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활동 7개월…죽은채권(좀비채권) 약 2조7천억 소각
사전채무조정제도 통해 채무자에게 채무조정 권리 확보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제가 좀 집요한 구석이 있어요.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꼭 실현해야 해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장기 소액 채무 연체자들의 채무를 소각해주는 주빌리은행을 통해 부실 채권을 사들여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하는 활동을 했다. 비례대표 9번으로 20대 국회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 소속의원 123명의 이틀치 세비를 ‘주빌리은행’에 기부하는 것을 주도해 총 123억원의 부실채권을 소각했고, 생계형 채무자 2525명을 구제한 것이다. 더욱이 대표발의한 제1호 법안도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일부개정법률안’(일명 죽은채권부활금지법)이다.

제 의원은 20대 국회가 개원하고 약 7개월 남짓 의정활동을 통해 소각한 죽은채권(좀비채권)은 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 22일에는 죽은채권 3174억원(원금 471억원)을 소각해 약 2만명에 달하는 채무자들이 ‘빚’을 벗어나 새로운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제 의원은 ‘사전채무조정제도(제정법)’ 등 서민금융 문제와 더불어 유통업계 본사의 ‘갑질 문제’ 등 법안의 고민과 제도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본지는 24일 제윤경 의원을 만나 ‘빚에서 빛’을 만들기 위해 활발한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와 최근 대한민국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제윤경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입장은.

▶솔직히 결과로만 보면 우리 사회에 오래 동안 누적됐던 박 대통령이 표현했던 적폐라고 본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향수, 공과(功過) 중 주로 공에만 평가된 믿음을 아이러니하게 딸이 무너뜨리고 있고, 감춰졌던 일들이 드러나면서 무너지고 있다. 지금 단지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만의 문제는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부터 쭉 이어온 권력이란 힘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결탁해 많은 재산 형성하고, 권력의 위세를 할 수 없는 영역까지 많이 해왔던 것들 하나하나가 지금에 와서 다 드러나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이 사태가 너무 뒤늦게 터진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는 반면에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정말 의미 있다.

△촛불집회가 매주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다.

▶국민들이 민주주의적으로 성숙해지고 있는 거 같다. 민주주의가 발전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는 짧은 만큼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로열티 가지고 있는 것 같다(웃음). 헌법 자체도 그렇고, 분명히 제도의 문제인데 개인 탓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저는 답답했다. 문제 만드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승리 경험 있음에도 문제가 터지게 전까지는 제도에 순응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 와중에도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68세대의 운동을 보면 거의 테러 수준 아니었나. 우리는 87년 민주화 과정에서도 자기적 방어차원이었던 거지 테러 방식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더더군다나 평화적으로 질서 있게 문제제기를 하고 내용은 ‘대통령 퇴진’ 같이 과격하지만(웃음), 내용에 비해 방식이 너무나 평화적이다. 마치 매우 훈련된 민주주의 국민처럼 움직이고 보여 지는 게 놀라웠다. 이러한 흐름, 촛불집회 여러 번 겪다보니 점점 민주주의적 방식에 따른 촛불 평화집회의 좋은 경험과 좋은 이미지를 내세우고 언제든 극단적 요구를 할지언정 방식은 충분히 평화적일 수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노는 문화 있잖아요. 축제같이(웃음).

△“빚 때문에 죽지 마시라”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남는다.

▶놓는 사람은 볼 수가 없어요. 희망이 너무 없으면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고, 그러면 도움을 구하지 않게 된다. 만날 기회가 없는 것이다. 한쪽에선 ‘왜 자꾸 이벤트성 운동을 하느냐’고 하는데 우리가 떠드는 이유는 이벤트라도 해야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빚이 ‘이 만큼이다’라는 비판을 전제로 한 메시지기도 하지만, 유서를 가슴에 품거나 책상에 올려놓고 극단적인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또 결과적으로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길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임기 중 채권 소각 목표 금액 있나.

▶(소각한 죽은채귄이) 원금으로 하면 2조5000억에서 2조7000억원 정도 될 거다. 목표보다는 법이 통과되면 채권은 다 사라진다. 그게 수백조원이 될지는 들여다 봐야한다. 어느 정도 불법채권이 있는지 금융감독원도 다 파악이 안 된다(웃음). 또 금융권만 해도 수백조원이 된다. 그것은 어쨌든 추심이 중단되니까,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다. 통신비도 3년이 지나면 추심이 안 된다. 이런 채권들이 다 중단돼야 한다. 이런 부분도 다 포함하면 규모가 더 크겠죠?

그래서 요즘 통신사 분들도 만난다. 만나서 소멸시키기 위해 지난 채권들을 기부하라고 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그것도 매출이라고 해 지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청년 문제가 우리 사회에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고 20~30대 연체자도 많은데, 청년 세대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정말 어렵게 사는 돈을 일부 포기하면 된다고 얘기하면 오히려 법이 통과되면 간단하다고 답한다(웃음). 그전에 손해에 대한 선행을 못한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 하다. 3사가 다 그렇다. 그러면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는 얼마나 그렇게 돈을 내셨는지, 참 어이없고 화딱지 난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에 대해 ‘피해자’와 ‘정권 줄대기’ 등 엇갈린 시선이 존재한다.

▶(웃음)웃기는 얘기다. 재벌이 무슨 피해자인가. 아니 정부가 좀 막장 정부였기 때문에 두려워서 일부 협조한 점도 없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법인세 올리자고 할 때는 큰소리 땅땅치더니 말도 안 되는 기부금 모금할 때는 왜 큰소리를 못 치는가.

전경련은 늘 기업에 불리한 법안이 나올 때마다 한 목소리로 엄청난 힘을 발휘해 왔으면서 그 때 당당하게 한 목소리로 ‘잘못됐다’, ‘피해를 감수할 수 없다’, ‘제2의 세금이다’ 이러면서 차라리 세금 내겠다고 해야 피해로 인정해 주지 안 그런가. 근데 다 군소리 없이 돈 냈다. 기업들은 얻을 것을 다 계산하고 낸 것이다. 이익을 챙기리라는 확신이 없었으면 그렇게 쉽게 큰 돈 집행 안했을 것이다. 그런데 찍히지 않기 위해 했다? 분명히 손익에 대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한 행동인 것이다.

기업들이 언제부터 천사였다고, 갑자기 돈 내놓으라니 주고, ‘우리는 피해 기업입니다’ 하는가.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무리 정부가 막장이라도 아무런 힘이 없지 않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다. 지금 기업들마다 연결고리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정무위 소속이다. 조선업 부실 사태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대우조선의 사외이사, 낙하산 인사. 당시 산업은행 낙하산 인사들의 상당수가 정치권, 금피아, 마피아로 채워졌는데 분식회계를 하면서까지 적자 수주했던 돈들, 그래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또 그걸 분식으로 전환해 흑자로 마술을 부려서 인센티브를 많이 챙겼다. 서로 세금 가지고 돈 잔치도 하고, 먹여주고 몰아주고 한 거죠.

금융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업을, 특히 대우조선 손을 못 대는 것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 자기들이 4조2000억 쏟아 부을 때 영업 전망이 완전 엉터리다. 110억불 수주를 전망했으나 23억불정도, 약 20%도 못했다. 110억불 할 때 부족자금이 4조2000억인데(웃음), 계속 말을 바꾼다. 60억불은 (수주)한다고 한다. 그럼 60억불을 신규 수주하면 처음 그들이 잡았던 부족자금을 산출하기 위해 했던 “영업 전망이 다 틀어지는 것이 아니냐. 현금 흐름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니 4조2000억에서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질의했더니 그저 아니라고만 한다. 너무 웃기지 않아요(웃음)?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데, 심지어 20%밖에 수주 못했는데? 근데 4조2천억에서 더 추가로 필요한 돈은 없다고 한다. 4조2000억을 다 쓰게 해달라고 국회에서 떼를 쓰고 있는거죠. 이런 부끄러운 짓 하는 건 결국 정부 핵심 인사들이 대우조선 부실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촘촘하게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대책을 생각해 본적이 있나.

▶개인적으로는 부당이득에 대해 환수하는 조치, 이런 법 개정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특별법을 만들어서 모든 부패 커넥션과 관련된 사람들의 그 기간 동안 형성된 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다. (최순실 특별법?) 그렇죠. 국민들의 정서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이는 감정적인 대처가 아니고 부패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잠깐 살다 나오면 남는 것이 있다. 바로 돈(웃음), 그러니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짓을 하는 거죠.

△가계부채 뇌관도 심상치 않다.

▶지금 시급하게 준비해야 할 과제는 사회적 안전판이 있어야 한다. 중장기로 볼 필요도 있지만 지금은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어떤 압력을 받아 붕괴될 수 있다는 가정이 있는데 이게 다 다르다. 중장기로 보면 이런 일이 재발 안하도록 과잉 대출 철저히 근절하고, 채권자의 책임 묻는 금융시장 질서를 만들 필요 있다.

무엇보다도 빚으로 운영됐던 정부 정책의 방향 바꿔야 한다. 공적으로 안전망이 필요한 영역에 빚으로 일관해 온 정책들, 가령 주거문제 같이 ‘빚내서 집 사라’ 식의 문제는 다 없애야 한다. 저는 가급적 순차적으로 전세자금 대출 줄여나가고, 이 재원으로 차라리 공공임대주택이나 민간임대주택 시장 활성화를 위해 쓰는 게 낫지 않나 싶다.

또한 부실채권 처리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했기 때문에 과잉대출이 일어난 것이고, 건전성 관리감독이 더 실패한 것이다. 지금 연체율이 낮다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 앞에서 거짓말로 침 뱉는 거랑 똑같다. 실제 연체율은 굉장히 높아 연체자 수도 많다. 지금 장기 연체자가 400만명 정도다. 이 사람들이 추심 고통에 노출돼 있는 한 정상적인 경제생활 복귀가 어렵다. 이것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본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단기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게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죽은 채권에 대한 추심 매각 금지, 그리고 이들에게 가하는 과도한 법 조치도 개선해야 하고, 추심 방법도 인간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는 입장이다.

▶우수한 것만 놓고 안 우수한 건 다 털어냈잖아. 다 털어놓고 우수한 것만 봐요. 바보인가. 연체하지 않은 채권만 들고 있는데? 연체가 시작되자마자 던져버린다. 그러니 당연히 연체하지 않는 채권만 들고 있는 거다. 1300조가 딱 그 채권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연체하지 않는 채권이 1300조라는 거다. 1300조 밖에 있는 규모는 파악도 안 되고 있다.

△‘사전채무조정 제도’는 제정법인가.

▶그렇다. 제가 집요한 구석이 있어서(웃음) 통과되도록 밀어 부쳐야한다. ‘죽은채권부활금지법’을 발의했을 때도, 법사위 전문위원이 아주 부정적으로 썼길래 내용을 쭉 살펴보고 팩트와 다른 걸 발견해서 수정하면서 엄청 싸웠다.(웃음). 여기저기 쑤시고 다녔다(웃음).

사전채무재조정 제도는 연채를 앞두고 있는 분들, 조만간 추심의 고통을 앞둔 사람들을 위해 사전에 채무 조정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또 채권단에는 사전에 채무 조정을 요청하면 반드시 응해야 하는 의무를 주는 거다. 저는 이 제도가 부동산 시장이나 미국발 등 여러 경제 변수에 의해 주택담보 시장에 압력이 발생할 경우 안정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도 부동산 시장이 급락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은행은 담보권을 실행해서 회수한다고 취할 수 있다. 그럼 그때 이를 못하게 막고, 예를 들어 6개월 정도 채무자가 원하는 만큼 채무 재조정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시장의 충격을 좀 줄이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사전채무재조정 제도가 어떤 측면에서는 금융의 급변을 막는데 부족하지만 조금은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 더욱이 금융건전성도 취약한 세대로 꼽힌다.

▶저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자신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비합리적이고 불합리한 세상이 요구하는 스펙을 다 맞출 수 없다. 이미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양극화, 상위 10%가 소득의 절반 정도를 독차지 하고, 배당소득은 상위 1%가 90%이상을 다 가져간다. 배당소득, 임대소득 좋게 얘기하면 자본소득, 나쁘게 말하면 불로소득이다. 불로소득이 상위 1%에 다 집중돼 있다. 1%는 일을 안해도 자산이 느는데 99%가 열심히 일해도 1%가 가져가는 불로소득은 누군가의 노동소득이 이전 되는 거다. 그러니 99%는 가난할 수밖에 없다. 이 극단적인 불평등에서 아무리 스펙 쌓아서 자신을 변화시킨들 여러분의 미래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나 자신을 바꾸는 것보다 사회를, 제도를 바꾸는 게 빠르다. 도서관 공부만이 아닌 세상이 뭐가 잘못됐는지 목소리도 내고, 시민단체에도 관심을 기울이라고 한다. 참, 최순실이 한방에 다(웃음) 문제의식을 갖게 만들었다.

△정치인 제윤경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나.

▶저는 실용주의자다. 멀리 보는 정책도 중요하고 좋은데, 저는 좀 실현이 될 만한 것을 하고 싶다(웃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실현을 시켜야 한다. 최근 현안으로 미스터피자나 바다 김선생 문제 때문에 머리를 많이 쓰고 있다. 생활 속 최순실이 사회 곳곳에 많다. ‘돈이 최고야’, ‘억울하면 돈벌어’ 같은 사고 체계를 갖고 있는 거다. 법대로 하라지만 법이 후지다. 이런 문제들이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문제를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서 해결해보고 싶다. 또 법과 정의의 감수성이 너무 극단적으로 가난한 소수의 사람에게만이 아닌 권리의 문제로 확장돼야 한다. 그런 공감대를 형성해서 우리 주변에 수많은 깡패 같은 최순실을 야단쳐 줄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다른 의원실과의 공조를 통해 많이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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