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얼마 전 ‘혼술남녀’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하는 활동들이 트렌드가 되더니 급기야 드라마의 소재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통설처럼 우리 시대에 ‘혼자족’이 그만큼 늘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한 호기심에 ‘혼자족으로 살아보기’를 주제로 한 기사를 쓰게 됐다. 체험은 의외로 수월했다. 혼자족들을 위한 맞춤형 식당들과 상품도 많았다. 편의점에는 1인용 도시락이 즐비하고 간단히 해결할 수 있도록 테이블까지 마련된 곳도 많다.

혼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식당도 있다. 매스컴에서는 연신 ‘혼영족(혼자 영화보는 사람)’,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란 용어를 만들어내며 이들 덕분에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를 부각시킨다. 이쯤 되니 혼자족으로서의 삶이 왠지 세련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체험을 위해 뛰어든 현장은 달랐다. 체험 1주일 동안 기자와 함께 동병상련(?)을 느꼈던 혼자족은 어디에도 없었다.

혼밥·혼술 시대의 허상이 아닐까. 실제로 혼밥, 혼술족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도시락, 술 등 일부 품목이 불티나게 팔리며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혼자족들이 꼭 대중적 공간 속에서 늘어간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양지’보다는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집이라든가 작업장 한켠, 도서관 휴게실 등 고립된 공간 속에서의 혼자족들이 훨씬 더 많이 늘어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세는 경제적 침체와 연관성이 짙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은 결혼과 출산까지 미루게 되는 삼포세대로 전락했다.

혼자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암울한 시대인 것이다. 비자발적 1인 가구 시대가 양산해낸 트렌드가 바로 혼밥·혼술족이다.

취업 준비로 시간 쪼개가며 공부에 매진하는 취업준비생이 후딱 해치우는 도시락, 팍팍한 살림살이 혹은 바쁜 일상 때문에 밖에 나가 술 먹기 부담스러운 직장인들의 홀짝임.

500원에 부르는 몇 곡의 노래로 스트레스를 푸는 고시생. 이것이 혼밥·혼술·혼놀족 증가의 민낯이 아닐까.

혼자족 체험 동안 편안함과 외로움을 동시에 경험했지만 그 무게는 외로움에 더 기울어져 있었다. 자발적 체험자인 기자도 이러한데 비자발적 혼자족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 기자도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청년들에게 가혹한 이 시대와 함께 혼밥·혼술이 잠깐의 유행처럼 지나가고, 함밥(함께 먹는 밥), 함술(함께 먹는 술) 시대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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