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방불케한 노조진압


 

농협노조 “3500명 폭력경찰로부터 19명 상해” 주장
전국민중연대 “정대근 회장이 모든 책임져야” 성토

"농협은 자체가 파워다. 농협이 힘이 센지, 대통령인 내가 힘이 센지 아직 모르겠다."

지난 2003년 2월 4일 대통령 당선 뒤 전국 순회 토론회를 가진 노무현 대통령은 강원지역 대토론회에서 "농협은 전국 각지에 조직을 두고 있어 그 자체가 파워"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표현대로 현재 농협중앙회는 설사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만큼 비대해졌다.
신용사업은 물론이고 경제사업까지 집어삼켜 비대해 질대로 비대해진 농협중앙회. 그 이면엔 농민의 "피눈물"과 온갖 비리가 난무했다. 이에 본지는 5차례에 걸친 기획시리즈를 통해 농협중앙회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한다.


지난 7월 1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신축청사 앞에서는 농협노조와 경찰병력간의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지역농협 소속 노동조합인 전국농협노동조합(이하 농협노조)은 이날 ‘전국농협노동자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가로 세로 11m에 이르는 대형 농협중앙회 깃발을 찢어버렸다.

여기에는 ‘지역농협만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농협중앙회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농협노조의 뜻이 담겨있었다.

이날 집회에는 농협중앙회의 실질적 주인인 농민들과 농협노조, 각종 연대단체 등 2,0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으며, 함께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악명 높은 1001부대

하지만 이러한 농협노조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농협노조를 기다리는 것은 농협중앙회장이 아닌 악명 높은 남대문경찰서 30개 중대 1001부대였기 때문이다.

3,500여명의 경찰병력은 신축청사로 진입하려는 농협노조를 막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방패를 휘둘렀다. 농협노조 또한 크게 반발하며 진흙과 묘목, 물병 등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경찰병력과 집회참가자들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며, 농협중앙회 청사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농협노조 선재식 위원장은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신관 건물 진입을 시도했을 땐 사소한 몸싸움이었다”며 “그때만 해도 경찰병력의 진압이 얼마나 소름끼치도록 폭력적으로 이뤄지고, 이후 얼마나 많은 부상자가 발생할지 알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농협노조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은 노조측이 사전에 면담요청을 했음에도 불구 이를 무시하고, 경찰병력 30개 중대 3,500여명의 경찰병력을 내세워 농협노조를 맞았다.

선 위원장은 “1001부대는 평상복에 노조조끼를 입고 밀짚모자를 쓴 상태로 각목과 화염병 등 아무 무기도 가지지 않은 집회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며 “몸싸움 과정에서 경찰병력은 쓰러진 농협노동자를 수 차례 방패로 찍고 발길질을 가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농민부상자 속출

지난 7월 8일 농협노조가 서울지방검찰청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경찰 집회 폭력진압으로 인한 고소인 피해 상황은 ▲허남일, 머리 6cm 찢어짐 ▲안남문, 손가락 절단 및 파열 ▲이성호, 코 연골 파열 및 허리부상 ▲오상우, 머리 뒷부분 찰과상 ▲김진태, 이마 3cm 찢어짐 ▲송현섭, 눈과 코 사이 얼굴 7cm 찢어짐 ▲박종성, 손목부위 찍어지고 치아 이상 ▲심재성, 손 찢어지고 호흡곤란 ▲이현승, 오른쪽 무릎 3cm 찢어짐 ▲이석채, 다리 좌우 정강이 파열 ▲임채오, 안경파열로 눈 주위 부상 ▲임원이, 발목, 손목, 허벅지 부상 ▲강중언, 어깨, 등 부상 ▲이인범, 귀 부상 ▲김운종, 팔 상해 ▲정재우, 얼굴 찰과상 ▲이성훈·안영직·김대천, 온몸 상해 등 총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농협중앙회는 이번 사태로 인해 농민과 농협노동자들 가슴에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긴 것은 명명된 사실이다.

선 위원장은 “고소인 안남문씨 같은 경우 전경의 방패에 찍혀 손가락 두 개의 뼈가 으스러지는 큰 상해를 입고 신촌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며 “현재 민주노총 법률원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점재벌과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식량산업을 내주는 주권포기 상황에서 농협중앙회는 성대한 기념식을 치르며 자축했다”면서 “농협중앙회는 농민을 외면하고 대 지주회사로, 주식회사로 탈바꿈해 자신들 먹고살 궁리만 모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국민중연대 전광훈 의장은 이번 노조탄압 사태와 관련해 “농협중앙회는 농민에게 집이나 마찬가진데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고 탄압한 것은 큰 잘못”이라며 “정대근 농협회장이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무금융연맹 곽태완 위원장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사무금융연맹도 함께 싸울 것”이라며 “농민을 위한 농협중앙회가 비대해져 이제는 주인인 농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에서 시설보호 요청을 해와 농협노조를 신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을 수밖에 없었다”며 “더 이상의 전진을 허용할 수 없어 물리력을 동원하게 된 것”이라고 발뺌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언론홍보 김상택 과장은 “공식적으로 경찰 측에 어떤 부대를 배치해 달라고 말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며 “시설보호차원에서 요청했는데 경찰 측이 1001부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 소송관련 법무팀 관계자는 “그 날 농협노조가 경찰과의 대립에서 농협중앙회 기물을 파손했다”며 “현재 농협중앙회는 기물 파손으로 농협노조 측에 손해배상 청구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7월 1일자로 창립 44주년을 맞은 농협중앙회는 이날 오전 서대문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창립 44주년 및 농·축협 통합 5주년 기념식을 치렀다.

“노조 나가있어”

7월 1일 발생한 농협노조의 ‘거센 저항’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농협노조는 올 초부터 농림부와 농협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는 ‘새농촌 새농협’ 운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 왔다. 특히 농협노조는 새농촌 새농협 운동 속에 포함된 지역농협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미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9월부터 조합경영진단 전담기구인 ‘조합경영진단국’을 설치해 지난 6월말까지 모두 123개 지역조합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경영진단결과 자립기반이 약한 지역조합을 통·폐합으로 퇴출시키겠다는 것.

지난해 농협중앙회는 각 주요 언론사를 통해 “올 한해 동안 104개에 이르는 지역농협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약 1,300개에 이르는 지역조합을 500개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협노조측은 “농협중앙회가 겉으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지역농협을 중심으로 통합할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지만 사실은 노조를 결성한 지역농협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며 “파주교하농협이 가장 좋은 예”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교하리에 위치한 교하농업협동조합은 지난 2003년 12월 황영진 의장을 선두로 교하농협 대의원협의회를 구성했다. 이유는 단 하나, 당월 5일 민태인 분회장을 앞세운 교하분회노조가 설립됐기 때문이다.

교하농협 사태

농협노조 관계자는 “교하농협 대의원회 황 의장은 대의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은 노동단체인데 노조가 웬 말이냐’며 ‘노조를 없애자’고 꼬득였다”고 전했다.

농협노조 측에 따르면 주로 교하농협 대의원회는 ▲노동조합 비방 현수막을 교하 전역에 부착 ▲과장된 직원의 급여자료 유인물로 직원간 이간질 ▲노조간부 2명 타 농협으로 부당전적 ▲조합장 해임 요구 등을 해왔다. 이후 조합장 해임이 부결되자 대의원회는 긴급안건으로 농협해산을 즉석 거수로 가결시켜 교하농협이 해산된 것처럼 언론에 유포했다. 이로 인해 교하읍 주민들이 예치금을 대거 인출해 갔고, 농림부의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지게 됐다.

농협노조 관계자는 교하농협에 대해 “교하농협의 예수금은 꾸준히 증가해 해산 직전 자산규모가 1,700억 원, 예수금 1,200억 원이 예치돼 있었다”며 “매년 순이익 10억원을 웃돌았을 정도로 전국 농협 중에서도 우량농협으로 인정받아 왔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일부 경영진들이 직원들의 노조설립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벌인 무책임한 해산결의로 인해 불과 보름만에 예수금 650억원이 인출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진정 피해를 본 사람들은 다름 아닌 농협의 실제 주인인 농민”이라고 지적했다.

교하농협 해산 과정을 살펴보면 ▲2003년 12월 5일 전국농협노조 교하분회 결성 ▲2004년 2월 26일 노조결성을 이유로 농협중앙회의 묵인 하에 교하농협 해산결의 ▲2004년 4월 2일 교하농협 해산 조합원 찬반투표 ▲2004년 5월 8일 농림부장관의 교하농협 해산인가 ▲2004년 11월 26일 신교하농협 영업개시로 노조원들이 교하분회를 결성하고, 농협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노조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농협노조 관계자는 교하농협 해산과 관련, 농협중앙회 개입 여부에 대해 “교하농협의 신용사업 계약 이전 시 농협과 사업 범위가 다른 축협으로 결정한 것은 교하지역에 새로운 농협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 내부에서 생긴 일이니 관여할 수 없다”며 “농협중앙회는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걸로 알고있다”고 회피했다.

농림부 또한 “투표 이전에 어떤 불법이 있었어도 해산 투표가 가결된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는 얘기만 되뇌었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농협, 자회사 낙하산 인사 ‘심각’

15개 자회사 대표이사 전원이 농협 출신
김영덕 의원 “전문화, 효율화도 못 이뤄”

농협의 15개 자회사 대표이사 전원이 농협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 임원 및 간부를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로 거대 공룡 조직을 지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농협중앙회 현 회장의 연봉을 편법 인상하고, 조합원 배당금을 거의 못 주다시피 하는 지역 농협조합장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도 너무하네”

농협중앙회 15개 자회사 임원 32명 중 75%인 24명이 농협중앙회 출신이며, 자회사 대표이사 15명은 전원 농협중앙회의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비대화를 해소하고 경영 전문성과 효율성을 살린다는 명분 아래 설립된 자회사들이 사실상 중앙회 거대 조직의 ‘심복’이었던 셈.

이러한 가운데 자회사 ▲농협사료는 대표이사 전무, 상무 등 임원 4명 전원 ▲농협CA투신운용은 임원 5명 중 2명이 중앙회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외에도 중앙회 직원 1만 5,000여명 가운데 약 500명이 자회사에 파견됐으며, 절반이 넘는 267명이 4급 이상 간부다. 특히 농협유통은 부장급 이상 간부 전원이 농협중앙회에서 파견됐으며, 농협사료는 최근 3년 간 평균 절반이상을 농협중앙회 출신으로 대체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자회사 파견 명분으로 경영 노하우 전수와 업무지도 등을 말하고 있지만 설립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파견자 비율이 30%를 넘는 자회사는 인사적체 해소 창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영덕 의원 역시 “중앙회는 책임경영제로 부실 부문을 퇴출시키겠다며 자회사 15개를 설립했는데 대규모 낙하산 인사로 슬림화는커녕 전문화, 효율화도 이루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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