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3번 울지도 않았는데 부인(否認)하는 사람들

[민주신문=김병건 기자] 세상이 참 많이 시끄럽습니다. 저도 오늘은 그 시끄러운 말을 또다시 하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습니다. 지난주 특정 언론사에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20대층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9%가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조사 결과는 통계학적으로 해석하면 ‘지지율 0%로 봐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대통령은 지금 위기인 것입니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이렇게 떨어지니 소위 그동안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나는 최순실을 몰랐다’라고만 합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은 국회 청문회장에 나와 최순실 씨를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도 ‘전경련이 기획한 재단’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심지어 지난달 27일 모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 모든 것을 걸고 모른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가요? 검찰수사 전에 안 전 수석은 측근들에게 “모든 일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안종범 전 수석과 협의했다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어떤가요? 그는 800억원이라는 돈을 “전경련에서 주도했고 기업들이 각출했다”고 국회에서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이승철 부회장도 검찰 조사에서 “안종범 전 수석 등 청와대 측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자금 모금에 힘 써 달라고 지시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증언했습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는 어떤가요? 최순실을 모른다고 하셨는데 청와대 출신의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김기춘 전 실장이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 2013년 8월 초까지 최순실씨의 빌딩 7~8층을 사무실로 얻어 정권 초기 프레임을 짰다는 보도도 있다"고 하면서 “모를 일이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들은 왜!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어떤가요? 청와대에서 외부로 문서가 유출됐다면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당연히 알게 되어 있습니다.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된 정도로 저도 알고 있다”라고 하면 청와대 보안시스템이 너무 많이 엉성하거나 그 윗분이 직접 문서를 유출한 것 아니냐 라는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정치권을 볼까요?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문체부 장관도, 초창기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유승민 의원도 최순실씨를 모른다고만 합니다.

하지만 원조 친박이였던 전여옥 전 의원이나 김무성 전 대표는 "(친박의원들이) 최순실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다 알았지. 그걸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들도 과연 몰랐을까요? 팔선녀 모임으로 의심받고 있는 MCM 김성주 대표는 최순실 씨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도 최순실을 모른다고 부인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전수 조사를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언론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사화 되지 못했지만 몇몇 언론사들은 특정기업 임원과 최순실씨가 언제 어디에서 만났다는 내용의 정보 보고가 하루에도 수차례 올라옵니다. 아직은 사실 관계 확인 중이고 몇몇은 내부 제보자를 인터뷰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낙심과 분노

정운호 사태부터 시작된 모든 일은 기업, 검찰, 정치인, 정권 실세까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최순실을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 국민은 다 알고 있는 ‘최순실’씨를 왜 그들만 모른다고 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예수의 사도 베드로는 예수로부터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라고 예언했습니다. 물론 이 예언은 딱 들어맞았습니다. 우리사회의 기득권층 중에 ‘나는 최순실을 뉴스에서 보고 처음 알았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과연 몇 번 부인할지 궁금합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오르지 않은 것은 오직 월급뿐이다”라고 원망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거짓증언을 하고 다시 그 거짓증언을 뒤엎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낙심 하고, 또 낙심하고 이제는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제 베드로의 유명한 말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Quo vadis, Domine)”보다는 ‘대한민국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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