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민주신문=김병건 기자] 비선실세라는 말이 거의 모든 언론과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등장 합니다. 비선은 정식적인 라인(線)이 아닌 선, 즉 몰래 유지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실세라는 말은 어떤 중요한 일을 결정 하는 사람이나 기관을 의미 합니다. 즉 비선 실세라면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게 ‘비선실세’를 의미 할 것입니다.

먼저 역대 정부의 비선 실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심각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두환 정권>

먼저 전두환 정권에선 대통령의 동생인 경환 씨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외모와 권력을 빗대어 ‘리틀 전두환’이라고 불렀습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그도 새마을운동본부 공금 76억원을 횡령해 구속됐는데 그의 형량은 '잡범' 수준보다 낮은 징역 7년이었습니다.

1988년 10월 27일자 한겨례 신문에 따르면 당시 공식적으로는 새마을 성금 200억원 이상이 부족하다고 하였으나 그에게는 76억원만 횡령이 인정 되었지요.

<노태우 정권>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는 영부인 김옥숙 여사의 사촌 동생이며 정무장관 등의 경력을 가진 박철언 전 장관이 '6공화국의 황태자'로 불렸습니다.

박철언 씨는 노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큰 공을 세웠고, 당시 6공 정부의 북방 외교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물론 정권의 실권자로 활동했지만 슬롯머신 사업자에게서 6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93년 수감됐습니다. 박철언 전 장관은 어찌 보면 비선 실세라기보다는 그냥 실세였다고 봐야 정상일 것입니다.

<문민정부-김영삼 정권>

문민정부가 출범한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소통령'으로 불리던 차남 김현철씨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장성한 아들은 청와대와 정부의 모든 조직에 자기 사람을 넣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김현철씨는 1997년 11월 단군 이래 최대의 금융부정 사건으로 불리는 '한보사태' 한보그룹으로부터 66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었습니다. 물론 대통령 재임기간 아들이 구속 되는 첫 사례가 됐습니다. 한보사태 이후 김영삼 정부는 심각한 레임덕이 되었고 결국 IMF 금융을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이후 현철씨는 99년 사면을 받습니다. 그런데 2004년 불법 선거 자금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또 다시 구속 되지만 집행유예 2년에 추징금은 5억을 선고 받습니다.

<김대중 정부>

이용호·최규선 게이트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씨와 김홍걸씨가 연루됐었고. 차남 김홍업씨는 이용호 G&G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파헤치던 검찰 수사에서 이권청탁 대가 등으로 47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되었습니다.

김홍걸씨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청탁 불법자금을 수수, 홍일씨는 나라종금 로비 의혹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되면서 이른바 '홍삼 트리오'로 불리는 대통령의 세 아들이 모두 비리에 휘말리는 불명예를 남겼습니다.

<참여 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막강한 참모 세상 사람들은 ‘좌 희정 우 광재’라 불렀으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국세청 고위직 인사청탁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휘말렸으며 결국 정권 말기에는 '박연차 게이트'로 구속됐었다. 지금 안희정 충남지사도 정권 출범 초기에 2003년 12월 기업들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참여정부 기간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는 여러 이권에 개입해 '봉하대군'이라 불렸고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 개입해 29억여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구속됐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을 통해 민간인 사찰을 지휘한 '영포회'라는 비선 조직이 힘을 떨쳤습니다.

영포회의 중심에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있었는데 MB정부의 탄생부터 집권 기간 내내 핵심적 역할을 해온 이들 3인방은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됐습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영일대군'이라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탓에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을 통한다)'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저축은행 로비 자금 수수 등으로 결국 영어의 몸이 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최순실의 수렴청정

역대 모든 정권의 실세는 소위 ‘호가호위(狐假虎威)’형입니다. 호랑이는 아니고 여우인 것입니다. 그래서 부분적이고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의 경우 박근혜 정부를 사실상 통치한 것 아니냐 하는 의심을 받습니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고, 외교정책 사안을 결정하고 정부 인사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의 인사에도 관여한 증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누구를 만날 때 무슨 옷을 입어라 까지 지시(?)했다는 정황입니다. 이런 것을 우리는 ‘수렴청정(垂簾聽政)’ 이라고 부릅니다. 당신에게 기억 되는 18대 대통령은 최순실 입니까? 아니면 박근혜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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