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민주신문=복현명 기자] 상아탑이 성추문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대학가 안팎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성추문은 현재진행형이다. 더욱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학교 측이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증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등은 권위주의적인 대학내 권력구조 병폐가 이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신분이 보장된 교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의 입학과 수업, 성적 평가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뽀뽀하고 싶어”

24일 본지가 주요 대학 학생회 등을 통해 교수진의 성추문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세종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서경대학교 등에서 성추문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대학에서 발생한 사건은 경찰 고발 등 사법처리는 이뤄지지 않았고, 재발 방지 구두 약속, 수업 배제 등의 조치만 취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대학교 A(80) 석좌교수(교양학부)는 손녀뻘인 한 여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는 물의를 일으켰다. 피해학생인 B씨(24)에 따르면 지난 3월 B씨는 1학기 수업을 앞두고, 담당교수인 A씨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5일 뒤 A교수로부터 식사를 하자는 연락이 왔고, B씨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문제는 식사와 함께 시작됐다.

A교수는 소녀경(중국의 성생활 지침 등이 기록된 고전)을 언급하며 B씨에게 “너는 눈도 예쁘고 가슴도 큰 편이다. 여자는 가슴이 커야 한다”면서 “입술은 육감적이고 눈은 뇌쇄적이고 진짜 장난이 아니야. 뽀뽀하고 싶어”라는 성희롱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내가 들이대질 못할 건 아니잖아. 마지막 사랑을 한 번 해보고 싶다. 내가 들이대지 못하는 것이 흠”이라고 상식 밖 발언을 이어갔다.

A교수로부터 그날 이후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왔다. B씨는 두려운 마음에 전화를 받지 않았고 교수에게 불쾌했던 점에 대해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A교수는 성희롱에 대한 사과는 없이 “취업 문제 때문”이라며 통화할 것을 요구했다.

세종대 A 석좌교수와 피해학생 B씨가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 문자에는 성희롱에 대한 사과는 없이 '취업 문제 때문'이라며 통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피해학생 B씨 제공.

A교수는 이후 사건이 불거지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종대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나온다. 본지가 A교수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협회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세종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A교수가 여러 가지 일들로 현재는 사직한 상태”라며 “관련 조사는 해당 교수가 사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종결됐다”고 전했다.

“집으로 놀러와”

서경대학교에서는 지난달 성적 수치심을 느낀 학생들이 교수에게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해당 대학 국어국문학과 B교수는 수강생 절반 이상이 여성인 학과 특성을 무시하고, 수업 중 “모든 남성이 20대 초반 여성을 선호하는 것은 가장 임신에 적절한 시기이기 때문”이라며 “배란기의 여성이 가장 예뻐 보이고 출산을 한 여성은 빨리 늙는다”고 언급했다.

또 “여성이 권력을 잡으면 무조건 독재를 하기 때문에 중동의 여성 인권 유린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교사는 사람을 만드는 훌륭한 직업이지만 그렇다고 오늘 밤 모텔에 가서 사람을 만들지는 말라”고 수위를 높였다.

성적 수치심을 느낀 학생들이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자 대학 측은 B교수와 면담을 했다. 이후 교내 양성평등센터 관계자가 배석한 수업에서 “수업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해 주면 좋겠다”며 “성희롱을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학생들에게 해명과 함께 사과했다.

서울시립대에서도 8월말 외국인 객원교수의 성희롱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학생회 측에 따르면 이 교수는 여학생들에게 “술 마시러 가자. 집으로 놀러 와라”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내거나 수업 시간에 특정 학생에게 윙크를 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가 학교측에 보낸 공문 일부. 공문에는 학교에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서울시립대 총학생회 제공.

이에 총학생회가 학교 측에 교수에 대한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고, 학교 측은 해당 교수에게 구두 경고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고 2학기 교양필수교과목 수업을 배제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서울시립대 측은 “해당 교수의 행위가 일부 학생에게 불쾌감을 초래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희롱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좋은 게 좋은 것?

지성의 전당이 각종 성추문으로 얼룩지고 있지만 학교 측의 미온적인 태도가 문제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대학들 역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학생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세종대는 현재 매학기 교수와 임직원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직한 석좌교수가 홈페이지 상에서는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나오는 등 시스템 관리가 엉망이다.

고희준 세종대 홍보실 주임은 이에 대해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등 각종 성추문 예방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한 뒤 “석좌교수 정보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것에 대해 몰랐다.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했다.

수업 중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서경대학교 역시 특별한 대책은 없다는 입장이다. 진세근 서경대 홍보실장은 “이번 사건이 첫 사례다. 특별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학교의 미온적인 태도에 잔뜩 뿔이난 학생들은 문제가 재발할 경우, 학교를 통하기 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서경대 총학생회 측은 “학교가 성추문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관련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학교에 해결을 요구하기 보다는 성폭력상담소 등 대안 창구를 찾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3년간 성추문으로 징계를 받은 교수는 총 4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전국 대학 교수 성범죄‧성희롱 징계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3~2016년 6월) 전국 144개 대학에서 성희롱이나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교수는 총 47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 24명은 파면이나 해임 됐고 정직‧감봉을 받은 3명의 교수는 스스로 사임했다. 징계 사유별(복수 포함)로는 ▲강제추행 25건 ▲성희롱 20건 ▲강간(미수 포함) 6건 ▲성매매 2건 순이었다.

김주호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교수와 제자간 성희롱 문제는 젠더 감수성에 대한 문제이면서도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며 “일부 교수가 제자를 자신의 물건으로 생각하는 측면이 여전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에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하고 대학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한 법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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