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식팬클럽인 '문팬'은 9월 3일 충남 서산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해 지지자 400여명이 이날 창립총회에 참석했다.(사진출처=문재인 공식팬클럽 '문팬')

문팬‧국민희망 안철수(가)‧손가락혁명군 등 활발
진영 정비‧외연 확장…상호비방 등 감정싸움 격화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유력 대선 주자들의 팬클럽 역시 진영을 정비하고 외연 확장에 힘을 쏟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팬클럽 문화는 연예계와 스포츠계를 넘어 정치권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더욱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포털 등을 통해 큰 힘을 발휘하면서 필수 조직 중 하나라는 평가다.

정치인 팬클럽의 시초는 2002년 16대 대선 당시 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라고 볼 수 있다. 광주 지역 대선 경선에서 불기 시작한 노무현 바람은 기세를 타고 전국적으로 노란 물결을 일으키며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일조했다. 이후 17대 이명박 전 대통령의 ‘MB연대’ 18대 박근혜 대통령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도 각각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야권 대선잠룡들의 조기 등판에 이어 이들을 지지하는 ‘팬클럽’의 활동도 왕성해지면서 지지하는 잠룡의 행보에 함께 참여하거나, SNS 및 카페 홍보 활동을 통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야권 잠룡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단점도 존재한다. 지지하는 잠룡을 두고 팬클럽간 경쟁이 붙기도 하고, 상호비방에서 감정싸움까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실제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17대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팬클럽이 충돌하는 등 갈등이 심화됐었고, 최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향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팬클럽 살펴보니

야권 대선잠룡들의 팬클럽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개시한 곳은 문재인 전 대표의 ‘문팬’이다. 지난달 3일 충남 서산에서 창립총회를 통해 ‘문사모’와 ‘문풍지대’, ‘젠틀재인’ 등 주요 4개 팬클럽이 공식 팬클럽인 ‘문팬’으로 일원화했다. 또 대표 운영진을 선출하는 등 조직적인 체계를 갖췄다.

‘문팬’은 전국적으로 지회와 함께 회원수가 1만여명에 달하고 있고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에 온라인으로 입당한 10만여명 중 과반 이상이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으로 봤을 때,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팬클럽은 ‘문팬’을 제외하고도 밴드, 페이스북 등에서 많은 수의 문재인 팬클럽이 각각 활동하고 있다.

야권의 다른 대선잠룡들의 팬클럽도 조직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하며 SNS에서 주로 활동하는 ‘손가락혁명군’은 23일 이재명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 세종홀에서 ‘손가락혁명군 작당모의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이 시장은 대권출마를 알리고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밝혔다. 토크콘서트에는 3000여명이 참석해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고 이 시장의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중계한 현장영상은 1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원순과 함께 꿈꾸는 희망세상(다음 카페 3200여명)’과 ‘카페트(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 팔로워 200만여명) 친구모임’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박 시장의 싱크탱크 겸 팬클럽인 시민시대는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지지자 및 회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출범대회를 가졌다. 특히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기조연설을 맡아 추후 박원순 시장의 행보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30일 ‘안전모(안철수 지지 전국모임)’, ‘안사연(안철수를 사랑하는 연합모임)’, ‘안철수와 함께 하는 변화와 희망’ 등 10여개로 흩어졌던 안 전 대표의 팬클럽을 ‘국민희망 안철수(가칭)’로 통합하기로 했다.

‘국민희망 안철수(가칭)’을 준비하는 추진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 회원수를 따지면 6만5000여명이 될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4년 이상 팬으로 활동해 온 사람들로 지역과 조직에 따라서 활동이 가능한 지지자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이후의 로드맵을 가진 상태는 아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라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도 팬클럽 공식 출범 행사장에 처음으로 참석할 예정이며 ‘국민희망 안철수(가칭)’ 창립 행사에는 회원 1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야권 대선잠룡들의 팬클럽들은 밴드와 SNS, 다음 카페를 통해 지지자들을 모으고 외연 확장을 통한 숨고르기에 들어가고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지난 달 창립총회를 갖은 새희망포럼의 2000여명과 ‘우리사랑 김부겸(밴드 1000여명)’ 등 3000여명이 활발한 활동을 통해 세확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안희정과 함께하는 동행(밴드 1200여명)‧아나요(안희정과 아름다운 세상을 나눠요, 다음 카페 4900여명)’ 등이 활동 중이고, 9월20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도 ‘손사모(손학규를 사랑하는 모임)‘, 학규마을, 손의길 연대 등 10여개의 팬클럽과 함께 향후 방향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전 득실은?

대선주자의 팬클럽은 지지하는 대선잠룡을 응원하면서 해당 정치인의 철학과 행동을 공유하고, 정치사회운동, 봉사활동 등 정치를 발전시키는 순기능이 있지만, 과한 경우 팬클럽간 비방, 경쟁 후보의 공격, 정치세력화 등 부작용도 동시에 존재한다.

문재인 전 대표의 공식팬클럽 ‘문팬’의 한 운영진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지자는 대표님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모인 사람들이고, 대표님과 결이 같은 사람들이다”라며 “내가 또 하나의 문재인이 돼 문재인의 언행과 문재인의 품격대로 지지하는 것이 지지자 몫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SNS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대권도전을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의혹 제기 등 비방전이 가열될 양상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시장은 “야권 지지자들이 아닐 것이라 믿고, (비방 등의 행위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기 때문에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추후 야권 단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역설했다. 문팬의 운영진은 “이재명 시장도 우리에겐 엄청나게 소중한 자산이다. 경선이 끝이 아니잖나. 본선까지 봐야한다”며 “경선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 본선에 하나가 돼 정권교체를 이룩해야 하는데, 이번 일은 하여튼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만흠 정치 평론가는 “(야권 대선잠룡의) 팬클럽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조직이다. 그동안 팬클럽이 나왔던 것은 공조직이 아닌 형태로 대중적인 분위기를 이용하려고 한 것이다”라며 “정당 소속의 공조직은 그 공조직이 아닌 사조직형태로 쓰였던 것이고, 이보다 조금 부담이 덜하고 엄격하지 않는 대중문화와 결합한 최근의 팬클럽은 시대변화에 맞는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팬클럽간 혹은 대선잠룡과의 부작용에 대해선 “그건 팬클럽이 아니더라도 다른 조직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지금도 팬클럽이 가능한 건 인터넷 등이 활발하기 때문에 조직이 상시적으로 활동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다른 조직이더라도 얼마나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냐는 것은 조직마다 생각이 다르다”며 “일부 팬클럽 같이 강하게, 일정하게 뭉치다 보면 다른 세력에 배타적으로 변할 소지도 큰 만큼 그 부분만 견제한다면 지지하는 후보나 팬클럽의 활동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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