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1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으나 기관보고에 참석하기로 한 검찰총장 등이 불출석해 진통을 앓고 있다.

대기업 미르ㆍK 재단 출연금, 성격 규명 쟁점
최순실·최순득 출석…실체적 진실 드러날까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지난달 30일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했다. 국정조사는 총 60일로 내년 1월 15일까지 진행되며 총 4차례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재계 10대그룹 총수 8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증인규모는 '5공 청문회' 이후 최대다.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회 전 분야에 파급력을 미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적 진실이 어디까지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욱이 생중계 되는 국정조사에 출석하는 기업총수 및 공무원들로부터 '양심고백'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재벌 총수 또는 공직자 중에 실체적 진실에 대한 양심고백이 나올 경우 9일로 예정된 대통령 탄핵 절차는 물론 대통령 퇴임이후의 검찰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정조사 일정을 세부적으로 보면 5일에는 대통령 비서실과 대통령 경호실, 국가안보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등을 상대로 2차 기관보고를 받는다. 국정 전반에 걸쳐 이뤄진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정유라의 이대 입시 특혜 의혹 등이 질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국조특위는 기관보고를 통해 취합한 자료를 토대로 6, 7, 14, 15일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실시한다.

1차 청문회에는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더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8대 그룹 총수가 출석할 예정이지만 미지수다.

일부 그룹은 국정조사에서 오해를 바로잡고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몰아치기식 압박이 강하게 이뤄질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그룹의 최대현안이 특검과 총수의 증인 출석에 맞춰져 있다보니 다른 업무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각 그룹 총수가 국정조사에 나온다 할 지라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문화·체육 발전을 위한 재단에 기업입장에서 출연금을 냈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각 그룹이 공동으로 국정조사에 대응하며 말을 맞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 롯데 같은 경우 마지막 까지 출연금이 과하다며 깍아줄 것을 요구한 점 등에 비춰봤을 떄 의외의 폭탄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차 담화를 통해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비롯해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고 개인 비리로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친박 진영의 적극적인 엄호도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첫 기관보고에서 친박계 이완영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발언을 해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 의원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기업에 대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 의혹과 관련해 "과거 노태우 정권 때부터 역대 정권마다 한번도 빠짐없이 이와 유사한 비리가 있었다"며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늘 의혹을 가지는 핵개발 세력에 4억5000만 달러가 나갔다"고 발언, 논란을 자초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미소금융재단으로 2659억원, 대중소기업 협력재단 7184억원. 노무현 정부에서 사회공헌사업으로 1조9000억원을 모금했고 대중소상생협력기금으로 215억원, 공익재단 설립은 '940억원 + a'였다"며 "김대중 정부에서는 100억원(을 모금했고), 표에는 없지만 아태재단에 213억원, 이희호 여사가 명예총재였던 사랑의 친구에는 90억원을 모금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강력 항의하고 나섰다.

야3당 국조위원들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과연 국조를 제대로 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완영 간사는 특위 운영을 주도하기는 커녕 국조 핵심인 청문회 증인채택에 시종일관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며, 특히 삼성관련 증인에 대해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하고 있다"고 이완영 의원을 비난했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공모 가능성을 밝힌 가운데 11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이영렬 검찰수사결과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관계 드러날까

2차 청문회에선 비선 최순실과 정유라, 장시호, 최순득씨 등 최씨 일가와 함께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박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대거 출석한다.

대통령과의 40년 동안 인연을 이어온 최순실을 통해 최태민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및 문화 체육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배경과 언론을 통해서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차 대국민담화문에서 '비선실세' 최순실로부터 '개인사'에 대한 도움을 받고 '왕래'도 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오랜 인연'은 최씨의 아버지 최태민 목사 때부터 40년 넘게 이어온 친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목사는 1974년 고(故)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직후 박 대통령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내며 처음 접근했으며 친분을 쌓은 뒤에는 딸인 최씨를 소개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목에서 박 대통령은 오랜 인연을 가진 최씨로부터 청와대에 들어온 뒤에도 여러 개인사에 걸쳐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 대국민사과에서는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다"고만 했지만 이번에는 도움을 받은 범위가 개인사로 확장된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사실상 최씨가 골라준 의상을 입어 왔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일명 '샘플실'이라는 사무실을 차려놓고 박 대통령의 의상을 제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샘플실에 이영선·윤전추 청와대 부속비서관실 행정관이 드나든 모습이 포착된 CCTV도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상태다.

박 대통령은 또 취임 후에도 최씨와 왕래를 했다고 인정했다. 이를 두고 최씨가 2013년 박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이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을 통해 별도의 검문·검색 과정없이 청와대 정문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의혹을 시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행 청와대 경호 규칙상 일반인이 출입증 없이 정문을 통과하려면 청와대 부속실에서 경호실을 거쳐 외곽경비단(101경비단)까지 사전에 그 사실을 알려야하지만 최씨는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듯이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박 대통령이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한 대목도 최씨의 의상제작과 청와대 출입 의혹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두 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언론보도를 통해 의혹이 사실임을 뒷받침할 만한 각종 자료와 증언이 충분히 제기돼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세월호 7시간 등 모든 의혹 규명의 중심에 있는 박 대통령 최측근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과연 비선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는지에 대해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모든 사건을 전면 부인하면서 최씨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선을 그어왔다. 심지어 한 언론인터뷰에서는 "최순실 국정개입은 까맣게 몰랐고,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씨에 대해) 보고 받은 적 없고, 알지 못하고, 만난 적도 없고, 전화 통화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은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돌봐주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감독도 "최씨의 지시로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이에 "차 감독을 만난 적은 있지만, 최씨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김종 전 차관에 대해서는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의 이같은 완강한 부인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먼저 김 전 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40여년간 박근혜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했다. 그는 박정희 정부 당시 중앙정보부 핵심 간부를 지냈고 이후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보에 민감한 검찰 출신으로 무려 40여년을 박정희 전 대통령 부녀를 보좌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는 점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

특히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6년 독일 방문 당시 최씨의 남편 정윤회씨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이밖에도 2013년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낼 때 김 전 실장과 최씨가 동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해명은 없다.

결정적으로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파동' 당시 해당 문건에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라고 적혀있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당시 이를 묵살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여전히 최씨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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