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블랙컨슈머(고의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 때문에 기업들이 눈물을 짓고 있다. 갑질을 자행하는 이들 때문에 선량한 소비자까지 매도당하기 일쑤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블랙컨슈머의 피해자가 되는 셈이지만 이같은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갤럭시노트7 리콜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블랙컨슈머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리콜을 단행하면서 50여건 이상의 허위신고로 몸살을 앓았다. 대부분이 보상금을 노리고 일부러 제품을 폭발시킨 블랙컨슈머의 소행이었던 것.

블랙컨슈머들의 행태와 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컴퓨터 설치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이모(33/남)씨는 “예전에 근무하던 설치기사가 실수로 고객이 주문한 제품보다 성능이 한 단계 낮은 컴퓨터를 설치했다가 실수를 인지하고, 다시 새 제품을 가져오기 위해 배달차량으로 간 사이 고객이 문을 잠그고 신고한 사례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새 제품을 가지러 나간 것인데 고객은 설치기사가 일부러 낮은 사양의 컴퓨터를 설치했고 자신은 사기를 당했다며 신고했다는 것. 회사측은 고의가 아니었으나 괜한 일로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주고 일을 마무리했다.

경찰청이 지난달 1일부터 갑질 횡포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블랙컨슈머와 관련된 사건만 769건이 넘었다. 부산경찰청도 최근 갑질 관련 단속을 벌여 100건 이상의 블랙컨슈머를 적발해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25일 공동 공갈 혐의로 박모(39/여)씨 등 30대 여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백화점에서 유아용 신발과 옷 등을 구매한 뒤 “흠집이 있다”며 폭언, 소란을 피운 혐의다. 이들은 백화점에 11차례나 찾아가 총 500만원 어치를 교환, 환불했다.

블랙컨슈머들의 행태에 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일단 논란이 발생하면 그 자체로 기업에는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사 영업담당 A(35/남)씨는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며 “고객의 요구가 부당해도 최대한 조용히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내가 블랙컨슈머?

블랙컨슈머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선량한 시민이 블랙컨슈머로 오해를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기업도 마냥 피해를 입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적극 대응하려다보니 생긴 현상이다. 더욱이 식품부문은 개봉 후 이물질을 넣는 등 악질적 행동을 해도 가려낼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유독 문제가 되곤 한다.

2014년께 회사원 A(43/여)씨는 풀무원 요구르트 액티비아를 먹다가 이물질을 발견했다. 벌레로 추정되는 물질이 요구르트에 범벅이 된 채 섞여 있었고 고객상담실에 바로 신고했다. 

하지만 풀무원측 상담사는 외려 A씨가 이물질을 넣은 게 아니냐는 듯 추궁했다. A씨는 식약처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4일이나 지나 조사원이 이물질을 수거해 갔고 이후 회사로부터 “벌레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얘기만 전해 들었다. 이에 A씨는 “사과조차 없이 블랙컨슈머로 모는 풀무원과 식약처가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월에도 식품과 관련해 블랙컨슈머로 오해받은 사건이 있었다. 중국 상해에서 롯데주류 ‘처음처럼’을 구매한 B(55/남)씨는 개봉하지 않은 병에서 이물질을 발견해 회사측에 신고했다. 

하지만 롯데주류측에서는 이물질이 아니라 미네랄이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이 사실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B씨에게 회사는 “이전에 블랙컨슈머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가 50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었다”는 사실을 공지했다.

이에 B씨는 “나를 블랙컨슈머로 몰아가는 건지 정말 어이가 없다”며 “나를 협박하는 거냐고 했더니 협박이 아니라고 했다”며 분개했다. 이에 롯데주류측은 “현지 직원이 경력이 짧고 미흡해 벌어진 결과”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리콜 과정에서 고의로 제품을 폭발시킨 뒤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대응 방안은?

전문가들은 블랙컨슈머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에 대해 고객가치에 대한 소비자의 잘못된 인식과 기업의 무조건적인 수용 태도를 지적한다.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부당한 것까지 다 들어줘야 한다는 비뚤어진 인식과 논란이 될까봐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기업의 태도 모두 잘못됐다는 것이다.

또 통일된 대응기준과 정책의 부재 등 법적인 미비점도 문제다. 실제로 식품위생법에서 이물의 발견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자에 대해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조항이 있지만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각 기업이나 협회 차원에서의 대응 교육도 중요하다. 6일 한국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은 블랙컨슈머에 대하하기 위해 고객응대직원 보호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블랙컨슈머에 대응하는 세부적 사례를 학습함으로써 업무능력 향상은 물론 감정노동에 대한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최혜경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블랙컨슈머는 기업과 소비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법과 정책의 일관성과 구체적인 세분화된 지침 확보 및 단기성과에 치중한 과대 가치포장의 지양, 바람직한 소비자상의 정립으로 해결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소비자 교육을 사회적 수준에서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