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통계청이 ‘2015 생명표’를 발표하면서 100세 시대에 대한 장밋빛 미래가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태어난 여자 아이의 평균 기대수명이 85.2년을 기록하는 등 100세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대수명이 1970년 대비 19.4년이나 늘면서 100세 시대가 더 이상 꿈이 아니라는 것이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14일 통계청의 ‘2015 생명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한 신생아의 남녀 평균 기대수명은 82.1년(남자 79.0년/여자 85.2년)으로 조사됐다. 2015년 대비 0.3년 늘어난 수치다. 5년 단위로 살펴보면 ▲1990년 71.7년에서 ▲1995년 73.8년(2.1년↑) ▲2000년 76.0년(2.2년↑) ▲2005년 78.2년(2.2년↑) ▲2010년 80.2년(2.0년↑) ▲2015년 82.1년(1.9년↑)으로 나타났다.

5년마다 약 2년씩 평균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있다. 1990년에 태어난 아이가 71세 정도까지 살 수 있었다면 2015년에 태어난 아이는 82세까지 살게 된다는 뜻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살아 생전에 22세기를 맞이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또 수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이런 추세대로라면 2060년에는 평균 기대수명 100세를 돌파할 수도 있다.

통계청은 기대 수명 증가의 원인으로 사망률 감소를 꼽는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 과장은 “15세 미만 유소년과 45~60세 인구의 사망률 감소가 기대수명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보건·의료 기술도 발달과 경제 수준의 증대도 큰 틀에서 영향을 미친 요인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늘어가는 기대수명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점점 떨어지는데 기대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이에 대해 “고령자가 늘어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유소년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과 여

통계표를 분석해보면 남녀 간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절대적 수치로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6.2년 더 많다. 또 그동안 남녀 간 격차의 변화도 있어왔다. 1970년 남녀 간 기대수명 격차는 7.1년이었지만 여자의 사망률이 남자보다 더 빠르게 낮아지면서 1985년 8.6년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남자의 기대수명 개선 속도가 빨라져 남녀 간 격차가 감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 남녀 간 격차는 8.4년이었으며 1995년 8.2년, 2000년 7.3년, 2005년 6.7년, 2010년 6.8년, 2015년 6.2년으로 간극이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사고로 인한 남성의 사망 비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산다는 말도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생존확률의 추이를 분석해보면 남성 수명의 질이 상당히 개선된 점을 알 수 있다. 2015년 태어난 출생아가 65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남자 86.7%, 여자 94.4%로 여자가 7.7%p 앞서고 있다. 하지만 1970년 태어난 남자가 65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47.7%로 45년 동안 무려 39%p나 상승했다. 여자는 28.4%p 증가했다. 남성의 생존확률 증가율이 여성보다 훨씬 앞서고 있는 것이다. 80세까지 생존할 확률도 남자는 1970년 대비 44.9% 상승한데 반해 여성은 44.7%p 올라 남성의 증가율이 여성의 증가율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세계는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 대비 약간 높은 편에 속한다. 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12위다.

남녀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남자의 기대수명(79.0년)은 OECD 평균(77.9년)보다 1.1년 높다. 남성 기대수명 1위 아이슬란드(81.3년), 2위 스위스 (81.1년), 3위 이탈리아 (80.7년) 순으로 높은 가운데 우리나라는 18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자의 기대수명(85.2년)은 OECD 평균(83.3년)보다 1.9년 높으며 이는 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자 기대수명 1위는 일본(86.8년), 2위 스페인(86.2년), 3위 프랑스(86.0년)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녀 간 기대수명 차이(6.2년)는 OECD 평균(5.4년)보다 높으며 이 차이는 OECD국가 중 9위로 일본(6.3년, 8위)과 유사한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1996년 OECD에 가입한 이래 여자는 2003년부터, 남자는 2007년부터 OECD 평균에 도달해 현재까지 이를 상회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잘사는 나라의 평균수명이 빈국보다 높은 것으로 미뤄볼 때 OECD 평균을 상회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삶의 질

기대수명은 점점 높아지지만 삶의 질까지 증대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 살지만 아프면서 오래 산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주로 3대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태어난 남자 신생아가 살면서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27.3%, 심장질환은 9.7%, 뇌혈관 질환은 8.6%로 나타났다. 3대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45.6%에 달했다. 여성은 38.7%(암 16.1%/심장 질환 12.6%/뇌혈관 질환 10.0%)로 집계돼 남성보다 비중이 적었다. 암이 제거된다면 남성의 기대수명은 평균 5.1년, 여성은 2.9년이나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14년 발표된 ‘건강수준별 기대여명’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출생자 중 남성의 기대수명은 79.0년인데 반해 유병기간은 14.1년(17.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기대수명 85.5년에 유병기간이 무려 19.6년(22.9%)이나 됐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 과장은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건강수명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며 “아프면서 사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하면 삶의 질은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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