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재심청구인들이 10월28일 오전 전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야했던 안타까운 사건의 진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김신혜 사건 등에 연루돼 징역을 선고받고 수년간 복역해야 했던 사람들이 무죄로 밝혀지거나 재심이 확정된 것이다.

지난달 28일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최대열(36)씨와 임명선(37)씨, 강인구(36)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 1999년 2월6일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주인 할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각각 징역 3년~6년씩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당시 경찰은 이들이 범행을 자백했다고 밝혔지만 최씨와 임씨는 3급 지적 장애를 가져 언어 이해력 등이 정상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또 진범이 따로 있다는 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수사를 하지 않은 점 등이 논란이 됐었다.

복역을 마친 세 사람은 지난해 3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 결과 무죄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사건을 맡은 전주지법 재판부는 “17년 동안 크나큰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은 피고인들과 그 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법원은 앞으로 지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방어권 보장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1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방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인구는 2002년 2057명에서 2013년 3만540명으로 늘어났으며 고등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인원도 2002년 115명에서 2013년 442명으로 증가했다. 무죄판결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동안 억울하게 형을 선고받았던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반증이다.

삼례 사건 이외에도 약촌오거리 사건이라든지 무기수 김신혜 사건 등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사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또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푼다 해도 그동안의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형사보상법상 구금 일수에 따라 최저임금법을 적용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야 한다. 

재심 사건의 경우 검찰의 항소·상고로 재판이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는 점도 변수다.

삼례 사건을 담당한 박준영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진범이 따로 있고 진범의 자백이 조서에 기재돼 있는 등 명백한 조작 사건이라 형사보상은 물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억울한 사람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도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당시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 기사 유모(당시 42세)씨가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용의자로 최모(31/남)씨를 지목했다. 최씨의 당시 나이는 15세였다. 다방 커피 배달일을 하던 최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사건 당시 근처를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돼 10년형을 선고받고 9년7개월을 복역하다 출소했다.

최씨는 출소 후 ‘자신은 살인을 저지른 적이 없고 경찰의 폭행 때문에 거짓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고법은 6월 '살인범은 최씨가 아니고 진범이 따로 있다'는 취지로 재심을 개시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재심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재심 결과가 무죄로 나올 경우 재수사를 담당하게 될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사건을 여러 방향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친부 살해 혐의로 16년째 복역중인 무기수 김신혜(39/여)씨에 대한 재심도 지난해 11월 결정돼 판결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2000년 3월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당시 김씨는 범행을 자백했지만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자신이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고 거짓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재판기록과 증거 등을 검토, 지난해 1월 "반인권적 수사가 이뤄졌고 당시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는 현재 판례에 따르면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된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문제점과 대책

전문가들은 잇따른 재심 사건과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 공권력의 안일함을 지적했다. 삼례사건과 약촌오거리 사건의 변호인인 박준영(42) 변호사는 이들 사건의 공통점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해야 할 수사기관이 가혹한 수사를 했다는 점을 꼽았다.

박 변호사는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이나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피고인들의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상황에서 진범들이 나타났지만 검찰은 진범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다 풀어줬다"며 "당시 가짜 살인범을 만들었던 공권력인 경찰과 검사, 판사, 국선변호인 등 그들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권력은 더는 침묵하지 말고 잘못을 인정하고서 사죄해야 법치가 바로 선다"고 말했다.

보상안에 대한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재심 결과 무죄로 밝혀졌다고 보상금이 나오는 게 아니라 법원에 형사보상청구를 해야 하고 청구결정이 나면 검찰에 지급청구를 해야 한다. 보상금이 지급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제각각인 실정이다.

현행법상 보상금은 보상청구 원인이 발생한 연도의 일급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2016년 억울하게 10일간 구속된 사람이 있다면 1시간에 6030원씩 계산해 최소 48만원 가량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까지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사안에 따라 5배까지도 청구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외국에 비하면 미미한 실정이다. 독일·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금전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정신적 손해까지도 보상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서비스, 직업훈련 등 복지에 대한 부분도 보상안에 포함시키고 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이들의 인생은 처참히 무너졌다”며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의 종류와 절차, 그 지원이 충분한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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