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창업을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비용이 필요할까? 아마도 정답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일 것이다. 완벽한 점포를 만들겠다고 마음 먹을수록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디테일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인테리어, 집기, 시설은 물론 작은 소품과 홍보물 등등 돈 들어갈 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 들어갈 곳은 이뿐만이 아니다. 마케팅에도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려 하다보면 직원이나 알바생의 교육과 복리후생에도 돈을 써야 한다. 나중에는 고객에 대한 경품이나 사은품도 들어간다. 하지만 조달가능한 자본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선택과 집중의 잔혹함

경영에 있어 ‘선택과 집중’은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경영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확실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것으로 알게 되었다. 특히 창업의 과정에서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의사결정,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는다.
우선 어떤 아이템을 선정할 것인가부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상권과 입지, 점포선정의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점포가 정해지면 시설과 인테리어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처음 창업의 꿈을 꾸기 시작했던 때의 이상은 사라지고 목표 또한 흔들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이런 상황을 ‘선택과 집중의 잔혹함’이라고 표현한다. 어떤 일을 하고자 했던 동기나 본질은 비선택, 비집중된 영역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예산의 부족,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하는 상황에 처하고보니 일단 살아남는 것을 먼저 신경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영혼없는 창업’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꿈이 없는 창업, 영혼없는 창업의 문제점은 경영의 과정에서 위기를 겪게 되고, 폐업의 기로에 몰리게 될 때 발생한다. 극도의 허무감, 피로감이 몰려오며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동시에 겪게 만든다.

어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까?

꿈이 있는 창업을 했다면 사업이 잘 안되고 한두 번 실패하는 경험을 겪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갖게 한다. 그리고 이런 회복탄력성은 기업가정신으로 연결되며 언젠가 이루게 될 성공을 위해 다시 한번 도약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아주 이상적인 말만 늘어놓았지만, 현실적으로는 창업에 필요한 자원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놓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까? 작은 점포를 오픈하는 것을 가정하고 생각해보자.
점포개설시 상권과 입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업종은 대부분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오픈해야 하는 업종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1층 대로변 매장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포들은 대부분 권리금없이 손에 넣기 어렵다. 오히려 창업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권리금을 주더라도 좋은 매장을 얻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자본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창업자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역세권 대로변에 주방포함 20평짜리 작은 식당을 창업하고자 했더니 권리금만 최소 3천만원 이상을 부른다. 권리금과 보증금을 합치니 창업자금 중 5천만원이 사라져버린다. 인테리어와 시설, 집기 견적을 받아보니 개설자금만 1억이 훌쩍 넘어가 버린다.
이 시점에서 예비창업자는 선택과 집중의 심각한 기로에 빠진다. 창업자금을 더 조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닐 것인가, 아니면 준비된 자금에 적합한 점포를 찾기 위해 발품을 더 팔러 다닐 것인가?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자금조달이다. 그리고 최대한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차입금이 늘어나는 것만큼 리스크는 커진다. 특히 처음 창업해보는 것이라면 그 리스크는 심각한 수준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적합한 점포를 찾는 것이 답일까? 부동산 시세라는 것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는 상황에서 발품을 더 팔아본다고 해봤자 좋은 점포를 찾기는 어렵다. 설령 조건에 맞는 점포가 나왔다고 치자. 뭔가 문제가 있는 점포일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 또한 리스크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고수할 수 있다면 비본질적인 것은 포기할 수 있고, 타협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해야 한다.

비본질적인 것은 타협하고,
본질적인 것은 타협하지 마라

우선 반드시 1층에 있어야 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식당이 2층에 올라간다면 1층만큼 많은 고객을 유입시키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권리금과 보증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만 고려하자. 대신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마케팅 노력과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과 충분한 수익을 올릴 때까지 고정고객을 확보하는 시간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을 각오하고 오래 버텨야 한다. 예비창업자가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에 부합되지만 않는다면 해볼 수 있는 선택이다.

메뉴 구성 또한 마찬가지다. 다양한 메뉴를 내놓기 보다는 한 가지 메뉴에만 집중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도 아니면 모’ 식의 전략이라 위험성은 따르지만, 고객에게 어필하는데는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이 없다. 식당이 자리 잡히고 단골이 잡히고 나면 계절마다 신메뉴 출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간판메뉴로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니면 메뉴가 단순해졌기 때문에 그만큼 고객서비스에 집중할 수도 있다.

고객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어떤 서비스가 고객에게 먹힐까? 접객의 태도가 서비스가 될까? 음식의 양이 서비스가 될까? 특별한 반찬이나 후식이 고객에게 서비스가 될까?
서비스라는 말의 의미가 넓어져버렸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 창업자 본인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대하는 매너가 좋은 창업자라면 접객에 최선을 다해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작은 고기집이라면 사장님이 손님의 테이블에 화로와 불판을 세팅하고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접객서비스를 생각해볼 수 있다. 대부분 고객 스스로가 고기를 구워먹는게 당연한 것 같지만, 누군가 옆에서 말동무를 해주며 고기를 구워준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편익을 준다. 가장 맛있게 익은 고기를 먹을 수 있고, 고기를 굽느라 동석한 사람들과 대화가 단절되는 것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혼밥족, 혼술족을 잡는 최고의 서비스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혼자 고기를 구워 소주 한 잔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고기를 구워주고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만큼 편리한 것은 없고 행복한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질에 집중하는 것은 다른 약점을 강점으로 커버하는 전략이 된다. 실은 이것이 올바른 ‘선택과 집중’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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