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었던가? ‘무적함대’라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스페인 축구팀이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탁구공이 오가는 의성어에서 따온 ‘티카타카’라는 빠른 패스전술이 무적함대 신화를 만들었지만 특유의 스피드를 살리지 못하는 팀 내부적인 한계에 봉착하고 라이벌들의 봉쇄방안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페인의 한계는 ‘티카타카’가 무력해져서 온 것이 아니었다. ‘티카타카’ 전술이 봉쇄됐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전술이 없었기 때문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대안 없이는 필승법이 나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꾸준히 장사를 잘하고 있는 점포를 관찰하다보면 특별한 비결이 없는 것처럼 보일 경우가 많다. 바라만 보았을 때는 “아, 이 가게는 사장님이 친절하구나”, “육수가 진한게 특별한 맛의 비결이 있구나”라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부분만 벤치마크해서 창업에 반영하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착각하고 만다.

오랫동안 장사를 잘하는 가게들의 필승법은 이렇게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상당히 긴 기간동안 산전수전을 겪으며 단련된 것들이 포괄되어 그렇게 보일 뿐인 것이다. 그 단순함 속에 매우 복잡한 변수를 대비한 다양한 대안들이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요컨대 다양한 대안이 포괄된 통합적 대안이 ‘필승법’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플랜B’란 무엇인가?

보통 플랜B라고 하면 ‘차선책’, ‘대안’이라 말한다. ‘최선책’, ‘기본안’을 ‘플랜(Plan)A’라고 칭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실제로는 플랜A를 설정하느라 고심하기는 해도 일부러 플랜B를 설계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건실한 기업들은 사업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플랜B를 연구한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플랜C, 플랜D 이상을 고려해 실패하지 않는 사업추진을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다양한 플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랜A로 지속적인 성공과 성장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플랜B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플랜A가 더욱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다양한 변수를 플랜B, C, D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극복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플랜A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장사 잘하는 가게들의 필승법과 유사한 면이 있다.

무책임한 ‘플랜A’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필자가 설명한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창업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수의 창업자들은 ‘플랜A’ 하나만 가지고 창업에 뛰어들고 있고, 그 ‘플랜A’ 조차 무책임할 정도로 단순하다는 게 문제다.

음식점 창업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사업계획을 물어보면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않겠습니다” 수준의 이야기를 한다. 도매든 소매든 유통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마진을 줄여 고객에게 싸게 공급해 박리다매로 승부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장난치지 않는데 사람들이 먹지 않는다면?”, “박리로 팔다가 월세도 못낸다면?” 식의 질문을 하면 대답을 회피하거나 남의 장사에 초를 친다고 생각해 불쾌하게 여기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렇게 무책임할 정도로 얕은 수로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이렇게 플랜A가 부실한 이유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핵심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본금 조달, 점포계약, 인테리어 등 목돈이 들어가 리스크가 크다고 여겨지는 부분에만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창업에 뛰어든 이들 백이면 백, 창업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자금문제’와 ‘마케팅’이라고 말하지만 그 바탕에 자리잡고 있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지도 않고 어디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도 있다. 소자본창업으로 혼자 여러 가지 일을 하려다보면 자금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마케팅 또한 맘대로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을 기정사실로 놓고 이를 초월해 극복할 수 있는 것을 창업 이전부터 고민해야 한다.

“안 되면 되게 할 것”을 찾으면
그게 ‘플랜B’다

옛 우화 중에 장사하는 형제를 두고 걱정하는 어미 이야기가 있다. 큰 아들은 나막신 장사를 하고 작은 아들은 짚신 장사를 하고 있어 비오는 날은 작은 아들이 장사를 못할까봐 걱정, 해가 쨍쨍한 날은 큰 아들이 장사를 못할까봐 걱정한다는 이야기다.

창업에 있어서 이 우화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나의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짚신판매를 ‘플랜A’로 선정했다면 비오는 날의 매출부진을 고민해야 한다. 이때 나막신 판매방안이 ‘플랜B’가 될 것이다. 혹은 겨울철 눈이 오는 날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적극적 대처방안으로 계절상품인 털신을 준비한다면 ‘플랜C’가 될 것이다. 이로써 사시사철 장사하며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

플랜B의 설계는 이렇게 단순한 우화에서 얻을 수 있는 비유로부터 출발하면 된다. 창업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계속해서 떠올리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그려나가면 된다.

마이클 포터의 ‘5-Force 모델’

다행히도 비즈니스 과정에서 닥칠 리스크를 정리한 모델이 있다. ‘현대 전략모델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세계적인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의 ‘5-Force 모델’이다. 이 모델에는 5가지의 힘이 등장한다. 첫 번째로 ‘업계의 경쟁력’, 두 번째로 ‘공급자의 교섭력’, 세 번째로 ‘구매자의 교섭력’, 네 번째로 ‘신규진입자의 위협’, 마지막으로 ‘대체적 위협’이다.

어떤 비즈니스라도 이 다섯 가지의 힘 속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이 힘들이 늘 균형을 유지하지 않는다. 힘의 균형이 깨질 때마다 비즈니스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바꿔 말해 마이클 포터가 말하는 ‘5-Force 모델’을 참고해 플랜B를 계획하면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수립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본격적인 창업단계에 들어가면 닥치는 여러 가지 일들로 미래지향적인 활동에 제약이 뒤따른다. 그러므로 사전준비과정에서 다양한 플랜B를 연구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연속되는 2편의 칼럼을 통해 마이클 포터가 정리한 다섯 가지 힘을 자세히 설명하고 창업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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