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평균 54.84%…최악 VS 최고 3.99배

한화, LG그룹 웃고 롯데, 현대차 울상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국내 10대 그룹(자산 기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쪽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주력 계열사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기록했고, 또 다른 한쪽은 불황 파고에 휩쓸려 동력 상실의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통상 캐시카우 계열사는 그룹 맏형으로 다른 계열사의 경영난 극복을 위해 직ㆍ간접적으로 지원하고 그룹 신산업 진출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내 기업 생태계를 살펴보면 주력 계열사 의존도가 상당하다. 이 때문에 캐시카우의 경쟁력 악화는 해당 기업에 상당한 충격파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특정 기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GS, 한화그룹 등이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계열사의 상반기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4.8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평균 매출액은 2.73% 줄었다.

희비교차

10대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 매출 100조, 영업이익 14조7000억원 ▲ 현대차 22조488억원, 2조3383억원 ▲SK하이닉스 7조3346억원, 9321억원 ▲ LG화학 10조907억원, 1조735억원 ▲ 포스코 25조3186억원, 1조3383억원 ▲ 롯데쇼핑 14조4092억원, 3791억원 ▲ 한화케미칼 4조5559억원, 3824억원 ▲ 현대오일뱅크 5조3467억원, 5428억원 ▲ 대한항공 5조6847억원, 4825억원 ▲ GS칼텍스 11조6659억원, 1조822억원이다.

조사 대상 중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한진그룹의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5%(2631억↑)증가했다.

영업이익 감소폭이 가장 컸던 SK하이닉스와 3.99배 격차다.

한화그룹의 한화케미칼이 같은 기간 대비 220% 급증한 26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대한항공의 뒤를 이었다.

한화는 캐시카우를 통해 확보된 실탄을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 한화테크윈, 한화탈레스 등 4개사 M&A(인수합병)에 사용했다. 이들 기업은 최근 들어 사업 재편을 하는 등 새 먹거리로 부상 중이다.

LG는 주력계열사인 LG화학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16.02%를 기록했다.

반면 SK, 롯데,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SK는 영업이익 증가율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78.4% 급감했다.

다음으로 롯데쇼핑 19.4%(1173억↓), 현대차 9.5%(2040억↓) 순이다.

매출액 감소 폭 역시 SK가 가장 컸다. 올해 SK하이닉스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32.6%(2조1071억) 줄어든 7조334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조9456억 원에서 9321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 다음으로 현대중공업이 21.2%, 포스코가 16.4% 감소했다.

그룹 동력

캐시카우라고 불리는 계열사 실적은 그룹 동력을 결정 짓는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상장사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특정 기업에 기업의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다른 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만큼의 비중은 아니지만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의 비중이 작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룹 동력은 캐시카우 실적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특히 SK는 캐시카우 실적 하락으로 속이 쓰리다.

그룹 주요 계열사가 90조원에 달하는 현금자산과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지 않다. 캐시카우의 실적 하락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반등을 위해 원가 절감 노력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상반기 실적 하락은 메모리 업계 불황이 작용했다”며 “실적 회복을 위해 원가 절감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특정 기업 의존도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 기업 의존도가 높으면 경영리스크도 커진다”며 “특정 기업 리스트가 전체 경제에 파급이 큰 것을 고려하면 의존도를 제약,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에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천사

10대 그룹 캐시카우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변화했다. 산업이 1차에서 3차로 중심추가 옮겨지면서 그룹 주력사가 바뀌는 결과가 반영됐다.

삼성은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로, 현대차는 현대건설에서 현대자동차로, LG는 호남정유(현 GS칼텍스)에서 LG화학으로 바뀌었다.

SK는 선경유화(현 SK이노베이션)에서 SK하이닉스로 업종이 변경됐다.

롯데는 롯데제과에서 롯데쇼핑으로,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에서 현대오일뱅크로 바뀌었다. 한화는 한화생명에서 한화케미칼이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한진과 포스코는 주력계열사가 그대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에서 시작됐지만 사명만 바꿨을 뿐이다.

GS는 LG그룹에서 분리된 지 얼마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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