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왼쪽)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신인령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장에게 ‘국회의원 특권 개혁안’이 담긴 최종 활동결과보고서를 받고 있다.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는 지난 17일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는 개혁안을 정세균 국회 의장에게 보고했다. 어느 때보다 많은 국민적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20대 국회에서 얼마나 실천으로 옮겨질지 설왕설래 말이 많은 상황이다.

학계와 전문가 집단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어느 때보다 개혁의 의지가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는 7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90일 동안의 활동을 마감했다. 불체포특권 폐지 등을 포함한 활동결과보고서를 받은 정세균 의장은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국민과 국회의 거리를 좁혀주고, 국회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주셨다”며 “의원들과의 많은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추진위가 마련한 개혁안이 잘 실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도 별도의 활동을 통해 국회의원 권한 개혁과제와 선거제도 개혁, 국회 운영제도 개선 등에 대한 논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추진위는 개혁안이 담긴 국회 관계법과 국회규칙 개정안을 의장 의견 제시 형태로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하고 입법화에 나설 방침이어서 추후 본회의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개혁안은?

추진위의 개혁안 중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다음 본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자동 상정되도록 해 불체포특권 폐지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헌법에 명시된 면책특권을 유지하되 모욕행위에 대한 국회 윤리위 심사 기한을 60일로 정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바로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해 징계의 실효성을 높였다.

비과세 항목인 의원 입법‧특수활동비는 수당에 통합해 소득세를 부과키로 했다. 월평균 1150만원 가량인 국회의원 월급의 15% 정도를 소득세로 책정하면 약 160만원의 비용이 절감된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상징이던 ‛금배지’도 신분증으로 대처하도록 했다.

국정감사 기간에 과도한 증인신청이 지양되도록 국정감사보고서에 증인 채택 현황 및 결과(실제 증인 신문 여부 등)를 적시하도록 했다. 또 국정감사정보시스템을 개선해 중복 자료 제출 요구 억제와 정부가 자료제출을 성실히 하도록 개선을 요구했다.

20대 국회 초기에도 논란이 된 친인척 보좌진 채용문제는 4촌 이내 친인척에 대해서만 채용을 불허하고, 5~8촌은 신고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밖에도 독립적인 ‘국회의원 보수산정위원회(가칭)’구성과 출판기념회 금품 모금‧제공 금지 및 개최 신고 의무화, 해외출장 시 재외공관 지원 최소화 등도 포함됐다.

추진위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해선 “비회기 기간이나 회의 참석 외에도 의원은 다양한 입법과 정치활동을 수행하는데 이를 무노동으로 볼 것인지에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역의원의 대선캠프의 참여에 대해 “우리 헌법은 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의 대선캠프 참여는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특권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속도 낸다”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국회 전반에 관한 사안의 개선방안을 입법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발전특위는 19일 그동안의 활동을 보고하고 여야 합의사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의결 사안을 특위 전원의 이름으로 공동발의하기로 의결했다.

국회의원 권한개혁 1소위원회(위원장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는 불체포특권과 국무의원 겸직의원 중복수당 지급 개선, 친인척 보좌진 채용 제한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발의키로 했다. 이밖에도 국회의원 세비, 교섭단체 원내대표‧상임위원장의 활동비, 국회 인턴제도와 관련 사안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선거제도 개혁의 2소위원회(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는 선거 때마다 정치신인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던 선거운동 기간 제한을 폐지키로 했지만 19일 열린 특위 전체회의에서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다는 야당과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새누리당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성공할까?

이번엔 특권을 내려놓을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특권 내려놓기 입법화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는다는 말은 한두 번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흔히 ‘방탄국회’라고 불린 불체포특권은 항상 문제가 돼왔던 것이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실제로 이야기 하는 것 말고도 고칠 것이 굉장히 많지만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지금 고치겠다는 것이야 고치겠지만, 이외의 문제까지 다 손을 댈 수 있을지를 두고 봐야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김만흠 정치평론가는 “각 사안마다 다를 수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해서 보고서를 냈을 것”이라며 “그대로 법제화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법제화 하는지는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하고 변경될 것”이라며 “그동안은 의장의 자문기구였기 때문에 법적 절차는 아니었다. 진행이 되다보면 논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느 부분이 논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옛날부터 특권 내려놓기는 간헐적으로 조금씩 해왔다. 중요한 것은 몇 가지나 제대로 될 것 인가다”라며 “특히 국회의원 특권과 관련해선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사실 얼마나 법안까지 발의돼서 실행되느냐 마느냐에 관심이 많다. 아직은 반신반의”라며 “예전에 박지원 위원장이 ‘그동안 혁신안 나온 것을 모으면 트럭 2대 분량 된다’고 했듯이 개혁안들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도 이번에 살짝 기대감을 갖기는 하지만 안들이 몇 가지가 실행될지는 회의적”이라며 “그러나 현실화 될 경우엔 정말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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