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설립 과정 의혹에서 출발해 태블릿PC ‘절정’
모르쇠‧버티기…성난 민심 횃불이 대통령 끌어내려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대한민국 현대사에 기록될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박 대통령 탄핵이라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 의혹부터 탄핵까지. 험난했던 137일 동안 대한민국은 분노와 허탈감이 교차했다.

나비의 연약하고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을 강타하는 커다란 폭풍을 유발한다는 ‘나비효과’. 137일간 계속된 격정의 시기를 만든 나비효과는 2014년 3월 전관 변호사 최유정 논란으로 촉발된 정운호 게이트다.

지난 2년간 기록된 사건들은 권력과 이권이라는 추악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윤회 문건 파동, 정운호 게이트, 정운호의 변호를 맡은 최유정 변호사 폭행 사건 속에 드러난 홍만표 변호사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로비 의혹.

‘오피스텔 황제’로 불린 진경준 전 검사장과 우 전 민정수석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보도로 인한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정면대결, 비선실세 최순실을 등장하게 만든 한겨레,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부정 학점 취득과 최경희 이대 총장 사임까지 이어졌다. 또한 비선실세 최순실과 함께 등장하는 차은택 감독,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과 혐의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결정적으로 야당 의원들의 국정감사를 통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규명과 JTBC의 태블릿PC 보도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연결고리를 입증하게 만들었다. 또 최순실과의 의혹을 부인하던 박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이도록 했다.

이번 사태의 결말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탄핵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라는 제2막과 그 이후의 결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의혹

TV조선은 7월26일 “미르재단의 기금 모금 과정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최초로 보도하면서 비선실세 최순실 존재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TV조선은 8월초까지 미르‧K스포츠재단의 정관과 회의록이 동일하다는 점, 배후 인물에 대한 의혹, 차은택 감독 개입 의혹 등을 보도하며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설립 추진됐는지, 출연금 모금 과정이 적법했는지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나섰다.

언론과 야당의 의혹 제기에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의 반격이 시작됐다. 청와대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꼽히는 김진태 의원은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 의원은 8월29일 송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외유성 접대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여야 정치권 공방으로 이끌었다.

송 주필은 곧바로 사임했고, 조선일보는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후속보도는 주춤해졌다. 그러나 한겨레가 9월20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최순실이 단골로 다니던 마사지센터 운영자“라는 보도를 이어가면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이름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충격

7월26일 TV조선의 최초 의혹 제기와 국정감사를 앞둔 9월20일 비선실세 최순실을 수면위로 끌어올린 한겨레. 대표적인 보수와 진보언론의 보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의 실체에 점점 다가서고 있었다.

경향신문도 9월23일 최순실의 딸 정유라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료를 근거로 정유라가 독일 마장마술대회에 탔던 말인 ‘비타나V'가 삼성의 지원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유라의 이대 특혜 부정입학, 부정학점 취득, 이대 출석 편의 의혹 등이 잇달아 제기됐고, 이후 교육부의 감사결과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남으로써 교육문제에 민감한 10대 청소년과 20대 학생, 학부모들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촛불집회에 참가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 문제로 이화여대 교수와 학생 5000여 명은 집단 규탄 시위를 이어갔고 결국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10월19일 사임했다.

또한 11월3일 최순실이 구속된 후 TV조선을 비롯해 채널A, MBN 등 박 대통령을 옹호했던 보수언론들은 최순실이 이용한 박 대통령 전용 의상실 관련 영상 등을 공개하고,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실체

9월26일부터 10월18일까지 열린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최순실로 뒤덮였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제기된 교문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최전선이 됐다. 야당 교문위원들은 박 정부 들어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또한 2015밀라노엑스토, K스타일허브, 늘품체조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문화 사업에 대한 의혹제기와 김종덕 문체부 장관,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인사 개입 의혹을 연일 폭로했다. 이 외에도 정무위, 농해수위, 산자위, 환노위, 보건복지위 등 국정감사 전반에 최순실은 화제로 떠올랐다.

절정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화룡점정은 바로 태블릿PC였다. JTBC는 10월24일 최순실이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태블릿PC를 공개하면서 “최순실이 박 대통령 취임 전후로 연설문과 각종 인사자료, 외교자료 등을 사전에 보고받았다”고 폭로했다. JTBC가 밝힌 보도에는 2012년 태블릿PC가 개통돼 2014년 3월까지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관련 문서부터 청와대 연설문서 등 대외비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간 최순실과의 관계를 부인해오던 박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는 순간이다.

박 대통령은 결국 10월25일 제1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일부 연설문과 홍보 등을 최순실에게 도움 받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계속해서 부인했던 최순실과의 관련 의혹들이 혐의로 입증되자 민심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후 11월4일 2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하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지만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 측근들이 구속당하면서 180도 입장을 뒤바꿨다. 11월20일 청와대는 검찰이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동정범’으로 적시한 것과 대면조사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입장을 밝혔다.

이후 사태는 성난 민심이 이끌었다. 2만명으로 출발한 촛불은 232만명의 횃불로 거세지며 정치권의 각성을 요구했다. 이에 정치권은 9일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234표라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져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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