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 피해 ‘명당’ 잡았다


 

‘용의 눈’피해 ‘명당’잡아라

풍수지리학자 “용의 눈에 해당되는 LG저택 피해 이사” 주장
지리·주거 조건 좋은 한남동 저택 두고 10년 전부터 이사 준비

이 회장, 저택에 집착하는 이유 ‘주변서 항의 하면 비싼 값에 매입’
대형 공조실과 지하 주차장으로 보는 이 회장 새 저택 내부 구조
에스컬레이터에서 홈네트워크 시설까지‘최첨단·초호화판 저택’



국내 최대 재벌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어떤 집에서 살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회장의 저택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지만 초호화판에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할 것이라는 짐작 외에는 별로 아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30년 이상 베일에 쌓여있던 한남동 저택의 궁금증이 풀리기도 전에 이 회장은 이태원 새 저택으로의 이사를 결심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33년 동안 살았던 한남동 저택을 떠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마련된 새 보금자리로 이사해 현재 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회장이 한남동 저택에서 이태원동에 새로운 둥지를 튼 이유는 뭘까.
이 회장이 30년이 넘게 살았던 한남동 저택도 풍수지리상 ‘용의 머리’에 해당하고, 주거면적이나 주변요건도 이태원 새 저택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
특히 한남동 저택 주변에는 리움삼성미술관, 삼성문화타운,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삼성문화센터 등이 있어 ‘삼성타운’을 형성하는데도 적합하다.
때문에 현재 이 회장이 이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많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바로 ‘풍수지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용의 눈’을 피하라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회장의 이사 배경이 ‘풍수지리’와 관련돼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이 회장의 이사 배경에는 ‘명당’을 놓고 벌이는 재벌 간의 신경전도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30년 넘게 서울지역에서만 부동산 사업을 해온 부동산 및 풍수지리 전문가 정모씨는 “재벌들의 저택과 외인주택이 몰려있는 이태원동은 서울의 주산인 남산 동남향으로 용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건희 회장과 구본무 회장 일가들이 모여 사는 곳은 ‘용의 머리’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구본무 LG 회장 저택이 이 회장 한남동 저택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어, 이 회장이 새 저택을 정할 때 ‘용의 머리’ 중에서도 구 회장 저택보다 지대가 높은 승지원 부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풍수지리상 ‘용의 눈’에 해당하는 LG 구본무 회장의 저택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지대가 높은 곳을 택해 이사했다는 것.
D풍수지리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풍수지리 전문가는 “이 회장 일가가 이태원 일대를 삼성타운으로 만들기 위해 부지를 알아보던 중 LG 일가 소유의 저택이 ‘용의 머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기를 빼앗긴다고 생각해 용의 눈을 피해 승지원 부근으로 새 저택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산 동남향이 배산임수형의 명당임에도 불구하고 재벌 일가들이 기를 뺏기지 않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의 LG 일가 저택은 한강을 내려다보는 용의 모습 중 ‘눈’에 해당하기 때문에 풍수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의 최고 명당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회장이 새 저택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용의 눈’인 LG 저택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곳이다.
이 회장의 새 저택은 ‘용의 눈’보다 지대가 높기도 하지만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용의 눈’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또다른 명당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도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가 운영하는 ‘리움미술관’과 이 회장의 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저택 등은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용의 눈’의 시선 내에 들어온다.
부동산 전문가 정씨는 “이 회장의 새 저택을 풍수지리로 보면 용의 ‘혀’나 ‘코’에 해당하고 지대가 높아 ‘용의 눈’에 해당하는 LG 저택을 오히려 내려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LG 일가의 ‘용의 눈’에 신경을 쓰면서도 이태원이 아닌 다른 곳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않은 이유도 이곳이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명당 중의 명당이기 때문이라는 것.

저택에 집착하는 이 회장
이 회장이 구 회장 저택보다 지대가 높고 ‘용의 머리’에 포함된 명당을 찾아 새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하지만 이 회장은 10년 동안 공을 들여 공사를 해온 이태원 새 저택에 당초 3월경에 이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농심 일가와의 마찰로 이사 일정이 2개월 정도 늦어졌다.
이유는 이 회장의 새 저택이 공사를 하면서 좁은 골목을 하나 두고 마주보고 있는 신춘호 농심 회장 저택과 이 회장 새 저택의 공조실과 붙어있는 신 회장의 3남 신동익 부회장 저택에서 각종 소음과 공해, 진동 등으로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가 이것이 법정소송으로 번졌기 때문.
하지만 결론은 신동익 부회장이 이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신 부회장의 집을 비싸게 매입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처럼 이 회장이 주변 사람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저택에만 집착했던 일화는 농심 일가와의 법정소송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7년 독일의 경영전문지 ‘매니저’에 특집으로 실린 삼성그룹 분석기사는 이 회장이 자신의 저택에 어느 정도 집착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 잡지는 한 독일의 기업인이 이웃집의 개 짖는 소리가 너무 커 몇 차례 항의했지만 통하지 않아 문제의 집을 직접 방문해 항의했고, 이 집이 이건희 회장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얼마 안 있어 독일 기업인의 집은 이 회장의 소유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잡지는 이어 “한국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회장이 저택에 집착하는 이유는 삼성본관에 출근하지 않고 승지원이나 집에서 삼성그룹 주요현안을 챙기고 있어 ‘저택이 곧 집무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회장이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외롭게 자랐기 때문에 이태원 새 저택을 딸들과 함께 모여 살 수 있도록 4개의 건물로 나눠 지으며 특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새 저택 어떻게 꾸며졌나
이 회장의 한남동 저택은 물론 새로 이사한 이태원 저택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공사 기간 내내 새 저택 주변을 높은 외벽으로 감싸고 심지어는 현장 인부들에게도 비밀누설을 당부하는 각서까지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우선 이 회장의 새 저택 중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은 공조실과 지하주차장이다.
이 회장이 새 저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조실 규모는 새 저택이 어떻게 설계됐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주변 대저택과 외인주택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새 저택의 공조실은 이 회장이 거주하는 메인건물과 맞먹는 규모다.
특히 이 회장이 농심 일가와 법정소송을 벌인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공조실의 소음과 진동 때문으로 24시간 풀가동을 할 정도여서 공조실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건물에 각종 첨단시설이 설치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대저택 전문 건설업체인 T사 관계자는 “현재 이 회장 저택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대부분의 재벌 총수 저택과 같이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회장 새 저택의 메인 건물이 지하주차장과 곧바로 연결되는 점과 건물 높이로 보아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형 공조실이 있다는 점에서 예비전원은 물론 중앙난방식 보일러 시설이 기본으로 갖춰져 있고 이 회장의 취향에 맞게 유비쿼터스를 실현하기 위해 첨단시설이 설치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승지원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 새 저택은 집 안팎의 모든 시스템을 유무선통신과 전용단말기 등으로 제어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시설도 갖춰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2003년에 홍하상씨에 의해 씌여진 <이건희>라는 책에서는 이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에 대해 “내방객들이 개인정보를 담은 핀을 옷깃에 꽂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가 좋아하는 음악과 향기가 흘러나온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 회장의 새 저택도 최첨단 시설로 꾸며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폐암 경력이 있는 이 회장을 위해 집안 전체의 공기를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대형 공기청정시스템과 응급상황을 대비한 첨단 응급장비 등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재벌인 만큼 보안시스템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우선 3개의 감시 카메라가 이 회장 새 저택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방범 초소도 3곳에 이른다. 또한 새 저택을 둘러싼 담의 높이도 주변 주택들에 비해 상당히 높고, 건물 벽면과 창문도 육안으로 보면 30~40m 정도로 되지만 특수자재를 사용했다.
공조실과 함께 새 저택의 또다른 관심거리는 주변 대저택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지하주차장이다.
이 회장 새 저택은 지상과 지하 주차장을 합쳐 약 50대 정도의 주차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 지하주차장 때문에 승지원과 새 저택을 연결하는 지하통로가 있다는 소문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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