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허홍국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과 전국 일원에서 열린 제5차 촛불집회에 전국적으로 2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 

국정개입 정황은 시간이 갈수록 ‘양파’ 까듯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에 분노한 국민들은 이번 주말(3일) 300만명 집결을 예고하는 것으로, 박 대통령 담화에 화답했다.

재계도 이번 파국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기업의 정경유착 정황이 드러나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국민들은 국내외 불경기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기업들은 사익 추구를 위해 뒤로 딴 짓(?)만 하는 모양새다. 비선 실세의 압력에 출자할 돈은 있고 채용 등 고용창출에 인색한 모습이 실망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최근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계열사 중 지난달 중순까지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255개 기업의 고용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전체 고용 규모는 98만834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00만명이 넘던 고용 규모가 무너졌다. 올해 들어서만 1만4000명 이상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감소 인력이 9515명에 이르고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두산도 1978명 줄였다. KT도 1203명을 회사에서 내쫓았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LG, 한화, CJ, 대우건설, KCC 등 15개 그룹이 순증했지만 감소 폭을 메우지는 못했다. 사실상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고용에 인색했던 기업 대부분은 주요 계열사를 통해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냈다. 재벌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모두 53개사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3개사가 10억원 이상 출연했다. 이렇게 모인 돈이 미르재단 486억원, K스포츠재단 288억원 등 총 774억원 규모다. 더욱이 이들 기업 4곳 중 1곳은 재단 출연 당시 적자 등으로 지난해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더욱이 삼성, 현대차, SK, 롯데 등 대기업 총수들이 거액 재단 출연금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독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경유착이라는 비판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억울하고" 또 "피해자"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정황상 정경유착에 가깝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치권의 부당한 요구는 단호히 거절하고 정당한 요구에는 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계는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앞을 내다보고 바로서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이 소명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정신을 되새겨야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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