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왼쪽)은 올해 2월 서울 영등포 세 모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반지하 다세대주택 입구 계단 모습이다. 현재는 빈집으로 남아있다. 지난 7일 사건 장소를 가는 길에는 낡은 다세대 주택(가운데)이 눈에 들어왔다. 반지하 다세대주택 입구 대문 틈 사이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범창(왼쪽)이 보인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부양자 기준 걸림돌

기초생활수급자 및 긴급자금지원제도 개선 필요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절규와 분노, 반성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이슈 사건, 그 후를 추적 보도하는 본지 특별기획 [사건 후] 취재 과정에서 서울 영등포 세 모자 사망사건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졌다.

올 2월19일 서울 영등포 도신로 소재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서 세 모자가 칼에 찔려 사망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정신질환을 앓던 큰 아들(27)이 어머니(56)와 동생(26)을 칼로 찔러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족간 다툼 사건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경찰은 또 유족 조사 결과, 이들 가족은 지난해 사망한 아버지의 유산을 받아 생활고는 겪지는 않았다. 어머니와 큰아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큰아들이 온순했다고 유족이 진술하면서 정신병 탓으로 속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궁 속 사건. 본지가 영등포 세 모자의 안타까운 죽음의 한 켠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사건 후]의 기획 배경이 됐던 서울 송파 세 모녀 사건에서 출발한다.

2014년 2월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된 송파 세 모녀는 경찰 수사 등을 통해 극심한 생활고를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관련 법안이 개정 및 제정되는 등 사회보장시스템 강화를 위한 일련의 작업에 나섰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안타까운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바로 영등포 세 모자 사건이다. 본지는 반지하방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생활고라는 공통분모가 있을 것으로 추론했다. 단순 가족 간 다툼만을 원인으로 보기에는 설득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안타깝다”

사망사건 현장인 도신로 소재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1호선 신길역 뿐이다. 도보로 30분 이상, 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하차해도 10분 이상 걸어가야만 집에 다다를 수 있다.

해당 주택은 차량 진입이 불가능 한 골목길을 위치해 있으며 지은지 20년이 넘는 낡은 건물이었다. 인근 부동산 확인 결과, 해당 반지하방 전세보증금은 2500만원이다. 서울 도심에서 2500만원으로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

장성한 두 아들과 어머니가 살기에는 비좁은 주택이다. 또 경찰은 생활고를 겪지 않았다고 봤지만 해당 지역 자체가 주로 서민들이 주거한다는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수사 결과를 쉽게 수긍하기 힘들었다.

신길3동주민센터 사회복지팀을 통해서 보다 직접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지역 사회복지팀은 사망사건 발생 후 현장 조사에 나섰다. 또 이들 모자가 긴급지원을 신청했다면 지원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신희순 신길3동주민센터 사회복지1팀장은 이에 대해 “유산으로는 전세보증금(2500만원)과 경기도 용인 소재 농지가 전부”라면서 “가족들은 도신로 이주 전 용인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 판매로 생계를 이어왔다. 가장이 숨진 후부터는 외가 및 지인들 도움을 받아 생계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와 큰 아들이 우울증과 정신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작은 아들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한 게 전부였다”면서 “긴급신청을 했다면 그 대상이라고 본다. 안타깝다. 그 이후 찾동사업으로 적극 나서서 숨어 있는 생계지원 가구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각지대

서울 송파 세 모녀부터 영등포 세 모자 사건까지. 안타깝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생활고를 호소할 데가 마땅치 않다.

관련법이 재정비 됐다고 하지만 일정 재산이 있거나 성인이 된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경제력과 무관하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1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이 47만1201원, 3인 가구 기준으로는 103만7916원을 넘으면 생계 급여 대상이 아니다. 기초생활제도상 규정된 복지급여는 생계, 의료, 주거, 교육, 해산, 장제, 자활 등 7개지만 생계 급여신청이 가장 높다.

생계 급여는 통상 소득 인정금액에 재산환산금액을 더해 산정된다. 재산환산금액은 주거 재산 가치의 1%다. 여기에 저축, 보험 등 유동성 재산은 별도로 계산돼 합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시혜적 단순 보호 차원의 생활 보호 제도로부터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종합적 빈곤 대책이다. 국민 기초 생활 보장 제도의 일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정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더욱이 긴급복지 지원도 일정 금액의 재산 규모를 넘으면 받을 수 없다. 긴급지원 신청은 직장을 잃고 가정에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중병이 발생해 의료비 지원이 절실할 때 가능하다.

하지만 4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이 연간 329만4000원에 재산 규모가 1억8900만원 미만이여야 한다.

그러나 전국의 주택 평균 전세가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2억원을 넘어섰다. KB국민은행이 올해 4월 발표한 전국 주택 전세가는 평균 2억32만원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전세가는 평균 2억2738만원이다.

거꾸로 정책

지원이 절실하지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예산은 정부안보다 줄었다. 특히 긴급복지 지원 예산은 정부안보다 100억원이 감액됐다.

정부는 긴급복지 지원 예산으로 1200억원을 책정했지만 최종 예산안에는 1000억원만 반영됐다. 이 마저도 시민사회단체가 강력 항의하자 오른 금액이다.

김잔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중앙정부가 유사정책이라는 이유로 지자체 복지 정책 시행을 막고 있다”며 “지역 특성을 고려한 취약 대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자율성을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도 반지하 거주가구 등 복지 사각지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희순 신길3동주민센터 사회복지1팀장은 “자치구와 관할 주민자치센터의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현실성 없는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사회발전) 교수는 “경제력이 없는 부양가족에 부양의무를 떠넘기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부양가족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양가족이 있어도 생활고를 겪는 가정이 많다”며 “가족이 해체된 가정, 저소득 부양의무자 등은 부양 의무자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