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번째 스물’은 스크린 첫 로맨스 주연을 맡은 이태란과 원조 로맨스킹 김승우가 호흡을 맞추고, ‘경의선’ ‘역전의 명수’ 박흥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90% 이상 이탈리아 로케이션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영상이 두 배우의 열연을 더욱 빛낸다.

[민주신문=김미화 기자] 배우 이태란(41)이 올 가을 짙은 중년 로맨스를 그린 영화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오는 11월 3일 개봉하는 ‘두 번째 스물(감독 박흥식, 제작 민영화사)’을 통해서다. 마흔 살, 스무 살의 나이가 2번 지나갔다. 그래서 마흔 살의 나이를 두 번째 스물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 스물’은 다시 찾아온 스무 살의 설렘을 아름다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그린 작품이다. 13년 만에 재회한 ‘민구’와 ‘민하’가 운명처럼 재회한 후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경의선(2012)’, ‘역전의 명수(2005)’의 박흥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올해 하와이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이태란은 극중 아픔을 남긴 첫사랑과 재회하게 되는 안과의사 민하 역을 맡아 민구 역의 김승우(47)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박흥식 감독 메가폰 영화 ‘두 번째 스물’ 김승우와 멜로 호흡
안과의사 민하 역 맡아 열연, “데뷔 20년차… 롱런 배우가 꿈”

이탈리아에서 재회한 중년의 남녀. 남자는 아내와 아이가 있다. 여자는 남편과 사별했다. 둘은 다시 스물로 돌아간 듯 웃고 떠든다. 같이 잔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이탈리아는 추억이자 박제된 시간을 되돌린 여행이다.

“뒤늦은 개봉 감회 새로워”

이태란은 결혼 후 더욱 깊어진 멜로 연기로 화면 속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사실 ‘두 번째 스물’은 지난해 3월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영화를 촬영한지 1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러다 보니 개봉 소식을 듣는데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어요. 어제 저녁에는 언론 인터뷰를 앞두고 잠을 설쳤어요. 촬영 당시 현장에서 좋았던 추억, 아쉬웠던 일들,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더라고요.”

영화는 한때 첫사랑의 뜨거운 감정을 느꼈던 이들이 원치 않는 상황으로 헤어진 후 이탈리아에서 재회하면서 두 번째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한편의 동화같이 펼쳐진다. 그러나 ‘뻔한 설정’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년이 된 남녀가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사랑을 나눈다? 어쩌면 식상한 흐름일 수도 있지만 작품 속 인물들간의 대화나 잔잔한 표현들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예쁘다’, ‘잔잔하다’는 느낌이요. 무엇보다 마지막 결론에서 민하가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 좋았어요.”

‘두 번째 스물’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를 오랜만에 촬영한 것도 있지만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힘들었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에서 한 달 동안 촬영했지만 풍경을 제대로 볼 새도 없었어요. 더군다나 미술관 투어를 했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촬영을 끝냈어야만 했거든요. 여유 있게 했으면 좀 더 좋은 연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하지만 늘 아쉬움이라는 건 남으니까요(웃음).”

사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이태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수동적 여성이거나 캐릭터 강한 여성으로 극과 극의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주체적인 면모를 갖춘 전문직 여성으로, 무엇보다 이태란의 풍부한 멜로 감성 연기가 어우러져 또 다른 이미지 변신에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사실 배우로서 멜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민하라는 캐릭터가 저의 실제 나이와 비슷하기도 하고 멜로적인 부분을 연기할 수 있는 최적화된 영화가 아닌가 싶더라구요.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베드신, 결혼 그리고 연기”

이태란은 지난 2014년 동갑내기 벤처사업가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특히 영화 촬영이 진행된 지난해의 경우, 이제 막 결혼한 상황에서 ‘베드신’에 따른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다. 배우이기도 하지만 한 남자의 아내로서 예민해지기도 하고, 노출 수위나 정도에 따른 고민이 컸다. 그러나 이태란은 자신을 채찍질 했고, 그의 고민을 받아준 감독과 현장을 이해해준 김승우,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응원해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베드신을 앞두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어요. 먼저 고백을 한 거죠. 미리 알고 보는 것과 영화를 통해 무작정 접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일반인인 남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무심할 정도로 덤덤하게 잘 촬영하라는 거예요. 그래도 미안하고 죄책감도 들고 그렇더라구요.”

‘두 번째 스물’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20대에 연기 인생을 시작했던 그가 20년차 배우가 됐다. 어느 덧 후배 배우들의 인사를 받기 시작했고, 또 결혼을 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배우 이태란’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배우로서 지금처럼 꾸준히 하는 거예요.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어렵기도 하고, 가장 중요하기도 하잖아요. 꾸준히 했기 때문에 계속 꾸준히 작품이 들어왔던 것 같고, 운이 좋았죠. 선배님들이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 대단하신 것 같아요. 건강하게 하셨으면 좋겠고, 저도 그렇게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태란은 중견 배우 김해숙(60), 윤여정(69) 등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배우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러면서 이들을 향한 대중들의 좋은 시선과 달라진 인식들을 기뻐했다. 더불어 어른 감성 멜로 등과 같은 소외된 장르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외국의 경우 중년의 사랑을 다룬 영화들도 많고 흥행도 잘 돼요. 하지만 한국 영화는 그렇지 않죠. 아직은 과도기인 것 같아요. 이번 영화가 잘 돼서 멜로 영화에 힘이 돼줬으면 좋겠어요. 한 장르의 영화가 잘 되면 영화 흐름이 바뀌잖아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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