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조영곤 기자] 유상호(사진) 한국투자증권 대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비등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차례나 직원들이 고객의 돈을 ‘꿀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이 이례적으로 특별 현장감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대형 사기 사건이 잇따른 것은 내부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 임직원에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한편, 회사에도 최고 수준의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의 해명도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직원이 개인 계좌를 이용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에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 내놓은 대응책도 수준 이하다.

직원 윤리교육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현재까지 나온 대책이다.

이른바 내부통제시스템 먹통 사건은 유 대표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고액의 연봉을 수령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졌다. 유 대표는 올 상반기에만 무려 20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았다.

더욱이 업황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돼 좌불안석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 들어 2차례 대형 횡령사고가 발생한 한국투자증권의 내부통제시스템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특별 현장감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감사를 통해 해당 증권사 임직원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한편, 관련 법령에서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제재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늑장 대응?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여수충무영업소 A차장은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연 15%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고객 50여명을 유혹해 이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약 45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후 일정기간 동안 이자를 지급하다가 중단했다. 이에 피해자들이 잇따라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범죄가 발각됐고, 지난달 24일 잠적했다가 최근 구속됐다.

앞서 올 6월에 터진 사건도 여수 사건과 유사하다. 한국투자증권 서울 강서지점에 근무하는 B차장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고객과 지인에게 “25%의 수익을 보장해주겠다”고 꼬드겨 약 50억원을 수취한 후 선물옵션투자로 대부분 날린 뒤 잠적했다가 한 달여 뒤 붙잡혔다. B차장도 투자금 중 30억원을 본인 계좌로 받았다.

잇따라 대형 사건이 터진 것은 안일한 대응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내부 감사에 착수한 것은 5월11일이다. A차장을 고발한 것은 지난달 16일이다. A차장이 이미 연락을 끊고 도주한 후였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횡령금을 회수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증권가에 드러나지 않은 사건도 많다”면서 “한국투자증권의 대응이 늦었던 것은 횡령금 회수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고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투자업은 신뢰가 중요하다. 대형 횡령 사고를 외부에 알리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유사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속수무책

한국투자증권은 올 들어 대형 악재가 계속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내부통제시스템 강화와 고객 보상 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확실한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진우 한국투자증권 홍보부 차장은 내부통제시스템 작동 여부에 대해 “개인간 사적 거래이기 때문에 인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내부통제시스템의 문제보다는 개인 계좌까지 통제, 감시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직원 윤리 교육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년간 지속되다. 경찰 고발 등을 통해 밝혀진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현재로선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앞으로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도록 내부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차장은 고객 피해 보상과 관련, “법적 사항에 대해 조사 중에 있고, 조사가 완료되면 적절한 보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은 이 문제에 대해 회피할 의도가 전혀 없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익 악화

유상호 대표가 고액의 임금을 수령했다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유 대표는 올 1월부터 6월까지 급여 4억2400만원과 상여금 15억7000만원 등 총 19억9400만원을 받았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의 18억8600만원 보다 많은 액수다.

유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13억원을 챙겼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직원과의 임금 격차는 무려 28배에 달했다. 이같은 고임금은 실적이 뛰어나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한국투자증권이 제출한 반기(1~6월)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7% 급감한 622억원에 머물렀다. 당기순이익도 44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3.98% 감소했다.

3분기와 4분기 전망도 암울하다.

증권업계는 당초 지난 상반기 실적을 깎아먹었던 ELS(주가연계증권)의 조기상환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증시 일 평균 거래 대금이 전 분기 대비 6.1% 감소하는 등 투자 심리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당분간 박스권 탈출이 힘들 것 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이 기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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