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지식재산권의 가치가 급증하면서 특허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물건을 점유하는 것만으로, 소유의 개념과 부가가치 창출이 성립하던 시기가 지났다. 이제는 기술, 디자인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의 재산권이 부각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특허권의 선점이 성공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삼성과 애플이 지난 6년간 피터지게 특허권 전쟁을 벌이는 것만 봐도 특허권이 얼마나 중요해졌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1일 특허청 지식재산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특허 출원 건수는 3만5000여건에 이른다. 이중 등록된 건수만도 2만3000여건이 넘는다. 누적 건수로는 올해 총 33만5000여건이 출원돼 21만3000건 이상이 특허청에 정식으로 등록됐다. 지난해 미국 특허청의 출원 건수도 59만건을 넘었다.

특허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재산권에 해당하는 만큼 종류도 무궁무진하고 형태도 기상천외하다. 애플의 ‘밀어서 잠금해체’, ‘둥근모서리’ 특허 소송에서 패소해 쓴맛을 봐야했던 삼성은 지난해 9월 확장형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여의봉폰’을 특허 출원했다. 액정을 잡아당기면 세로로 길어졌다 짧아졌다하는 기술로 차세대 스마트폰의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구글은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살아 움직이는 마법 동화책인 ‘스토리텔링 기기’를 특허 출원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포켓몬고 등 AR·VR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구글은 일찌감치 지난해 1월 이 기술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와 기술들이 특허청에 정식으로 등록되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또 특허를 필요로 하는 곳에 팔아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고 특허거래 사이트를 통해 매매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무단으로 특허권을 선점해 돈을 요구하는 세력들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허권 선점에 무관심하거나 미처 신경 쓰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일명 ‘상표브로커’나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이들은 타인이 애써 개발한 기술이나 지식재산권을 고의적으로 선점해 이득을 챙긴다.

이에 특허청은 2013년 상표법을 개정했으며 신규출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에서 우리 기업의 상표를 선점해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표브로커가 자동으로 기재되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색특허, 어디까지?

얼마 전 구글이 취득한 10대 특허기술이 발표돼 화제를 모았다. ▲스마트 인형은 마이크와 카메라 스피커, 움직이는 모터가 달린 인형이다. ▲태양열 렌즈는 태양열로 충전이 되는 렌즈로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체온과 혈당체크가 가능한 기술이다. ▲가상 키보드 안경은 손바닥에 키보드 상을 띄워 입력할 수 있는 가상현실 기술이다. 이밖에도 목부착 마이크, 초소형 향균 선풍기, 스마트 트랙킹 스틱 등도 있다.

기술의 영역을 너머 대표적인 이색 특허가 바로 음식이다. 자신이 개발한 음식, 조리법 등도 지식재산권의 일종으로 여겨져 특허 출원이 가능하다. 한때 배달 음식으로 유행했던 ‘김치피자탕수육’도 특허음식이다. 탕수육에 김치소스를 붓고 치즈를 올려 피자처럼 만든 음식은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메뉴다. 특허에 등록된 이상 함부로 김치치즈탕수육 가게를 내는 건 불가능하다. 이밖에 ‘김치 없는 부대찌개’ 같은 음식들도 특허 등록된 음식이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특허의 범위는 연예인들의 유행어에도 적용된다. tvN예능 SNL코리아에 출연 중인 배우 정상훈은 자신의 유행어 ‘양꼬치엔칭타오’를 지난해 4월 상표출원했고 올해 1월 정식등록됐다.

상표출원 후 등록이 되면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얻게 된다. 누군가 등록된 상표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했을 경우 침해금지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박지윤도 자신이 방송에서 얻은 별명 ‘욕망아줌마’를 상표등록했다고 한다. 특허권의 범위는 그야말로 무한하다.

미국 스포츠용품 제조사 나이키의 에어 조던 로고(왼쪽)와 차오단 체육 유한공사의 로고(오른쪽). 두 기업은 지난 2015년 특허권 소송을 벌인 바 있다.

부작용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특허권을 악용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일명 ‘상표브로커’는 국내의 미등록 상표를 선점하고 이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입소문을 탄 맛집의 상표를 상표브로커가 특허청에 상표출원, 상표등록 해버리는 것이다. 외려 원래 주인이 상표브로커에게 일정금액의 로열티를 지불해 상표를 사용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올해 6월까지 특허청이 관리 중인 상표브로커가 모두 41명에 달한다. 이들이 출원한 건수가 1인당 평균 500여건, 총 2만1500여건에 이른다.

특히 중국 상표브로커의 기승도 문제다. ‘알박기’라고도 하는데 국내 유명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하기에 앞서 중국 특허청에 상표를 등록해 놓는 것이다. 한국의 업체가 중국 진출이 결정되기도 전에 중국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해 놓을 리 없다는 걸 악용한 것이다.

‘특허괴물(Patent troll)’도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 왔다. 제품 개발이나 생산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지 않고 특허소송만으로 수익을 내는 특허전문기업을 말한다. 버넷X는 대표적인 특허괴물로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2200억원을 상회하는 합의금을 얻어낸 전력이 있다.

이에 차상훈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선임연구원은 “상표브로커 등 악용세력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 기업들이 상표권 출원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을 갖고 미리미리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더구나 해외진출 계획이 있는 사업자라면 우리말뿐만 아니라 현지어로 된 상표까지 출원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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