제에 일대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들이 여럿 있었다. 베트남 파병도 경제성장의 동력이 돼준 사건 중 하나다.

대한민국 정부는 1965년 10월 국군 1개 전투사단을 월남에 파견했고 1966년 2월 월남 정부는 한국에 병력증파를 요청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증파에 앞서 한국안보와 경제발전 등의 조치를 요구하는 브라운 각서(1966)를 미국과 체결한다.

체결 내용은 ▲제1조 추가 파병에 따른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 ▲제2조 한국 육군 17개 사단과 해병대 1개 사단의 장비를 현대화한다. ▲제3조 베트남 주둔 한국군을 위한 물자와 용역은 가급적 한국에서 조달한다. ▲제4조 베트남에서 실시되는 각종 건설·구호 등 제반 사업에 한국인 기업이 참여한다. ▲제5조 미국은 한국에 추가로 차관과 군사 원조를 제공하고 베트남과 동남아시아로의 수출 증대를 가능하게 할 차관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베트남 파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 등을 차치하고 파병으로 인한 대가가 경제성장에 기여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경제사-새마을운동

경제성장 5개년 계획이 진행되면서 새마을운동(1970)도 추진됐다. 새마을운동은 산업적 측면의 경제성장 전략보다도 생활태도와 정신자세를 혁신하고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환경을 개발·발전·개선해나가는 사회혁신운동이었다.

새마을운동의 기본 이념은 ▲국민 각자가 독립된 개체로서가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 내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공동개발, 공동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 ▲지역사회 주민이 주체가 되는 '민간주도'의 지역사회개발운동. ▲지역사회개발운동에서 나아가 국민정신을 일깨우는 의식개혁운동이다.

구체적인 실행목표는 농촌근대화운동이었다. 당시 외국의 차관에 의지한 채 농촌을 제외한 도시 중심의 공업화를 추진하면서 기형화된 산업구조를 가지게 됐다. 이에 농촌을 도시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채택한 전략이 바로 새마을운동이다.

또 지역균형개발전략의 성격도 가지고 있었다. 도·농간 격차를 극복하고 지역간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의식개혁운동의 목적도 있었다. '하면 된다'는 신념을 통해 국민에게 자신감을 갖게 한 정신운동이다.

경제사-파독광부·간호사

1963년부터 1980년까지 독일에 파견됐던 파독 광부·간호사도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 획득에 기여함으로써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당시 파견된 이들은 무려 7900여명에 이른다. 특히 국내에서 추진한 수출지향정책으로 인한 농촌붕괴현상과 막대한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파견된 광부들에게는 3년 계약에 매월 600마르크(160달러)의 높은 수입이 보장됐다. 이에 많은 한국인들이 독일행을 희망했다.

파독광부는 독일의 광부인력 부족현상을 해소하는 동시에 미국이 독일에게 요청했던 한국 재건지원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국 정부의 이해관계와 이러한 상황이 부합한 결과 성제성장을 견인하고 사회문제를 해소한 것은 맞지만 당시 많은 광부들이 머나먼 타향에서 고통 받아야 했으며 업무 미숙으로 인해 부상을 당하거나 희생을 당하기도 했다.

경제사-자동차 산업

1950년대 처음 시작된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경제성장과 함께 발전하면서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성장 동력 중 하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수출 5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세계 4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시초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는 국제차량제작주식회사가 만들어낸 ‘시발(始發)자동차’다. 자동차 생산을 최초로 시작했다는 뜻이다. 시발자동차의 인기로 버스, 택시, 트럭을 생산하기에 이른다. 

이후 1962년 ‘새나라자동차’가 설립되면서 자동차 산업의 호황을 이끌다가 신진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한다. 신진자동차는 당시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기술제휴로 코로나(1966년), 크라운(1967년), 퍼블리카(1967년) 같은 승용차를 생산했다. 특히 코로나는 1966년부터 1972년까지 4만4248대가 생산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은 현대자동차로 넘어오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1967년 미국 포드자동차와 합작회사로 시작했다. 1976년 ‘포니’를 생산하면서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된다. 1984년 포니의 생산은 50만대를 넘어설 만큼 큰 인기를 끌게 되고 캐나다로 수출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포니 이외에도 엑셀(1985), 그랜저(1986), 소나타(1988), 갤로퍼(1991) 등을 생산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기아자동차도 현대자동차와 함께 자동차 산업에서 쌍두마차를 이루며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1980년대 봉고 시리즈를 출시하며 승합차 시장을 개척했고 1987년 포드와의 기술 제휴로 소형 월드카 ‘프라이드’, 1993년 4륜구동 승용차 스포티지 등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1998년에는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 입찰에 참여해 주식 51%를 인수하게 된다. 2000년대 들어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총생산량 부문에서 세계 6위, 매출 100조 시대를 연다. 

2013년에는 세계 100대 브랜드, 판매량 세계 5위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1960년대부터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해온 현대자동차, 나아가 자동차 산업은 한국 경제 성장의 큰 밑거름이 됐다.

경제사-반도체

1992년부터 1등을 놓치지 않아온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이후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효자종목이다. 

삼성의 창업주 故이병철 전 회장은 1983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의 지리적 여건상 부가가치가 높은 고도의 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놀라운 점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고 불과 10개월 만에 세계에서 3번째로 64K D램을 생산해냈다는 것이다. D램이란 PC나 스마트폰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필요한 메모리를 임시로 저장하는 장치다. D램의 성능에 따라서 생산성과 속도의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핵심 중에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해내면서 반도체 시장 세계 1위로 도약하게 된다.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도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왔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들어서도 반도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램 부문 세계 1위에 올랐고 2006년에는 세계 최초 50나노 D램과 2007년 30나노 낸드 등을 개발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업계의 절대강자로서 25년간 1등을 이어오고 있어 한국경제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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