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세월호참사' 등과 관련, 민심을 이반한 발언으로 언론을 오르내리는 여당 의원들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됐던 정유섭, 김진태, 김종태, 이정현, 홍준표 새누리당 의원의 말을 살펴봤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강소영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졌다. 분노한 국민들은 깊은 상실감과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 각지를 밝혔던 촛불은 이제 횃불이 돼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의 분노를 잠재워야 할 정치권은 아직까지 국민의 눈높이에 이르지 못하는 듯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하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막말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 분노에 부채질을 하는 대표적 프로 막말러는 김진태(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 정유섭(세월호 7시간), 이정현(장 지지겠다. 유다가 되라는 것이냐) 의원 등이다.

스피치 전문가들은 국회의원들의 막말에 대해 공감과 소통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유미 샤인스치치교육연구소 소장은 이에 대해 “한마디로 공감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것”이라며 “정치인은 공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첫 번째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내 생각이 ‘저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질꺼야’라고 했을 때, 바람은 외부로부터 오는 영향이나 이슈도 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그러나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진다는 생각이 들어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유섭-세월호 7시간

“현장 책임자만 잘 임명하면 대통령은 놀아도 된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을 두고 한 말이다. 정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기관보고에서 이같이 발언해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불씨를 더욱 키웠다.

정 의원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정도의 반어법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라며 “문맥의 앞뒤를 거두절미하고 비난만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이 인사를 잘했다면 세월호 사고도 없었을 것이고 인명 구조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또한 정 의원은 “2013년 3월 세월호가 취항할 때 대통령이 국회와 여론이 반대하는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경청장을 잘못 임명해 1년 동안 여객선 관리가 잘못됐고, 해경에서 1년 내내 대형구조훈련을 안 해 구조능력이 저하돼 2014년 4월 세월호 재난이 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민심의 불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구 주민들은 “탄핵에나 찬성하라”며 야유했고, 4.16연대는 6일 “세월호 막말을 한 정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 김진태-촛불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촛불 비하 발언’으로 오히려 자신의 지역구인 춘천을 촛불바다로 만들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대통령 탄핵과 관련,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는 것과 관련,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의 망언에 단단히 화가 난 춘천시민들은 같은 달 27일 김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 운집해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최저기온 0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만명이 넘는 시민이 항의하던 그 시각, 그는 춘천 시내의 한 사우나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김 의원의 발언 이후 촛불집회에는 LED촛불과 LED횃불, 강한 바람에도 끄떡없는 횃불 등 다양한 촛불집회 아이템들이 등장했다.

‘제2의 김진태’로 불리는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촛불집회를 두고 “현재 촛불시위는 전혀 평화시위가 아니다”라며 “좌파․종북 세력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러나 외신들이 바라보는 촛불집회의 분위기는 김 의원의 주장과 상반돼 국민적 공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CNN, AP통신 등 외신들은 엄청난 인파에도 평화적 시위가 이어지고 있음을 전했다. 특히 미국 정치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김치만큼이나 한국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점점 성숙해지는 대한민국 집회문화를 평가했다.

■ 이정현-가재는 게 편?

“탄핵을 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탄핵정국 속에서도 꿋꿋하게 박 대통령 두둔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11월3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탄핵을 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야3당이 탄핵을 발의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5일 만에 손바닥 뒤집듯 이를 부인했다.

이 대표는 또 같은 달 24일 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예수 팔아먹은 유다가 되라는 거냐”며 “한마디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배신자가 돼 달라, 변절자가 돼 달라,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 달라 이런 이야기 아니겠는가”라고 말해 지탄을 받았다.

이밖에도 평소 거친 언행으로 세간에 오르내리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아니더라도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국민세금으로 미백주사, 태반주사를 맞았다면 국민적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그러나 선택의 잘잘못을 떠나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라고 박 대통령을 감싸는 모양새를 보였다.

홍 지사는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는가”라며 “절차를 밟아 4월말에 내려오겠다는데 굳이 머리채 잡고 바로 끌어내리겠다는 야당의 처사는 과한 측면이 있지 않은가”라고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최유미 샤인스피치교육연구소 소장은 정치인들의 막말에 대해 “상대방이 무슨 마음인지, 어떤 생각인지 먼저 파악하고, 관계 형성과 언어선택을 통해 상대방이 원하는 말을 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공감의 과정을 거친 후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야하는 것이지만 정치인들의 막말 행태는 상대방의 말과 생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필터링 없이 그냥 내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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