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김병건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 대통령의 가결을 선포했을 때 더불어민주당의 초청으로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을 채운 40명의 세월호 유가족들은 외쳤습니다. "촛불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을 했다라기 보다는 국민이 이긴 것입니다.

51.6%의 득표로 당선됐던 박 대통령이 현재 지지율 5%를 기록하고 있고, 국회에서는 78%로 탄핵이 찬성 되었을까?하고 냉정하게 생각해봅니다. 본회의장 탄핵 표결 직전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을 통해 박 대통령의 수많은 법률위반에 대해서 나열했습니다. 과연 국민들은 그런 복잡하고 난해했던 법률위반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을까요?

지난 수 주일간 박 대통령은 3번의 대국민담화를 했지만 박 대통령의 담화는 빠르게는 몇 시간 만에 늦어도 며칠 이내에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본인이 국민과 약속했던 것들, 가령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는 약속은 압수수색 거부, 대면조사 거부와 다른 피의자들의 공소장을 다 확인하고 조율하다가 결국 검찰수사를 거부 해버린 이러한 모습들은 결국 자신을 탄핵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합리적 접근

논어 안현편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은 믿음이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신불립은 비단 정치뿐만이 아닐 겁니다. 회사에서 직원들 관계에서도,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서도, 우리 사회 어디에도 신의가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겠지요.

이제 황교안 국무총리는 한동안 권한이 정지된 박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촛불의 민심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촛불 민심 중 일부에서는 직접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시국 원탁회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모두 동의합니다. 하지만 동의하기 이전에 천천히 그리고 합리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탄핵 직후 새누리당 대변인은 ‘앞으로 변화하겠다.’라고 논평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박근혜 정부 하에 조악한 논리로서 주장하던 수많은 법과 규칙, 정책들에 대해서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때 '박근혜 정부의 모든 정책은 아니다.'라는 자세는 안 될 것입니다. 따져보고, 합리적 의심을 해보고 사사로이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 야권의 대선레이스는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탄핵 정국에서 일부 대권주자의 유불리를 내세워 다른 주장을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지금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정치 불신이 바로 이런 행동들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후보의 유불리만 따져서 정책을 만들거나 정치행보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만들어준 지금과 같은 환경을 야당이 다시 무산시켜 국민을 절망케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야권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법인세로 대표되는 조세 개혁, 검찰 개혁, 국정원 개혁 등 탄핵은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인 것입니다.

발전적 개혁

새누리당은 조금 더 심각합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탄핵 직후 행보에 대해 날것으로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내부 싸움!" 그렇습니다. 새누리당은 한동안 친박 지도부의 퇴진과 비상대책위위원 체제 또는 탈당, 분당 사태 등 급격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아직 입당조차 하지 않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빼고 나면 여권에서 대통령 후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도지사로는 지금 야권의 대통령 후보들하고 맞서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비박과 친박은 앞으로 치열한 내부 투쟁이 예상됩니다.

과연 권력 싸움만이 능사일까요? 진정 새누리당이 다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는 새누리당이 발전적 개혁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개혁의 중심에는 진짜 국민이 있어야 합니다. 가령 새누리당이 먼저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을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벌어졌던 논리적으로, 상식적이지도 않은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이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도 필요합니다. 친박이 폐족이 되지 않으려면 이러한 노력을 행하고 행할 때 그나마 가능할 것입니다.

권한이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립니다. 그 기간이 최장 6개월 입니다. 그 6개월이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또다시 혼란의 시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보수 세력은 또다시 종북 타령을 할 것이고, 촛불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억눌려 왔던 다양한 요구의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 사이 사람들은 사분오열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박근혜 정부를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은 그러한 혼란이 오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를 것입니다. 각 정파의 이익, 특정 후보를 위한 개혁이라면 또다시 정치권 전체를 향해서 촛불이 들어질지도 모릅니다. 탄핵은 끝이 아닌 희망의 가능성이 높은 혼란의 시대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울러 황교안 국무총리는 혼란의 시대를 잘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황교안 총리에 대해서 아직까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행여 비공식적으로 자신을 총리로 임명한 박 대통령에게 관행대로 보고하고, 지시 받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향후 국회가 주도적으로 시행하려는 개혁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안보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챙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권한은 과거 고건 총리시절처럼 낮은 자세로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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